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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제각기 다른 이유로 삶을 살아가듯 예술가들 역시 그만의 지론대로 오늘도 자신이 꿈꾸는 세상에 다가서기 위한 몸짓을 펼친다.
 오는 24일까지 갤러리 아리오소에서 부인과 전시를 갖는 일본인 작가 오야마 타다시(65)에게 예술이란, 어떤 어려움에도 희망을 피워올리며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숭고함을 표현하고 이를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다.

 

 

   
▲ 오는 24일까지 갤러리 아리오소에서 전시를 갖는 작가 오야마 타다시. 그는 "일반인들이 미술을 접할 때 영화를 보거나 자기 옷과 구두를 고를 때처럼 좀더 쉽게 그림을 바라보고 접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벽 시리즈 등 작품 30여점 선봬
그의 작품은 얼핏보면 복잡하고 어렵다. 철근이 드러난 깨진 벽위에 상상과 현실, 영원과 찰나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동화속 앨리스의 토끼인형이 등장하는가하면 기모노 입은 여인이나 로보트, 탱크, 항공모함 등이 등장한다. 꿈 속 한장면을 보는 듯한 복잡한 장면이지만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전쟁의 참상이 끝나고 군인의 철모 위에 바쳐진 한 송이 꽃과 같은, 어려움 속에서 피어난 한낱 실줄같은 희망이 그가 전하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일상생활이 담겨있는 작품도 있고 황혼기에 접어든 작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소품도 많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던 건 젊은 시절 겪은 수많은 여행과 타국생활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사고를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 중국, 미국, 유럽 등지를 돌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의 작품은 특별한 과정을 거친다. 먼저 스티로폼을 부서진 벽의 모양으로 깎아 만든 뒤에 테두리에 철근조각을 심어 바탕으로 삼는다. 이어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배경과 형상을 세심하게 묘사해 완성하는 방식이다. 위에 덮이는 형상은 일일히 세밀하게 그려냈다. 이번 전시에는 이런 방식으로 완성된 '벽'시리즈 외에 판화 소품 20여점, 판화를 돌 위에 입체감있게 표현한 작품 3점 등 총 3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 오야마 타다시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아리오소 내부.


# 부인은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수제 브로치 50여점 전시
이에 반해 아내 야스코씨의 전시품들은 여성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다양한 멋을 지닌 수제 브로치가 대거 선보이기 때문이다. 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야스코씨는 취미로 브로치를 만들다 어느덧 전문가가 돼 질 높은 작품을 선보인다. 애초 총 7~80여점이 선보였는데 30여점이 새 주인을 만나 전시장을 떠난 상태다.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세상에 하나뿐인 브로치란 점이 특히 인기가 있는 이유다.
 아리오소 윤태희 대표는 "지난해 6월 부산국제화랑미술제에서 오야마 타다시씨를 처음 만났고 그 인연으로 울산에서 전시회를 열게 됐는데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사색하는 그의 작품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전시는 그의 아내인 야스코의 핸드메이드 브로치 작품과 함께 한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그들은 분명 둘이다. 그러나 부부의 연을 떠나 하나의 색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어떤 색을 만들어 낼지를 만날 수 있다"고 이번 전시를 소개했다. 문의 233-5636

 

[오야마 타다시 서면 인터뷰]

"80년대 한국 민화에 관심… 한국어 배우고 가요 불러"

▲울산에 잠깐 다녀갔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울산에 대해 받은 인상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 부산의 작가와 일본의 작가로 그룹을 만들고, 교류전을 10년 정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울산의 작가도 있었습니다. 그 관계로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전시회를 보기위해 울산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단기간의 체류였으므로 깊은 인상은 없었는데 이번 방문에서는 아리오소 근처 거리를 잠깐 보았고 이를 통해 울산을 조금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 문화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느낄수 있었는데 지역의 문화 발전이 기대됩니다.

