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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김치를 넣으려니 냉장고가 복잡했다
작년에 담근 묵은지랑 오월에 생매장한 마늘쫑도
맛나게 삭은 콩잎 깻잎 봉다리 묶어
이웃들과 나누고야
맨 아랫칸에 빈자리가 생겼다

갓향 좋은 새김치를 조심스레 들였다
총각김치 민둥근 옹기 대신 비운 가슴에
날 것으로 먹어도 탈 없을
장꽃이 필 것이다
손맛 즈린 눈빛도 잘 익은 다음
입김마저 나누고 나면 비움마저 채울 일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날들을 반추해 보니 가슴속이 욕심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도 장롱처럼 정리정돈이 필요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평소 아끼던 옷들을 버리기가 망설이다가 친구들에게 두루 나누어주고 난 뒤 다시 생긴 공간에 신상품을 사다 거는 설렘으로 올 한해 또 열심히 살아가야지요. 옹기에서 삭인 세월의 깊이만큼 나누어 비워낸 자리 스스로 더 충만하게 채워질 것이므로. 강미숙 약력 - 1963년 거창출생. 2010년 '문학공간' 등단. 시와비평문학회 '두레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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