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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마을 길 700여m를 총 6개 구간으로 나눠 6개 테마를 주제로 진행한 벽화사업 중 '3구간 행복한 약수'길.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있는 울산 북구의 농촌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뚜벅이동네공원사업의 일환으로 북구의 작은 부락인 약수와 냉천, 신기마을 등 지역 6개 마을을 대상으로 공원과 벽화, 텃밭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꾸미고 있는 것.
 비록 600만원의 적은 예산이지만 지역민과 함께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든다는 목적 하나로 동 주민센터와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았다.
 시작은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과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프로젝트 등 2가지 사업의 중간점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자연스레 마을꾸미기 사업에 참여하게 된거고,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도 참여하게 된거다.

활기차고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농소2동 주민들 2,000여명 참여
나무 직접깎고 페인트칠도 솔선
곳곳의 오래된 건물·간판·빨래터
 7080 시간여행 떠나는 느낌도…


#뚜벅이 동네공원사업 5호점
뚜벅이 동네공원사업은 1호점 냉천마을벽화사업부터 시작해 2호점 산골못공원, 3호점 매곡도시농업텃밭, 4호점 이화천 한평공원, 5호점 약수마을벽화까지 총 5호점까지 진행됐다. 특히, 약수마을은 벽화를 6개의 테마로 나눠 꾸몄는데, 지금까지 진행한 4호점까지의 시행착오를 어느정도 보완한 완성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정성도 많이 쏟았다.
 지난 18일 찾은 약수마을은 약 4개월 전 방문한 마을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때는 주변 아파트에 볼 일이 있어 이 마을을 거쳐갔는데, 그 당시 느꼈던 약수마을의 이미지는 말그대로 '낡고 허름함'이었다. 아직도 이런 시골마을이 울산 도심에도 있구나 싶었다. 물론 4개월 뒤 확연히 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허름함은 보이지 않았다.

   
약수마을 입구.

#북구 산업로 따라 경주방면 우측에 위치
약수벽화마을을 찾기는 쉬웠다. 초행길이라도 누구나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내비게이션에 약수마을이라고 검색하고 안내대로 따라가면, 바로 입구가 보인다. 북구 산업로를 따라 경주방면으로 가다가 작은 터널이 보이면 우회전. 그리고 바로 보이는 곳이 약수마을이다. 낡은 터널이지만, 어릴적 만화영화에서 보던 동화마을로 들어가는 느낌도 받았다. 앨리스가 나무굴로 떨어지고 이상한 나라로 진입했을 때처럼. 도로를 한창 달리다 작은 굴다리 밑으로 진입하면 바로 마을이 보이니 딱 그런 앨리스의 기분이었다.


#주민들 손 하나 하나 거친 조형물
벽화마을로 변신한 약수마을의 입구는 아기자기함이 돋보였다. 집 한채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가면 시화길, 오른쪽으로 가면 약수배길이 나오는데, 그 중심이 약수벽화마을을 제대로 상징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이지만, 이 날은 산뜻한 바람이 불어 파란 바람개비도 신나게 돌아가고 있었다.
 눈에 띠는 것은 벤치를 사이에 두고 양 옆에 서 있는 연필 조형물. 이 조형물은 주민들과 주민센터 직원들이 마을을 꾸미기위해 다른 사업에서 남은 나무조각을 얻어 직접 깎고 페인트 칠 한 재활용 예술품이란다. 워낙 예산이 적다보니 마을꾸미기에 도움이될 만한 게 있으면 모두 끌어다가 아기자기하고 감각있게 재활용했다. 그래서 약수벽화마을은 마을 주민에게 있어 더욱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약수마을의 상징 '배' 벽화.

