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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이 낮의 태양, 일력 문화 중심이라면 동양은 밤의 달, 음력문화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동양권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음력문화는 양력 새해맞이와 해맞이보다 음력 새해맞이와 보름의 달맞이에 의미를 더 갖는 것에서도 확인 된다. 대표적 음력 달밤문화는 정월의 달집살이와 팔월의 강강술래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밤인 어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잠자는 것 외 달리 생각할것이 없다. 그러나 지혜로운 우리 조상은 계절과 연관된 만월의 경험을 통해 달빛이 가장 밝은 십오일의 보름달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달밤문화를 창출했다. 보름달은 만월로 빛을 반사하는 달 표면이 가장 넓게 나타나기 때문에 밝다. 밝은 달빛의 현상은 자연계에서 매월 반복하며 일년에 열두번을 반복한다. 이러한 자연계 현상을 조상은 정월과 팔월을 대표적으로 선택하여 문화적으로 적절하게 활용했다. 정월 '대보름'과 팔월 '한가위' 라는 명칭에서 확인된다.

 정월 '대보름'은 한 해를 시작하여 맞는 첫 번째 보름이며, 팔월 '한가위'는 추수를 끝내고 맞는 첫 번째 보름인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명절의 중심에는 '첫=처음'과 '보름달'이 합쳐진 '대보름'과 '한가위'의 첫보름달 문화인 것을 알수있다. 이러한 첫 문화는 첫째, 첫사랑, 첫키스, 첫날밤 등 '첫=처음'을 상징적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달집살이와 한가위의 강강술래 문화를 창출한 것도 달빛을 활용한 조상들의 지혜에서 비롯된 특별한 상생과 원융의 수단으로 볼수 있다. 상생은 달집살이의 치솟는 불꽃에서에서 찾을 수 있으며, 원융은 등근 보름달을 닮으려는 강강술래의 연희방식에서 확인된다. 팔월 한가위에는 등장하지 않는 정월 대보름에 행하는 달집살이의 본질은 음양화합의 상생의 의식에서 비롯됐다.

 강강술래가 음의 기운만을 상승시키는 한가위 놀이라면, 달집살이는 달인 음과 달집살이의 양의 결합에서 오는 즐거움과 생산의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의식인 것이다. 대보름 항아(姮娥)의 둥근 모양은 생명의 텃밭인 여성(♀)으로, 동녘에서 떠오르는 순간 원추형 달집살이의 화염(火焰)은 생명을 잉태시키고자하는 남성(♂)의 역동적 행동인 것이다. 또한 대보름의 달집살이는 자연물 달빛인 월광(月光)과 인공물 달집살이의 일광(日光)이 합쳐져 최상의 밝음인 광명(光明)을 생성시키는 것이 본질이다. 화합은 즐거움과 풍요와 평화가 있으며 결과는 잉태이다. 잉태는 생산으로 연결되며, 생산은 풍요이다. 달과 달집살이로 관계 지은 것은 최상의 달빛인 둥근 정월 대보름달빛은 음이되며, 뽀족한 원뿔형 달집살이에서 치솟는 불꽃은 양이된다. 과거 달집에는 동쪽으로 문을 내었다. 그속에는 달이 뜨오르기 직전까지 신혼부부 혹은 애기를 갖지 못한 부부가 작은 상에다 정한수를 올려놓고 신부는 앉고, 신랑은 서서 조용히 기다린 사례에서도 확인 된다. 이러한 풍속은 음의 달과 달집살이의 양이 만나는 것을 부부의 합환으로 전도한 것이다. 음양의 합환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했기 때문에 달이 뜨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달집에 불을 붙이는 행위도 결국 확실한 잉태를 위한 적절한 타이밍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산업사회로 전환된 현실의 정월 대보름 달집살이는 본질을 망각한 채 송액영복, 토정비결 보기, 월령기원무, 더위팔기, 쥐불놀이, 연날리기, 제기 만들기, 불꽃쇼, 타로점 보기, 달맞이 노래자랑, 달맞이 콘서트, 초청가수공연 등 시대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용되었다.정월 대보름문화는 농경시대 농촌의 논경지에서 집집마다 전곡을 내어 비용을 충당하며 우순풍조, 풍요 등 풍년을 기원하는 집단적 의식. 의례적 성격이 강했다. 그후 점차 산업시대로 접어들면서 풍물, 강강술래 등 답습의 대보름문화가 일부 전승되고 있으나 집단의 풍년보다는 개인의 액운쫓기, 건강기원 등 도시에서 축제적 성격이 강한 행사로 변천했다.

 달맞이와 달집살이의 병행은 우연이 아니라 단합과 풍요와 화합을 위한 방법으로 철저하게 계산된 우리 조상이 창출한 지혜의 산물인 것이다.
 올해도 도시의 정월대보름 행사에는 작은 달집이 등장하고, 화재예방을 위한 소방관과 소방차가 대기하며, 지역 대표자들의 차서를 알 수 있는 착화봉이 면봉같이 누워있었다. 밝은 달빛과 양의 달집살이의 상생은 어둠을 상징하는 행, 성냄, 경쟁, 흐림 등 삿된 기운을 물리치며 밝음을 상징하는 행복, 웃음, 화합, 맑음 등 경사를 맞이하는 것이다. 등잔불 심지를 올리는 것과 횃불을 높이 드는 것은 모두 밝게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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