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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밸런타인 데이가 되면 연인들은 초콜릿 선물과 사랑 고백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뜨지만 지구촌 다른 한 편에선 밸런타인 데이 선물을 만드느라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쁜 초콜릿>은 달콤함 속에 감춰진 초콜릿의 '쓰디쓴' 역사와 현실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인 캐럴 오프는 캐나다 언론인으로, 걸프전과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 분쟁 현장을 누볐으며 다큐멘터리 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 세계 카카오 원두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왜 전쟁과 아동 노동착취가 끊이지 않는지, 허시, 마스, 캐드베리 등 거대 초콜릿 업체들은 어떻게 초콜릿 산업을 발전시켰는지 등 결코 달콤하지 않은 초콜릿의 역사를 살펴본다.


 초콜릿의 역사는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3천여 년 전 중앙아메리카의 올메크족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를 액체 상태인 음료로 마셨으며, 걸쭉하게 요리해 흥분제 겸 영양제로 먹기도 했다. 막대 또는 판 형태의 고형 초콜릿을 처음 개발한 것은 아스텍인들이었다. 고형 초콜릿은 물에 녹여 먹도록 만든 휴대용 음식이었으며, 원정을 떠나는 병사들에게 영양을 공급했다.


 저자는 시대와 지역별로 초콜릿의 형태와 맛은 제각각이었겠지만 안 변한 한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초콜릿은 지위가 낮은 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특권층이 소비하는 사치품이란 사실. 수천 년간 지배계급의 초콜릿에 대한 갈망은 하급계층의 고된 노동에 의해 채워졌다.


 올메크족 여인들은 지배자들에게 카카오 음료를 바쳤으며 마야와 아스텍 문명에서도 초콜릿은 지배층의 사치품이었다. 마야 귀족들은 초콜릿 음료에 꿀을 넣어 달게 먹었으며, 아스텍 사회에선 카카오 원두가 화폐로 쓰였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문명을 파괴하고 수많은 자원을 약탈해 갔다. 그중엔 초콜릿도 포함돼 있었다. 마야인들은 그들을 식민지배한 스페인을 위해 카카오를 재배해야 했다. 유럽 상류층 사회에서 초콜릿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멕시코를 비롯해 과테말라, 벨리즈, 브라질 등에 카카오 농장이 우후죽순 생겨났으며 아프리카인들이 카카오 농장으로 대거 끌려갔다.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초콜릿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이어진다. 거대 초콜릿 업체들은 카카오 가격을 낮게 책정해 아프리카 아이들을 중노동에 몰아넣는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초콜릿 맛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카카오 농장에서 생계를 위해 온종일 노동에 시달린다고 저자는 폭로한다. 코트디부아르에서 판형 초콜릿 한 개 값은 아이 한 명의 사흘치 품삯보다 더 비싸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기쁨을 만들어내려고 힘겹게 일하는 아이들은 정작 그런 즐거움을 전혀 알지 못한다. 카카오를 따는 손과 판형 초콜릿을 집는 손, 이들 둘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다"고 저자는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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