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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가까이 위치해 시민에겐 휴식의 보물섬

사랑의 자물쇠 연인들 언약 명소로 자리매김
몸과 마음 쉴 수 있는 정자·종교 미니어처도

#형형색색 동화나라 같은 시민의 쉼터

   
▲ .울산 남구 선암호수공원 산책로를 걷다보면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고드름 산'을 만난다.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석산의 형태로 조형된 이 고드름산은 눈이 오지 않는 울산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매력이 있어 아이들 뿐 아니라 남녀노소 좋아하는 명물이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겨울답다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살갗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과 콧등을 뻘겋게 얼게 하는 찬 기온에 있을 터. 이 차가운 추위는 비록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지만 그 한편 설원이나 얼음의 낭만이 깃든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단 점에서 매력적이다.
 
특히 이러한 겨울의 풍경을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주변에서 만끽할 수 있다면, 그 매력은 배가된다. 
 
울산 남구의 선암호수공원에서 만나는 겨울풍경이 고마운 건 그래서다. 순백의 아름다운 눈꽃을 간직한 동화속의 나라 같은 풍경을 울산 어느 곳에라도 한 시간만 이면 마주할 수 있다는 것. 날이 추워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게 고민될 때 따뜻한 모포와 보온병에 담은 뜨끈한 차 한잔만 싸들고서도 금방 떠날 수 있는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 어지러운 마음을 다잡아주는 마력을 지닌 선암호수공원의 겨울 야경.

하지만 순백의 고드름산과 형형색색의 빛이 수놓는 야간의 풍경은 이달 말까지만 이어지니 아직 가보지 못한 이들은 발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여기에 추억을 남길 카메라만 하나 공수하자. 야간의 아름다운 빛까지 담아낼 좋은 사양의 것이면 더할 나위 없다. 이제는 좋은 성능의 스마트폰이 있으니 어쩌면 그것마저도 필요 없는 일이겠다.

#잔잔한 호수면에 마음을 비추다
제법 차가운 겨울바람에 등을 떠밀려 공원 입구를 지나 먼저 만나는 것은 한적한 호수의 풍경이다.
 
잔잔한 호수면은 마음을 다잡아주는 마력을 지녔다. 얼음이 언 언저리를 지나 호수의 수면위로 바람이 잔물결이라도 일으키면 감상은 깊어지게 마련이다.
 
다소 을씨년스런 느낌이 드는 겨울나무 아래로 찍힌 새들의 발자국이 이채롭다. 아이들이 과자부스러기를 던지면 쪼르르 달려오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워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동심마저 자극한다.
 
물길이 끝나는 곳에 운치 있는 산사라도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다행히 그를 대신할 정자와 마음을 빛나게 할 다양한 장소가 있는 공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선암호수와 공원은 잘 어울린다.

#한파가 만든 명물 '고드름산'
지금 이곳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호숫가에서 왼쪽 편으로 난 등산로를 걷다보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위용 있는 '고드름 산'이다.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석산의 형태로 조형된 이 고드름산은 눈이 오지 않는 울산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매력이 있어 아이들 뿐 아니라 남녀노소 좋아하는 명물이다. 어느덧 뿌리가 녹아 반짝거리는 얼음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투명한 느낌을 준다. 지난해 겨울, 처음 만들어져 많은 호응을 받은 이 겨울 고드름산은 어느새 입소문을 탄 탓에 많은 이들의 발걸음으로 바닥이 어느새 질척해 있다.
그럼에도 그 풍경을 놓칠세라 한 겨울 추위에도 풋풋한 연인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 황혼기에 접어든 부부까지 많은 이들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가족·연인 산책코스로 최고
어느덧 사위가 어둑해진 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겨울 선암호수의 풍경이 공원을 감싸자 여기저기서 포근한 숨소리, 탄성을 자아내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낮이면 잔잔한 호수의 풍경과 이곳에 조성된 여러 종교물 등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마음을 흔들더니 밤이 되자 아름다운 빛 조명이 켜지며 아예 딴 세상이 된 것.
 
크리스마스 시즌을 기념해 마련된 눈의 결정과 별모양 등을 딴 조명은 온 주위를 밝고 따뜻한 희망의 빛으로 채웠다. 공원 입구부터 등산로를 따라 호수공원 전체를 뒤덮은 이 조명물결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가족끼리의 등산코스로도 손색이 없었다.

#미니어처로 태어난 3대 종교시설

   
▲ '주민 모두가 편안하게 지내길 원한다'는 뜻을 지닌 사찰 안민사.

평소에도 선암호수공원의 명물로 자리잡은 종교시설물도 빼놓을 수 없는 산책 코스.
 
황토 산책로를 따라 3대 종교시설인 절, 교회, 성당과 거꾸로집이 자리해 있다.
 
이 시설들은 미니 모형건물로 한, 두 사람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중 사찰은 '구민 모두가 편안하게 지내길 원한다'라는 뜻의 '안민사', 교회는 '선암호수공원'의 교회란 뜻에서 호수교회, 성당은 '가톨릭의 대표적인 성당'의 이름을 따 성베드로 기도방으로 이름 지었다.
 
   
▲ '가톨릭의 대표적인 성당'의 이름을 딴 성베드로 성당

특히 종교시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보니 각 종교를 믿는 신도들의 기도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나온 시민들 가운데 호수교회와 성베드로 기도방을 보고 가족들의 건강을 빌거나 입시생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들도 흔하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맞아 '호수교회'와 '성베드로 기도방' 외부에 설치된 LED 조명이 점등돼고 성당 내·외부에 설치된 예수탄생의 조각상 등도 마련돼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기 충분했다.
 
   
▲ '가톨릭의 대표적인 성당'의 이름을 딴 성베드로 성당.

서둘러 찾아온 어둠에 대한 원망은 잊은 채 아름다운 빛에 넋을 빼본다. 빛을 따라 걷다보면 사랑의 언약을 자물쇠에 채우는 커플들의 모습부터 소원 비는 돌에 마음 깊은곳 바람을 전하는 이들의 모습, 단단히 채비를 마치고 산책에 나선 어른들의 모습까지 다양한 이들이 지나간다.  
 
그렇게 시나브로 짧은 산책은 막을 내리고 그들은 집으로,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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