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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리랑카에서 온 서른넷 켈룸 프레산가 입니다.
 낯선 울산에서 가족들과 둥지를 마련한지도 어느덧 12년이 흘렀습니다.
 처음엔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생소하기만 했던 한국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병원이나 경찰서를 돌며 통역 일을 하였고, 온산공단에서 주야간 교대근무를 경험하기도 하였답니다. 요즘은 온산 지역에서 여행사를 차려 어엿한 지역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말도 잘 한다는 소리도 듣고 매운 김치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할 지경입니다. 무엇보다도 된장찌개의 구수한 맛을 느낄 줄 아는 진정한 한국 사람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조금 무료해질 시점에 생각도 못했던 경험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작년 12월 29일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울산 울주경찰서 온산외국인자율순찰대가 만들어지고 제가 부대장으로 위촉된 것입니다.
 한 달에 3~4회씩 울주군 온산지역을 순찰대원들과 함께 순찰하는 봉사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때로는 어렵고 힘들 때도 있지만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작은 힘이지만 지역 곳곳의 범죄예방 순찰활동으로 외국인들의 범죄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설립목적에 부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보니 내가 살고 있는 온산이라는 동네가 자랑스럽게 여겨지고 자부심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작년 연말이었습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밤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울산지방경찰청장님과 울주경찰서장님과 함께 순찰을 하게 된 것입니다. 경찰활동, 외국인들의 생활상 등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렵게만 느껴졌던 경찰업무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경찰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함께 범죄예방순찰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른 단체들의 봉사대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되었습니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오해로 가끔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팠습니다.
 스리랑카 근로자 순찰대원들과 각종 단체의 봉사원들과 함께 순찰활동을 하면서 대화를 통해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줘 쉽게 습득이 되었습니다.
 평소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주변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한국 사람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일부 편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힘들어하는 다른 외국인들에게 알려주고, 그런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제대로 된 복지단체를 운영했으면 하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저는 '울산-스리랑카 커뮤니티'를 통해 전문적인 봉사단체를 만들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설 명절에도 '스리랑카문화축제'를 울주군민실내체육관에서 열어 스리랑카 근로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르기도 하였습니다.
 설 명절임에도 울주군시설관리공단과 울주경찰서 외사계, 교통계 직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무사히 마치게 된 것에 대해 깊은 감사 말씀드립니다.
 저를 비롯하여 모든 대원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업이 빠듯하지만 온산 외국인자율순찰대 부대장으로서 더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겠습니다.
 외국인이라고 달리 생각하지 말고 친근하게 다가와 주시고 칭찬과 격려를 많이 보내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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