 시화길 입구에서 시를 좋아하고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 한편을 발견했다. 김동환 시인의 <산너머 남촌에는>이다.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것 한가진들 실어 안오리/
/남촌서 남풍물제 나는 좋테나/
 중, 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시에서는 시적의미를 다른 방향에 뒀지만, 순수히 단어 하나하나만 생각하면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의 심정이 담겨있는 시라고도 할 수 있다. 한 겨울 아침, 멀리서 들려오는 암탉의 울음소리와 사람을 반기는 시골개가 짖는 소리를 들으며 시 한 편을 감상하고 있자니, 이렇게 마을이 평화로워 보일 수가 없다. 그도 그럴것이, 마실을 나온 동네 어르신에게 마을회관이 어디냐며 길을 물으니,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친절히 길을 안내해 주신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발걸음을 떼는 그 순간에도, "저기 저 태극기 달려 있는 건물이야~"하면서 끝까지 신경써주신다.
 

   
전통 빨래터.

#낡고 오래된 것이 주는 소중함
낡고 허름한 것의 소중함은 우리가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옛 건물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시화골목을 지나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래된 건물에, 오래된 간판을 걸어둔 '약수 미용실'. 빨간 벽돌 건물에  빨간 옛 글씨체로 쓰인 미용실 간판에서는 70~80년대 분위기를 자아냈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한 여행에세이의 문구가 생각났다.
  "낡고 허름한 것들은 너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줘" 라는 간단한 한 마디다.
 비록, 70~ 80년대의 분위기를 몸소 느낄 수 없는 연령대지만, 이런 건물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남아있는 걸 보면, 그 때도 이 건물을 짓고, 이 곳에서 영업을 하고, 또 살아가려는 누군가의 땀과 노력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의 끝자락에 조성한 이 벽화마을도 10년, 20년이 지나고 보존이 되면 그 때도 누군가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사업에는 농소2동 주민 중 2,000명 정도가 참여를 했다는데, 그 분들의 노고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미래의 오늘에 감사하고 있을지 모른다.


#약수마을의 상징인 배과 빨래터

약수벽화마을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은 약수배길과 빨래터길이다. '배'가 약수마을을 상징하는 과일이기 때문에, 약수배길은 당연히 둘러봐야하는 것이 맞는데, 빨래터 길을 꼭 둘러봐야하는 것은 과거 약수마을 주민들이 빨래를 했던 터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각 가정에 세탁기가 있으니 빨래터를 이용하지 않지만, 자주 이용했던 빨래터의 기억을 남겨놓기 위해 벽화를 그려 과거를 장식해놨다.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농소2동은 이 빨래터를 보존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복원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약수마을 전체 길 700여m를 총 6개 구간으로 나눠 6개 테마를 주제로 벽화사업을 진행했다.
 1구간(제1굴다리~약수탕)은 '약수배', 2구간(약수탕~토담)은 '전통과 빨래터', 3구간(마을회관)'행복한 약수', 4구간(약수3교~마을안길입구)은  '자연과 화합', 5구간(마을안길입구~제2굴다리)은 '시화의 거리', 6구간(마을안길)은 '한국화의 거리'로 각각 꾸몄다.
 농소 2동은 뚜벅이동네공원 사업과 농소2동 기적의 도서관, 홈골텃밭체험마을 등을 연계해 도심 속 둘레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약수벽화마을 안내도.

#700여m 총 6개 구간 6개 테마로 조성

이 사업의 '뚜벅이'라는 말이 걸어다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이 듯이 주민들과 울산 시민들이 도심 속 마을을 걸으며 둘러보고, 활성화 시켜 침체된 마을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지난 여름에는 주민자치센터 여름방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호점 냉천마을벽화와 2호점 산골못공원을 견학하고, 약수마을의 고택 '활선정'에서 주민리더교육을 하기도 했는데, 큰 호응을 얻었다. 농소2동은 이 프로그램에서 착안해 농소2동 전체를 걸으면서 한 눈에 볼 수 있는 둘레길 조성을 계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쓰레기가 밀집돼 있는 환경취약지구를 정화시켜보자는 목적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마을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주민들의 참여 프로그램이 됐다.
 뚜벅이동네공원사업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북구 매곡동과 신천동을 중심으로 한  1호점~ 5호점, 2013년에는 이화마을과 화정마을 등을 배경으로 한 10호점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마음이 이같이 유지가 된다면, 북구 농소2동 둘레길을 조성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글·사진=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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