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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세종대왕이다. 한글을 창제하기 위한 세종대왕의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우리의 글과 말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세종대왕 다음으로 한글하면 떠오르는 현대사의 인물은 주시경 선생과 최현배 선생이다. 두 사람은 나라 잃은 설움과 압제에도 불구하고 한글을 말살하려는 일제에 맞서 한글학회를 창립하여 한글을 지키고, 한글을 보급하는데 앞장섰다.

 주시경 선생이 언문이라 불리던 한글의 제 이름을 찾아주었다면, 최현배 선생은 말과 글에 얼을 더함으로써 한글을 목숨에 비유했다.
 한평생 한글을 목숨같이 여기며 독보적인 한글사랑을 펼쳐온 외솔 최현배 선생의 출생지가 우리 울산이라는 것은 울산 사람이라면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보편적인 상식이 되었다.

 외솔 선생의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건립하게 된 것은 최현배 선생의 생애를 조명하고, 한글사랑을 계승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또한, 한글축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작년에 한글문화예술제를 개최한 것도 이 같은 목적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한글문화예술제는 한글에 문화와 예술은 물론 디자인의 개념을 입혀 산업적 측면에서도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 그리고 가능성을 드러낸 좋은 행사였다는 것이 중평이다.
 외솔 최현배 선생이 보셨다면, 자신이 생애를 바쳐 지키고자 했던 한글이 창조적으로 계승되고 발전되고 있는데 대해 흡족해하셨을지 모른다.

 그런 한편으로 한글이 왜곡되거나 변질되어 사용되고, 세계화 국제화라는 미명 아래 한글이 천대받는데 대해서는 마뜩찮아 하실지도 모를 일이다.
 '칼라풀 대구'니 '다이나믹 부산'이니 '하이 서울'이니 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알리는 상징문구에도 어김없이 한글보다는 영어가 자리를 잡고 있다. 울산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울산 포유'를 울산의 브랜드 슬로건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른 지역은 모르지만 적어도 외솔 최현배 선생 덕분에 한글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울산은 올바른 한글을 사용하는 모범적인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울산이 진정한 한글특별시가 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최근 울산박물관은 시민들에게 조금 더 친숙한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박물관 강당에서 팝페라 가수를 초청한 공연을 열었다. 그런데 콘서트의 명칭이 'Museum Saturday Concert'였다. 박물관 토요 콘서트 정도로 해도 될 것을 굳이 영어를 사용해야 콘서트의 품격이 올라가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의 '모닝콘서트'나 '스위트콘서트' 등도 같은 맥락에서 진지한 검토와 대안이 필요할 듯하다. '뒤란'같은 좋은 명칭을 더 많이 발굴하고 활용하는 노력이 아쉽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울산박물관과 울산문화예술회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당수의 공공기관들이 외국어와 외래어, 신조어를 활용하는데 앞장서면서 정작 한글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지엽적인 지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말과 글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공공기관이 영어 만능주의에 빠져 한글을 홀대한다면 한글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것이다. 

 유엔세계지적재산권기구는 이미 2007년 한국어를 아홉 번째 국제공용어로 채택했다.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세계인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에 반해 오히려 한글을 지키고 보전해야 할 우리는 한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주저하고 있음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해는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부활되었다. 공휴일 지정이 갖는 의미는 한글사랑을 생활속에서 실천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을 것이다. 한글을 목숨처럼 여겼던 외솔 최현배 선생을 배출한 도시답게 울산은 한글사랑을 보다 선제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울산이 진정한 한글특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범 시민적인 운동을 전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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