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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운이 만연한 태화강대공원에서 한 시민이 멋진 풍광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즐겁게 자전거를 타고 있다.

태화강의 봄은 기자에게 있어 소박하지만 특별한 기억을 담고 있다. 3년전에도 딱 이런 바람냄새가 났다. 당시 생소하기만했던 태화강대공원을 다시 걸으니 그 때의 기억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꼭 글감을 찾아내겠다며 대공원 곳곳을 걸어다녔다. 다양한 꽃 씨앗을 뿌리며 봄을 여는 봉사자들도 봤고 산책하던 아주머니도 만났다. 일자리를 잃었지만 다시 시작해보겠다던 아저씨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새해 사주를 봐주겠다며 점심값 1만원을 내놓으라던 할머니까지 기억이 났다.
 기자에게 처음 만난 태화강대공원은 많은 사람들이 봄을 맞이 하는 그런 곳이었다.
 동물들이 봄기운에 놀라 겨울잠에서 깨어난 다음날. 태화강대공원의 만물도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겨우내 쓸쓸한 갈색빛을 띠던 잔디밭도 제 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봄날씨에 기운이 나는지 나무가지도 한껏 기지개를 폈다.
 
   
많은 시민들이 태화강변을 따라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산책에 나선 시민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다. 형형색색의 외투를 입고 팔을 휘저으며 신나게 강변을 걷는다. 표정들도 밝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라디오 DJ와 대화하는 청년, 지난밤 있었던 집안일에 대해 수다를 펼치는 아주머니 둘, 은빛머리칼을 휘날리며 힘차게 걷는 할아버지까지. 매끈한 피부를 자랑하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은 평소 운동에 소홀한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하루 30분이라도 걸으며 봄을 맞이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직 찬기운은 남아있었다. 손이 시려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 걸었다. 완연한 봄은 언제쯤 시작하려나하고 무작정 걸었는데, 걷다보니 또 봄이다. 후끈한 열이 몸에서 올라온다.
 아직 화려한 봄꽃은  피지 않아 눈은 호강할 수 없지만 신체가 느끼는 봄은 시작됐다. 사람의 성장이 신체에서부터 시작해 머리까지 서서히 진행되듯 봄을 맞이하는 것도 같은가 보다.


#만회정에서 내려다본 태화강 절경 일품

그러고보니 몇해전 태화강하류에 정자가 세워졌다는 소식이 생각났다. 만회정이라는 이름만 들었을뿐 지금까지 지나쳐왔는데 오늘이 날인가보다. 지도도 보지 않고 무작정 걸었는데 다행히도 찾기 쉬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산책을 하던 한 어르신이 한숨 돌리고 싶은지 신발을 벗고 정자에 올라섰다. 태화강을 바라보는 어르신의 뒷모습에서 이 정자를 지은 박취문 선생이 떠올랐다. 태화강 정취를 느끼고자 건립한 박취문 선생의 뜻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무 아래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민들.

 만회정은 박취문 선생이 낙향 후 1600년대 말에 내오산에 건립한 정자로 1800년대까지 이어지다 조선말기에 소실된 것으로 전해진다.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는 "내오산은 태화진의 서쪽 수리(數里)쯤에 있다. 작은 언덕이 강에 닿아 있고 경치가 그윽하며 묘하다. 만회정이 있는데 부사 박취문(朴就文)이 지은 것이다. 정자의 앞에는 가늘고 긴 대숲이 몇 무(畝)가 있고, 아래에는 낚시터가 있으며 관어대(觀魚臺)라는 3글자를 새겨 놓았다"며 만회정의 조성 연혁을 전하고 있다.
 

 원래는 정면 3칸, 측면 2칸 전면툇마루, 중당협실형, 팔작지붕 등으로 고증됐으나 조성에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통칸으로 건립됐다.
 현판은 박계숙, 박취문 부자가 작성한 부북일기(울산시 유형문화재 제14호)에서 집자해 작성됐다.
 만회정은 태화강 하류를 내다보기 적당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포토존으로도 적합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태화강의 절경을 카메라에 담아갈 수 있도록 사진찍기 좋은 명당을 바닥에 표시해뒀다.
 

#오전10시부터 5시까지 추억의 뗏목 체험
태화강의 봄을 즐기기는 방법은 산책 이외에도 또 하나 있다. 추억의 뗏목이다. 태화강전망대에서부터 십리대숲 입구까지 태화강을 가로질러 건너는 추억의 뗏목은 지난 1일부터 체험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처음 운항한 이 뗏목은 같은 해 11월까지 남구 태화강전망대에서 중구 십리대밭까지 4,300회 운항하며 2만7,000여명의 시민을 실어 날랐다.
 가로 2.5m, 세로 3.5m 규모의 뗏목은 대나무를 엮어 만든 것으로 탑승 정원은 뱃사공 2명을 포함해 10여명이다.
 약 130m의 줄을 잡아당겨 태화강을 건너는 데 5분 정도 걸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중구 십리대숲 인근 태화강변에 '봄의 전령' 버들강아지가 하얀 솜털을 드러내며 탐스럽게 피어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이날도 추억의 뗏목을 타보고자 하는 주민들이 잇따랐다. 중년의 아주머니는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며, 20대 딸은 생소한 체험에 신기해하며 뗏목에 올랐다. 두둥실 물 위에 떠있는 보트를 타는 기분과 다르다. 천천히 노를 저어가며 반대편으로 건너가는데 저 멀리 울산 도심이 한눈에 보인다.
 뗏목에서 내리면 십리대숲 입구가 바로 보인다. 십리대숲 안은 다소 찬 기운이 돌지만 초록빛으로 사방을 수놓은 대숲을 돌기만해도 봄이 느껴진다.
 저벅저벅 앞으로 힘차게 걸어가는 아주머니가 벤치 앞에서 갑자기 멈췄다. 그러더니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곧게 뻗은 대나무의 의연함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십리대숲'
지난해 10월에는 십리대숲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했는데 '시민들이 뜻을 모아 지켜냈고 이후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이용과 보전의 측면에서 가치 있는 숲'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십리대숲은 태화강변을 따라 약 4.3㎞(10리)에 걸쳐 대나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태화지구(9만9,700㎡)와 삼호지구(5만3,000㎡)로 구분되며 태화지구는 시민들이 대숲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대숲 산책로'와 '죽림욕장',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대나무 63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나무 생태원'이 조성돼 있다.
 특히 삼호지구 대숲은 원시상태를 그대로 유지해 여름에는 백로류 7종에 8,000여 마리, 겨울에는 떼까마귀, 갈까마귀 4만6,000여 마리가 대숲을 찾아 전국 최대 규모의 도심 속 철새 도래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이 태화강대공원 초화류단지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을 틔운 봄초화류를 가꾸고 있다.

 오는 5월께면 태화강대공원 일대는 아름다운 봄꽃이 수를 놓는다. 지난해 5월동안 선보인 봄꽃향연에서는 약 20만명이 봄꽃의 향기를 만끽했다.
 봄꽃 축제를 준비하는 근로자들도 이날은 즐거워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는데도 기쁨이 느껴진다. 멀리서 보람이 담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심은 씨앗들이 훗날 아름다운 봄꽃단지로 변한다고 상상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단다.
 태화강의 봄은 이제 시작이다. 산책을 하는 시민들도, 뗏목을 저으며 관광객을 맞이하는 뱃사공도, 꽃을 심는 근로자들도 싹을 틔운 나무를 보기만 해도 기뻐하고 있었다.
 3월의 어느 멋진 날, 우리는 일상속에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글=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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