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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창단한 신생 팀인 스나이퍼 회원들이 올해 지역 리그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동천강 둔치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울산 2006년 팀 첫 창단해 현재 8개팀 300명 활동
스나이퍼 작년말 창단한 신생팀이지만 실력 탄탄
침체된 테니스볼 야구 사회체육 자리매김에 노력
부상 당할 염려 없어 온몸으로 게임 즐길 수 있어

태화강과 동천강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봄을 어지간히 시샘하던 지난 주말. 북구 명촌동 리비에르 아파트 앞 둔치에서는 성인 야구팀(?)의 훈련이 한창이다. 하지만 아무리 지켜봐도 성인 야구팀 연습장에서 흔히 들리는 '깡~'하는  익숙한 알루미늄 배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비슷한 소리를 내는가 싶어도 강변의 바람소리에 금방 묻힐 만큼 소리가 작다. 자세히 보니 투수가 던지는 공이 녹색의 테니스공이다. 그렇다. 이들은 진짜 테니스공으로 야구를 한다.

#테니스공야구협 전국 회원 7,000명 넘어
어릴 적 녹색의 털공(테니스공)으로 야구게임을 해 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어른들이 이 말랑말랑한 공으로 야구를 한다고 하면 '에이~ 설마'하며 빈정거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털공야구는 지난 2002년 '전국테니스공야구협회(KTBA)'를 결성한 후 회원을 7,000명이상 거느린 엄연한 스포츠 종목이다.
 

   
▲ 스나이퍼 김준구 감독과 회원들이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팀 미팅을 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지난 2006년 '마구마구'팀이 처음 창단 된 후 현재 8개 팀에서 300여명의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스나이퍼, 카이즈, 마구마구, 블랙호크, 크로크다일, 포티니즈, 쪼아, 로얄패밀리.

#올해 리그 10일 첫 경기 9개월 대장정
이들은 오는 10일 첫 경기를 시작으로 11월말까지 팀당  32게임을 치르는 9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날 찾은 팀은 지난해 12월 창단한 신생팀 스나이퍼(감독 김준구)다. 사전 조사를 위해 인터넷 카페를 열어보니 견공이 저격용 총을 조준하고 있다. 공을 던지는 이와 이를 받아치는 이 모두 필요한 고도의 집중력을 재미있게 묘사해 두었다.
 
스나이퍼는 비록 신생팀이지만 감독과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존 팀들이 결코 얕잡아 볼 일이 아니다.
 
우선 김 감독은 중학교 시절 포항에서 엘리트야구를 한 진짜 야구인이다. 그는 사회인 야구를 계속하다 테니스볼야구의 매력에 빠진 후 지난 2006년 초창기 울산 테니스볼 리그 원년멤버인 '마구마구'를 결성하고, 감독을 맡았다. 2008년 울산리그를 만들었고, 이듬해인 2009년 부산리그에 함께 참가해 '마구마구'를 2위에 올려놓은 명장이다.

#김준구 감독 리그 활성화 위해 팀 창단
김 감독은 지난해 초 개인사정으로 '마구마구'를 나온 후, 주춤거리는 울산테니스볼야구리그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신생팀 창단에 나섰다. 기존 팀에 기여하는 것도 좋겠지만, 팀을 늘려 리그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신문광고를 보고 찾아 온 이들을 규합해 스나이퍼 팀을 창단한 것은 지난해 12월 초. 이제 창단한지 3개월 남짓 밖에 되지 않지만 현재 회원수가 35명이나 된다. 연습게임이 있는 날이면 20여명의 회원들이 함께 땀을 흘린다.
 
김 감독은 대부분 테니스볼 야구를 처음 접하는 회원들이지만 올해 리그에서 상위권 진입을 이루고, 조만간 울산 테니스볼 야구 리그의 최강자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김 감독은 "침체된  테니스볼 야구 울산리그를  재건하고, 한명 두명 사라져가는 테니스 볼 야구인들을 다시 운동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우선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생팀이라고 우습게 보겠지만, 이번 리그에서 우승제조기의 진면목을 보이겠다"면서 "반드시 상위권에 들어 기존 팀들이 더욱 분발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감독이 올 시즌 성적에 대해 큰 소리를 치는 이유는 나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투·타 모두 자신…올 리그 상위권 목표

   
▲ 테니스볼 야구는 부상 위험이 없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스포츠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라는 속설이 테니스볼 야구에서도 통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투수로 활약할 손성호(32), 김광민(31)회원에 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둘 다 사회인 야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선수로 최고 구속 130내외를 가진 정상급투수이기 때문이다. 일반 야구의 투수와 포수간 거리(18.44m)보다 짧은 16m에서 이뤄지는 이 정도의 구속이면 상대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없다. 여기에다 두 선수 모두 빠른 직구 외에도 테니스공으로도 커브까지 구사할 수 있어 '무적'에 속한다.
 
타자 중에서는 테니스볼 야구 초보지만 탁월한 운동력을 가진 김상희(29), 박종수(33)회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태권도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상희 선수는  팀 창단 후 신입회원 모집과정에서 발굴한 보물이다.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연습장을 들렀던 김 선수는 연습 첫 게임, 첫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하는 등 탁월한 운동감을 뽐내며 일약 팀 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박종수 회원은 고기 체인점인 '육병장' 대표다. 비싼 장비를 구입해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지만 초보티가 나는 바람에 밴치 신세를 면치 못하다 흥미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테니스볼 야구를 시작한 후 다칠 염려 없이 온몸으로 게임에 임하면서 점차 팀의 주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경우다.
 
김 감독은 요즘 이 겁없는 새내기의 타격폼을 교정하고, 수비력을 집중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종수 회원은 "처음엔 말랑(?)하게 생각했는데 경기를 직접해보니 장난이 아니예요. 하지만 다칠염려 없고,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약이 덜해 취미 생활로는 그만입니다"며 테니스볼 야구의 매력을 자랑했다.

#가정과 운동 양립 가능한 팀 분위기 정착
스나이퍼 야구단은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 연습을 한다. 토요일은 시간이 되는 회원들 중심으로 주로 개인기술을  키우고,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함께 하며 실전 연습을 통해 팀플레이를 익힌다. 오랜 기간 리그를 치르다보니 자칫 가족에 소홀할 수 있어 훈련 참가 여부는 회원 개인의 자율의사에 따른다.
 
스나이퍼팀의 모토는 '생활에서 만난 또 다른 가족'이다. 회원 모두 가족처럼 지내지는 뜻도 있지만, 회원 각자의 가족을 함께 챙기자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시합 때면 가족과 연인들이 꼭 함께 하도록 주문한다. 특히 한 달 4번의 일요일 중 한 주만큼은 가족에게  봉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가족들이 멀리하는 취미활동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하는 취미로 만들자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특히 울산테니스볼 야구인들이 사회체육단체로 공인을 받았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현재의 팀 수와 회원으로는 공인을 받기엔 많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적어도 각 기초단체별 팀을 만들고, 회원들을 1,000명 수준으로 늘려나간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테니스공 야구는 기존 야구와 공만 다를 뿐 수준면에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함께하면 금세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라며"2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팀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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