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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까마득하게 먼 기억이
강처럼 흐르는 곳 어딘가를 누르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벌판 한복판
말안장에 얹혀진 돌덩이 하나
늘어진 신경 끝으로
죽은 장미의 검붉은 체액이
길을 내고 있다
 
전생의 마지막 귀가다
푸른 늑대의 유령이 달 없는 밤에만 나타나
여자의 붉은 살을 뜯는다는
계곡을 지나며
살아 숨쉰다는 안도에
호흡이 불규칙해지면,
별은 무리지어 이마에 박히고
접신하는 주술사처럼
동물의 이빨을 목에 건 모래바람이
삽시간에 눈과 귀와 입을 막는다

아프다, 관자놀이 가까이 머물며
비속한 쾌감을 즐기기 위해
끊임없이 강언덕에 화살을 날리는
전생에 관해
유감스럽다거나 '제발'이라는
단순함 외에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것은
펄떡이던 강물이 메마르며
뜨거운 공기가 헉!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다, 아프다
네가 짚고 간 길을 따라
아무리 짚어도
계속 허청대는
지상에서의 삶.

■ 돌아보면, 산다는 것 자체가 강과 같은 흐름의 연속이기에 유속이 빠르던 젊은 날 허둥대고 허청대기 일쑤였다. 돌아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몸 안의 물길…심장 가까운 부근에서부터 미세혈관까지 내가 스치고 지나온 전생을 되짚어 오르다 만나는 나 자신은, 결국 돌고 돌아 지금의 나와 많이 다르지 않다. 우연이든 숙명이든 나와 연緣했던 순간 순간들을 짚어내는 일은 그래서 아프고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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