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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추위가 유난했던 모양이다. 3월의 햇살이 여간 따사롭지 않다. 산불이라는 불청객만 없었더라면 '찬란한 봄'이었을 텐데. 도깨비에 홀린 불이 길길이 날뛴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봄 전령'을 찾아 나서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언양 국도변에서 바라본 화장산 곳곳이 검은 검댕이로 변해있다. 하지만 그깟 산불이 이미 와 버린 봄을 막을 순 없다. 그을린 둥치에서도 곧 새싹이 파릇파릇 돋을 것이고, 5월 이면 예전만 못하겠지만 검댕이를 걷어낼 만큼 녹색의 풀들이 자랄 것이다. 그때쯤이면 산불 때문에 절망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뒤늦은 봄이 올 것이다.
통도사 홍매화는 열매 맺기 싫어 꽃부터 피운다. 겨울은 견뎌내느라 바싹 마른 가지에서 절정이라는 꽃을 피운다. 절망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홍매화 한 떨기라도 볼 수 있다면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글=강정원기자 mikang@ 사진=이창균기자 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