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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곧 물질적 풍요라는 인식이 점차 팽배하더니, 이제 어린아이들의 사고까지 잠식했다. 무섭고 잔인한 일이다. 게다가 행복에 집착하다 보니 행복 불감증에 걸려 일상 속에서 주어지는 사소한 행복의 가치도 잃어버렸다.


 욕망의 종착점은 물론 행복이다. 욕망에 대한 만족은 기쁨과, 기쁨은 행복과, 행복은 거의 모든 것과 동등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만약 이 연결고리 중 하나가 잘못된 것이라면?


 저자는 "실제로 욕망=만족=기쁨=행복이라고 하는 논리의 연결 마디마디가 명백히 거짓"이라고 말한다. 욕망이 늘 만족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만족은 종종 우리의 기대보다는 덜 기쁜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짧다. 기쁨을 성취했다 해서 행복이 오지는 않는다. 대부분 기쁨의 순간은 기껏해야 우울함과 우울한 증상에서 벗어난 잠시의 기분 전환일 뿐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끔찍한 고통을 더욱 강화시키기도 한다.


 서점에는 행복해지는 방법에 관한 책들이 넘쳐난다. 심리학자 존 슈마허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학원, 행복캠프, 행복클럽, 행복강좌, 행복여행, 행복워크숍 등이 도처에 널려 있다. 대학들은 행복을 연구하고, 개인의 행복은 큰 사업이며 모두가 행복을 사고판다. 녹아내리고 있는 이 지구에서 말이다"


 저자는 물질적 풍요를 맹신하는 이기적인 행복주의자들이 빚어낸 사회적 폐단과 현대인들이 직면한 삶의 추악함을 가감 없이 들춰낸다. 특히 현대인들이 만들어진 이미지에 갇혀 잘못 알고 있거나,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예컨대 보통 흙집에서 살면서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하는 히피들이 친환경적이고 도시인들은 환경파괴 주범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고지식하고 오래된 문화적 반사 반응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나무가 풍부한 교외를 계획하고, 그 곳에서 사는 이유는 자연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는 대상은 진정한 자연이 아니라 귀찮은 것을 제거한 자연, '자연 죽이기'다. 그래서 저자는 오히려 인공적이고 변형된, 밀도 높은 도시의 삶이 친환경적인 삶이라 주장한다. 도시는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떼어놓아 환경재앙과 문화재앙을 막을 기회를 늘려 주니 말이다.


 이처럼 저자는 행복을 이야기할 때 인문학적 고찰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역사, 문학, 철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건축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어 현대사회의 문화코드를 정리한 인문학 개론서에 가까운 책을 완성해 냈다.


 결국 이 책은 '행복'을 어떠한 대상이나 행위가 가진 가치를 온전히 누리고, 그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독자들이 내릴 행복의 정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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