▲ 작가로서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는 어떤 것들이신지요?
- 저는 농담처럼 '우주인'이라고 합니다. 국경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곳곳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며 낯선 곳에서 상상력과 영감을 얻습니다. 꿈꾸던 도시와 자연 그리고 이국의 이미지들을 재구성하여 표현합니다. 그리고 모든 일도 같겠지만 회화를 어떻게 볼까는 각각의 살아 온 경험, 학습, 인간관계, 환경, 경제 상황 등에서 자유로운 감상을 기본적으로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일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 ( 환경·문화·정치·경제·역사 등) 에서 다양한 엇갈림과 오해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긴 인간이 살아 온 역사 안에서 우리들은 많은 것을 배웁니다. 파괴와 창조, 과거와 미래, 그 사이로 현재와 현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인과 같이 훌륭한 일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날마다 느끼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 중에서 조금이라도 희망이나 꿈을 가질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고, 사는 것의 중요함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기쁨, 꿈 등을 표현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나는 어떤 유파에도 속해있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특정 유파는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사조나 영향받은 작가의 그림 작품이나 책, 음악 등이 있으신지요?
- 젊을 때는 여러가지 작가의 작품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작가도 작품도 길게 흥미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서적은 젊을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책을 배독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의 고전 사상 관계나 동양의 민중 회화·공예·사진과 관련한 책들이고 음악은 특별히 이렇다 할 관심은 아니지만 클래식·재즈·첼로음악을 주로 듣습니다. 또 작가에게는 유니크함이 제일 중요하겠죠? 늘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나의 근원과 만나기 위해 작업실에서의 은둔과 이국의 여행을 선택합니다. 80년대 초에 한국의 민화를 좋아하여 더 알고 싶어서 연세대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했습니다. 한때 일본에서도 대학생 데모가 있었는데 김민기 노래를 따라 불렀고, 제가 아는 한국노래 개똥벌레도 있습니다.

 

 

   
▲ 아리오소에 전시된 아내 야스코씨의 브로치 작품들.

 


▲ 부부가 함께 자신만의 창작의 길을 걷는다는 건 서로에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요? (가령 서로를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거나…)
-나의 일과는 유감스럽지만 관계가 없습니다. 종종 의견을 나누지만 아내의 작품은 남자로서 이해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야스코 부인께서 브로치를 주로 제작하게 된 계기나 본인에게 브로치가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있으신지요?
- 야스코는 미술 대학(디자인과)을 졸업하고 친구와 광고·기획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쁜 가운데 취미적로 브로치를 최근 4, 5년동안 짬을 내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지만 브로치라는 작은 화면에 갖가지 여행에서 얻은 조각들을 모아 붙혀 조형활동을 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습니다. 들고 다니며 어디서나 간편하게 창작을 할 수 있어서 즐겁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상에 붙어 있는 브로치는 상대방에게 대화를 거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끝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울산 시민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들이 있으신지요?
- 예술가는 "여행하는 인간"이라고 봅니다. 현실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저항하고.. 일종의 영혼의 탐험가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저부터도 말할 것은 없습니다만, 이번 전시를 통해 그런 예술가들의 모습을 시민들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번 아리오소의 기획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게 돼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많은 울산 시민들이 봐 주시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상수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이 본 그의 작품관]

이상수 학예연구관(사진)은 수년전 부터 오야마 타다시와 교류를 해왔을 정도로 그와 인연이 깊은 이다. 그에게서 오야마 타다시의 작품세계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 연구관은 오야마 타다시의 작품에 깃든 메시지를 전쟁 등 암울한 상황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꽃과 같은 메시지로 설명했다.

 가령 그의 작품에 흔히 등장하는 철근이 드러난 시멘트벽이나 부서진 건물의 잔해는 진짜 전쟁을 통해 깨어지고 부수어진, 실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단초로 풀이하는 것이다.
 그는 오야마 타다시의 작품 <밤의 하늘> 속 '철근 돔'에 등장하는 나가사키 원폭 기념관 역시  전쟁의 참상을 표현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전쟁으로 인한 아픔, 상실, 부재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연구관은 그의 작품 속 '깨어진 벽'을 과거 독일 베를린 한복판을 가로질렀던 '베를린 장벽'에 비견하는데, 독일이 분단의 아픔을 딛고 통일 후 나라의 기틀을 세웠듯 그의 작품 역시 일본이 겪었던 전쟁으로 인한 상실 위에 피어난 희망을 말한다고 본다. 즉 이 연구관에게 작가의 작품은 "지나간 역사의 증언이자 현재와 미래의 자유와 평화에 대한 보증서"다.

 때문에 그는 오야마 타다시의 작품 속 벽을 "우리가 넘어야 할, 이해와 사랑에 대한 의미있는 그리움"으로 본다. 또 화면의 요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삼원색의 풍성한 색채감을 의도적으로 주입하는 것 역시 단순한 색채와 형태를 넘어, 인간의 아름답고 숭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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