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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철새가 찾아오는 도래지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태화강 상류 선바위 인근에서 힘찬 날개짓을 하고 있는 고방오리떼.

#철새의 낙원이 된 태화강
매년 가을과 겨울, 태화강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산업화 과정에서 오염의 상징이 되었던 태화강에 새들이 돌아온 것은 불과 10년 남짓이다. 시민들의 힘으로 살려낸 태화강에 새의 먹이가 되는 각종 양치류와 어류들이 늘어나고, 은신처가 되어 줄 갈대밭이 우거지면서 새들이 돌아왔다.
 태화강은 예부터 새들이 겨울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태화강 주변의 넓은 들에서 가을걷이가 끝나면 남는 많은 알곡들이 새들을 불러모았다.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태화강 하류는 많은 수생 동·식물과 이들을 먹이로 하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살게 됐고, 자연스레 물고기와 나락을 노리는 겨울철새들이 날아들었다.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태화강 하류일대
먹이 풍부하고 안전해 겨울나기 안성맞춤
오리·갈매기부터 백로 등 멸종위기종까지
127종 4만여 마리 관찰되는 자연의 '보고'

 

 태화강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철새들이 하나둘 찾아들기 시작해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소식과 함께 다시 북쪽으로 이동한다. 대부분이 시베리아에서 중국을 거쳐오는 철새들로 흰뺨 검둥오리, 고방오리 등 오리류가 많고, 붉은부리갈매기 등 갈매기류들이 주류다. 삼호 대숲을 중심으로 겨울 한 철 울산의 하늘을 수 놓는 떼까마귀떼도 장관이다.
 태화강에서 가장 많은 겨울철새를 볼 수 있는 곳이 태화강 하류지점이다. 태화강과 동천이 만나면서 모래가 퇴적돼 생긴 깨끗한 모래톱이 곳곳에 있고, 여기에 사람들의 손을 피해 웃 자란 갈대들은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적격이다.
 

   
태화강 하류 학성교 주변에서 발견되는 천연기념물 201호 고니.

 이곳에서 가장 친근하고 익숙하게 여겨지는 것이 오리들이다.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알락오리, 고방오리, 쇠오리, 비오리, 옥부리오리… 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각양각색이다. 이중 가장 평범한 모양새를 가진 종은 알락오리이다. 혼머리 오리는 가슴이 붉은 깃털이 있고, 머리가 짙푸른것은 청둥오리다.
 이들 오리들은 규모는 적지만 떼를 지어 함께 어울려 물보라를 그리며 유유히 헤엄친다. 가끔 먹이를 잡느라 물속에 고개를 쳐 박는 모습이 재미있다. 겨울 햇살 위를 날개 짓하는 그들의 한가로움이 마음의 평화를 안겨준다.
 

 울산항의 짠물이 섞이는 이곳엔 갈매기의 군무도 볼 만하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는 붉은부리갈매기다. 붉은부리갈매기는 태화강 대공원과 삼호섬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밖에 괭이갈매기, 재갈매기도 태화강의 겨울을 수놓는다.
 이곳에서는 또 물닭과 뿔논병아리, 붉은머리 오목눈이, 흰죽지, 검은머리 흰죽지 등도 쉽게 볼 수 있다.
 수백 마리의 철새들이 오랜만에 따사로움이 느껴지는 모래톱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중이다. 중구 쪽 둔치에서 운동을 하던 이가 무심히 철새들을 보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풍경이다. 
 

   
태화강 하류 얕은 물가에서 노는 고방오리떼.

 태화강 대공원 쪽에도 많은 철새들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붉은부리 갈매기들 비롯한 갈매기류와 물닭,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붉은머리 오목눈이 등도 관찰된다고 한다.
 태화강 대공원과 삼호에 이르는 구간에는 전선 줄에 앉은 까마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까마귀의 종류는 떼까마귀 갈까마귀 큰부리까마귀 등 4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질녘 태화강 주변 벌판에서 먹이를 취하다 해질 무렵 태화강 대공원과 삼호대숲 인근을 찾는 까마귀떼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하지만 해마다 한꺼번에 몰리고 있는 까마귀떼는 이들 지역 주민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태화강 철새 얼마나 될까
청주대 박용목 교수와 이기섭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소장 등이 지난해 발표한 '태화강 철새 서식지 보전 및 관리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태화강에서 관찰된 조류는 겨울철새 50종, 여름철새 22종, 텃새 28종, 통과철새 27종 등 모두 127종이다.강원 남대천 100종, 한강 하구 95종, 인천강 74종, 전남 탐진강 71종, 경남 섬진강 69종 보다 훨씬 많다.
 

 이 가운데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은 12종이다. 멸종위기 1급은 노랑부리백로와 매 등 2종이고 멸종위기 2급은 고니 큰기러기 물수리 솔개 참매 말똥가리 등 10종이다. 태화강 여름철새는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등 7종으로 2월부터 모두 4,000여 마리가 날아와 번식기를 거치면 7,000여 마리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 남대천 100종, 한강 하구 95종, 인천강 74종, 전남 탐진강 71종, 경남 섬진강 69종 등이다.
 

   
해질녘 노을과 함께 잡은 까마귀떼.

 겨울이 시작된 지난 12월 울산시가 모니터링한 겨울철새는 47종 4만6,327마리나 된다.
 태화강 상류인 언양 반천 지역에는 붉은 머리 오목눈이,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24종 373마리가 발견됐고, 선바위 주변에는 청둥오리와 논병아리, 알락오리 등 14종 696마리가 겨울을 나고 있었다.
 중류쪽 삼호섬 일대에는 흰뺨 검둥오리, 쇠오리,알락오리 등 16종 644마리, 태화강 대공원 인근에서는 떼까마귀 4만2,000마리를 비롯해 붉은부리갈매기, 흰죽지 등 4만3,499마리, 태화강 하류 학성교 아래에는 물닭, 흰뺨검둥오리, 홍머리오리 등 35종 3,316마리가 터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개체수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11년 겨울 42종 3만3,750마리, 2010년 겨울 27종 2만7,268마리에 비해 종과 개체수 모두 늘어난 것이다.
 

#태화강 철새관찰은 이렇게
다른 지역과는 달리 태화강 철새도래지는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새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유달리 경계심이 강한 철새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철새들은 약간의 소리에도 도망가거나 숨어버리므로 관찰 할 때는 조용히 움직여야하고, 쌍안경을 준비하면 좀더 세밀한 관찰을 할 수 있다. 
 

   
오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태화강 겨울철새학교'에 참가한 학생들.

 특히 어느 정도의 기본지식을 가지고 새들의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그들의 특징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예를 들면 주로 생활하는 곳, 먹이를 잡을 때의 습성이라든가 새를 구별하는 키포인트인 부리와 두 번째 날개깃의 모양이나 색깔을 관심 있게 살펴보면 흥미롭다. 자연의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철새의 특성상 해 뜨는 시간이나 해질 무렵이 철새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환경단체에서 주관하는 탐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태화강 철새를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다.
 지난달 말(1월 26일)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매주 토요일 열리는 '태화강 겨울철새학교'는 전문 강사로부터 태화강 겨울철새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저녁 무렵 태화강 대공원과 삼호대숲 일대를 수놓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의 군무도 관찰할 수 있다. 글=강정원기자 m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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