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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하는 우리나라 욕중에 '개'에 빗대어 하는 욕이 많습니다.

   예로 들자면 '개만도 못한 X', '개같은 X', '개보다 더한 X' 등이 있습니다. 개보다 못해도 개보다 더해도 개같아도 욕먹는 건 마찬가지네요.
 개가 욕으로 자주 쓰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욕으로 표현하는게 미안할 정도로 영리하고 충직한 개는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 중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할 정도로 감동을 주는 개들도 있습니다.
 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테니 곰곰히 생각 한번 해보십시오. 과연 나는 '개만도 못한 X', '개같은 X', '개보다 더한 X' 인지를.


 개를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저의 경험담을 하나 전하고자 합니다.
 출가하기 1년전, 저는 1994년 10월경 하동군 화개면 칠불사 아랫마을 범왕리 범왕마을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
 혼자서 수도좀 해볼까 하고 빈집을 찾던 중이었습니다. 민박을 치면서 농사를 짓는 한 주인에게 물어보니, 마을에는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서 빈집이 몇채 있다며 나를 빈집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나는 마을 입구에서 멀지 않은 집 한채를 보고 만약 내가 인연이 되면 내년 봄에 연락하겠다고 약속하고 걸어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지게와 밤을 넣어둔 자루가 길가에 놓여있고 그 옆에는 진돗개처럼 생긴 개가 마치 주인 모시듯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자루 주인인 민박집 주인이 "저 개는 우리집 개인데 내가 올때까지 움직이는 법이 없습니다"라 했습니다.
 개는 주인의 물건을 확실히 알고 있었고, 누군가 주인의 물건을 훔쳐갈까 염려하여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인이 노동을 해서 얻은 밤과 밤을 짊어질 기구인 지게를 자기 것인 양 중히 여기고 주인이 없는 곳에서도 충직함을 잃지 않는 개다운 면모를 보여준 개를 보고 흐뭇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저의 절친한 동료가 아침 출근길 통근버스 안에서 겪은 일입니다.
 그날 아침, 통근 버스를 타기 위해 종종걸음 치며 출근하다가 횡단보도에 섰는데 바로 옆에 흰개가 와서 서더랍니다. 그 개가 자기처럼 기다리고 있다가 초록신호등으로 불이 바뀌자 길을 건너 가는 모습을 봤답니다.
 동료는 한낱 축생에 불과한 개가 신호를 지켜 길을 건너가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가슴에 와닿더랍니다. 아침 출근길이라 막무가내로 빨간불임에도 신호 무시하고 길을 건너가는 사람들과 비교가 되었던 거지요.
 저 역시 그 얘길 듣고 푸른 불이 켜져야 건넌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빨간 불이 켜져 있을 때 길을 건너는 인간들을 보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할 줄 하는 견공보다 우리 인간이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르쳐 주어도 못알아듣거나 알아들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주인을 지키고 주인한테 배운대로 행동하는 개도 있습니다.


 이쯤되면 견공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개도 닷새가 되면 주인을 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 이는 짐승인 개도 닷새만 기르면 자기 주인을 알아본다는 뜻으로 개만도 못한 사람을 두고 욕하는 말이죠.
아무리 작은 종지일지라도 반듯하면 밤새 내린 가랑비라도 가득 담을 수 있지만, 아무리 큰 대접일지라도 엎어져 있으면 밤새 내린 폭우라도 한방울도 못담습니다.
 마음자세부터 늘 반듯하게 가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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