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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예산안이 비록 해를 넘겼지만 여야 몸싸움도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해서 모처럼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국회 예결위 위원들이 국회 앞 호텔방에서 실세들의 지역 민원과 관련된 '쪽지예산'을 처리한 뒤 곧장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외유성 출장을 떠났다는 뉴스를 접하고 국민들은 큰 배신감을 받게 되었다. 출장의 이유로 그 쪽 나라의 예산결산시스템을 공부하러 간다는 말을 듣고 황당하기만 했다. 막차로 예산을 확보한 의원들은 쪽지예산을 질타하는 기사를 보고 오히려 지역주민들에게 홍보도 하게 되어 흐뭇했다고 하니 이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지역구의 숙원사업을 반영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행동은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무조건 나무랄 수도 없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 기간 동안에 여야당 모두 정치쇄신의 기치를 내걸고 기득권 내려놓기를 수없이 강조했던 것이 불과 며칠이 되었는가? 국회의원들의 평균 재산 등록액이 공시가격으로도 30억원에 이르고 직을 그만두어도 수입이 많은 사람도 꽤 있는데도 연금 법안은 손도 대지 않았다. 일반 국민은 매달 30만원씩 30년을 꼬박 넣으면 노후에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수령한다. 그들은 본인 부담도도 전혀 내지 않고 65세가 되면 누구나 120만원씩 받는 특권 내려 놓기에 요지부동이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 뺏지를 달아도 모두 같은 혜택을 누리는 법이다. 대학생 등록금 혜택이나 몇 가지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가계 수입별로 차등을 두는 법안을 만들면서 어찌 자기들 연금은 나몰라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쪽지예산을 예산액 통과 직전에 확보하려는 것은 그나마 주민들을 위한 명분이라도 있다는  2중성이라도 있다. 그런데 많은 선량들은 이미 정부에서 여러 과정과 절차를 거쳐서 확보한 예산마저 자기가 주도적으로 확보했다고 생색낸다. 정부 각 부처가 국민들의 일반생활과 관련하여 국가시책으로 확보한 예산마저 본인이 속한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하였다고 마치 자기가 전적으로 확보한 듯한 보도자료나 의정보고서를 내놓는다. 그런 경우라면 아마 예산결산위원장이나 국회의장은 모든 예산을 본인이 확보했다고 주장할 만도 한데 다행히도 아직 그런 경우는 볼 수가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여러 검토를 거치고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서 일부나마 도움을 요청했거나 도움 없이도 확보한 예산마저 자기의 큰 업적인 듯이 내세운다. 어떤 국책기관이 오랜 예산계획 수립 후 관계부처를 통해 제출한 예산도 국회를 거치기만하면 숨은 노력은 온데간데없고 생색내는 사람의 몫으로 소개된다.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이 확보한 예산마저 본인의 업적으로 내세우며 자가발전형 생색내기에 바쁜 경우는 오래 전부터 보아 왔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대립된 낌새가 있는 예산에 대해서는 당연히 침묵한다.

 도로건설이나 철도사업과 같이 여러 행정구역에 걸친 중대형 SOC사업예산에 대해서도 통상의 예라면서 자기만이 확보한듯하게 실적을 천문학적으로 발표하는 경우도 가끔 본다. 양심적이라면 자기지역과 연관된 사업이라며 소개 정도로 그치거나 자기지역과 연관된 사업이라며 별도로 구분이라도 할 것이다. 그러나 생색내기 좋아하는 선량은 모두 자기의 업적으로 포장한다. 그런 식의 발표라면 아마 우리 울산시의 향우회 회원 숫자를 모두 모으면 울산 인구의 2~3배나 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광역시승격이나 국립대 유치와 고속철역사 유치와 같은 울산시민들의 숙원 과제에 대해서도 이를 이루기 위해 전 울산시민이 일어섰는데도 시민들과 함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기의 힘으로 유치했다고 공치사하는 예도 있다. 우리는 국민과의 약속을 철석 같이 지키겠다는 새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새시대에 여의도 일부 정치권 분들은 국민을 기만하는 생색내기 정치와 결별하고 그 많은 특권 중에서 내려놓을 것은 과감히 내려놓아서 국민들의 박수를 받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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