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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암각화의 가치성을 새삼 말할 것은 없지만 그 진가를 인식 하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1980년대 초, 유네스코에 보고된 인류가 흔적을 남긴 지구상의 주요 지역 바위그림류의 수는 약 4,500만 점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는 바위에 새긴 암각화, 물감으로 그린 암채화를 비롯해서 움직일 수 있는 자그마한 돌에 새긴 지닐예술품도 포함 되고 있다. 나타나고 있는 그림의 종류는 주로 사냥을 대상으로 삼은 동물그림이거나 그들이 사용한 도구, 주술적 요소가 있는 의례적 행위를 표현한 것, 신의 모습, 또는 생활상의 모습을 나타낸 것, 생산의 기원을 그린 성행위의 그림등이 대부분이다. 표출된 형태는 인간 생활의 지역적 특성이 잘 나타나 있어 인류 문화의 흐름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인류가 머문 곳곳에는 의례 바위그림이 있다. 문자가 없던 시절, 그들은 그림으로 그들의 뜻을 그려 놓았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지금의 문자 역할과 같은 표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남긴 바위그림으로 당시 그들의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흔적이다.

 반구대암각화는 이들 바위그림 가운데도 차별화 되는 중요한 암각화이다. 지구상의 대부분 암각화가 육지 동물, 또는 내륙 생활상을 표현한데 반해 반구대는 육지 동물과 함께 바다 동물인 고래를 주로 표현 해 놓았다. 고래그림에는 고래잡이의 흔적이 있다. 고래를 잡기 위한 배, 작살, 부구등 근대 포경에 쓰던 도구가 그대로 그려져 있다. 이들 도구는 소재만 바뀌었을 뿐 모양은 근대 포경의 것과 거의 같다. 반구대암각화의 제작 연대가 6000여년 전이라면 이미 그때 완벽한 포경법을 완성 했다는 얘기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새겨진 배를 유심히 보면 통나무를 그대로 파낸 배 라기보다 판재를 사용한듯한 유선형으로, 고래잡이 할 때 고래에 접근해 신속한 회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선박제작술이라 할 수 있다. 이들 고래잡이 도구와 선박제작술은 당시 선사인들의 생활상은 두말할 것 없고 도구 개발의 지적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지금으로 치면 최첨단의 장비라할 수 있다. 태화강 유역의 선사인들은 상당 수준의 지적 능력으로 선진 생활을 한 집단으로 볼 수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육지동물과 바다동물이 함께 새겨져 있어서 당시 사냥의 대상을 알 수 있을 뿐만아니라 이에 따른 식생활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바위 한면에 수백, 수천년의 시차를 두고 새긴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자연 변화에 따른 인간의 식생 변화를 함께 유추할 수 있는 반구대암각화 바위 한면의 가치는 수백권의 기록문에 비할 바 아니다. 아직까지 반구대암각화 연구는 진행형이다. 암각화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연계 연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암각화연구는 여느 유적보다도 주변 환경을 중요시 한다. 암각화의 연구는 주변의 자연환경은 물론 생태학적 연구가 함께 행해진다. 반구대 주변은 이미 댐이 조성된 관계로 자연환경이 변형된 상태이지만 그래도 기존 지반의 변형은 심하지 않다. 언제라도 담수를 포기하면 자연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주변의 지세변형을 유발할 때는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여 후 대의 지속적 연구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암각화 보존의 신중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곡천 일정 구간은 암각화 제작 당시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유지 되도록 해야한다. 유네스코 잠정등록도 반구대암각화만이 아닌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되어 있지 않은가. 여기에 인위적 시설을 한다면, 현대의 중지를 모은 보존책으로 암각화 자체의 보존은 가능할지언정 이에 버금가는 주변환경의 변형이 염려스럽다.

 포르투갈의 포츠코아 암각화군의 보존 실례가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은 그들의 과감한 결단으로 댐을 포기한 나머지 암각화가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암각화가 인류의 자산임을 깨닫고 이의 보존책을 강구하여 박수를 받았다. 반구대의 경우, 포르투갈과는 같은 여건은 아니지만 물 문제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중지를 모아 해결했다. 우리는 어떤가, 문화재 보호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물 문제 해결에 대한 국가의 미온적 태도가 불만족스럽다.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성을 보이면 물 문제도 해결될 것이고 주변의 자연 변형도 없을 것이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세계의 암각화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고래를 잡던 지혜로 대곡천의 보존책을 마련하여 후손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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