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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식량 수급의 패러다임은 잉여생산에서 부족한 시대로 전환되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식량부족 현상은 식량 생산의 안전한 증가세임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 중심의 인구증가와 중국과 같은 신흥국가들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식품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식량의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식량 수급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무엇보다도 안정적 식량생산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해서는 식물병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식물병은 말 그대로 식물이 정상적으로 생육하지 못하고 환경적인 측면과 병원균의 영향으로 이상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식물병은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피해중 하나는 1845년에 아일랜드에서 발병한 감자역병이다.

 당시의 감자역병으로 전체 인구 800만 명중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기근으로 죽어갔으며, 15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미국과 같은 신대륙 이민으로 인해 전 인구의 1/3을 잃었다. 또 다른 역사 속 식물병의 예는 1943년 인도의 뱅갈지방에서 발생한 벼 깨씨무늬병이다. 그로 인해 200만 명이 기아로 사망했으며 벼 가격의 상승으로 식량 구입이 어려워지자 농촌거주민들이 일자리와 쌀을 구하기 위해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처럼 역사 속에서 식물병으로 인해 인류가 받은 피해는 상상 그 이상으로 많다. 전세계적에서 식물병으로 인한 수확량의 감소는 조사기관에 따라 변동 폭은 있지만 최근 조사된 보고서에 의하면 매년 10~16% 수준이며, 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작물의 병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약 3조원에 달한다.

 이렇게 큰 피해를 주는 식물병이 발생하는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요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작물을 동일한 토양에 지속적으로 재배하는 연작, 그리고 두 번째는 척박한 산성토양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병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병 저항성 품종이 다양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식물병 발생 형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재배환경이 변화에 따라 변모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이상 기후들로 인해 새로운 식물병이 발생하고 온도상승으로 인한 병발생 지역이 확대되거나 북상하는 사례도 세계 여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식물병 방제를 위해 약제방제, 토양환경 개선과 전통 육종 방법을 이용한 병저항성 품종 개발 등으로 식물병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식물병 발생은 새로운 형태로 다양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식물병을 막기 위한 방법 중 약제방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지만 반복되는 약제사용으로 약제 저항성 병원균의 출현으로 효과가 반감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으며 환경보호와 같은 문제로 이용 가능한 약제 등록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식물 병을 막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는 병저항성 품종을 육성하고 보급하는 것이다. 이는 환경보호와 생산자의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긴 하지만 병원균의 변이로 인해 식물의 병저항성이 무력화되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가장 잘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앞서 말한 병저항성을 무력화 시키는 병원균의 변이와 여러 가지 병원균에 대해 함께 병저항성을 나타내는 복합적인 병저항성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통교배 육종기술과 생명공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으며 특히나 생명공학 분야에서 여러 실험을 통해 토마토에서 복합적 병저항성을 확인 한 바가 있다. 이제 이러한 복합적인 병 저항성 품종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병원균과 식물, 그 둘의 상호반응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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