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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생명체는 수명이 있으며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수명이 다하면 죽는것은 자연의 섭리, 순환의 원리인 것이다. 사람도 나이가 들어 쇠약하여 자연사에 가까워지면 식욕이 감퇴되며 움직임도 싫어진다. 움직임이 적어질수록 근육은 약해지며 결국 '노환 별세'라는 부음 한 장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수명이 다한 떼까마귀의 행동도 사람과 다를바 없다. 지난 이십일 동안 좀처럼 체험할 수 없는 떼까마귀의 생명 연장에 대한 가치 있는 경험을 했다.

 한 달 전 오전 7시경 임암리 과수밭의 키 작은 감나무 가지에 앉은 떼까마귀 한 마리를 발견했다. 떼까마귀는 겨울철새로 주로 무리를 지어 먹이 활동을 한다. 사람의 접근에 예민하여 순간적으로 일제히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발견된 떼까마귀는 한 마리인 것도 이상했지만 키작은 나무의 선택도, 10여분이 지나도 날아가지 않는것에서 충분한 관찰의 대상이 됐다. 어슬프게 날아 땅에 곤두박질치는 것을 서너 발자국만에 쉽게 포획했지만 막상 잡고보니 예리한 부리로 손 등을 연신 쪼아 됐다. 하지만 이리저리 몸상태를 살펴보니 이미 노화로 인해 탈진한 상태였다. 이러한 개체는 월동기에 가끔씩 발견된다. 노화로 인해 자연사가 가까운 개체는 몇가지 신체 및 행동적 특성에서 결정된다.

 첫째, 먹이를 먹지 않는다. 실제 죽은 성조의 모래주머니를 절개해보면 대부분 모래주머니가 비어있다. 둘째, 부리는 거칠며 검은색 몸빛은 윤기 없이 퇴색됐다. 유조의 부리는 매끄러우며 검은색 몸빛은 윤기가 있어 말끔하다. 셋째, 부리 기부의 하얗게 보이는 나출된 피부는 윤기없이 거칠다. 유조의 기부는 나출되지 않고 깃털로 덮여 있다. 성조가 되면서 깃털은 자연스럽게 빠져 피부가 드러난다. 넷째, 어설프게 난다. 새는 나는 것이 생명력이다.

 손 아귀에 구속된 떼까마귀도 앞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개체는 자연환경뿐 아니라 사람의 보살핌에서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자연사한다. 어쩌다 발견된 자연사 주검은 야행성 동물에의해 심하게 훼손된 상태이다.

 물과 볍씨를 넣어준 케이지의 떼까마귀는 자연에 회귀하려는 야생의 본능으로 구석구석을 쪼아 됐다. 오후에 살펴보니 볍씨의 양이 줄었다. 또한 바닥에는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는 않았지만 두 개의 배설물도 확인됐다. 살겠다는 희망이 보여 케이지속에 손을 넣어 잡아 보았다. 손등을 쪼아대는 부리의 힘이 강했으며, 울움소리도 컸다. 순간 생명을 연장시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마른 볍씨를 물에 담갔다. 떼까마귀는 볍씨를 주로 먹으며 마른 볍씨보다 젖은 볍씨를 선호하는 생태적 습성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케이지의 공간이 넓은 것으로 바꾸어 화단으로 옮겼다. 보다 넓은 면적의 흙을 접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횃대를 설치해 주니 뛰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조금지나자 구석을 돌아다니며 부리를 벌려 땅을 파헤치면서 이따끔 먹이도 찝어 삼키는 현장도 관찰됐다. 그날밤 또다른 경험을 했다. 한밤중에 갑자기 떼까마귀의 울음소리가 파열음으로 연거푸 들렸다. 뛰쳐나가보니 케이지 곁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쫓아버리니 울음은 금세 그쳤다. 떼까마귀의 울음은 고양이의 출현에 대한 경계의 소리였던 것이다. 들어와 불을 켜니 새벽 2시였다.

 그 후 다른 날짜와 시간에 두 번의 경험을 더 했다. 이십일 가량 자연사를 앞둔 떼까마귀의 관찰에서 몇가지 과학적 자료를 축적했다. 첫째, 떼까마귀는 밤에도 침입자를 발견할 만큼 시력이 좋다. 둘째, 황조롱이 등 포식자가 나타나면 일체 울지 않는데 비해 침입자를 발견하면 경계 울음을 크게 냈다. 셋째, 스스로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 먹을 때 도와 주어야 한다.

 미물인 떼까마귀에 대한 생명 연장의 노력은 이제 한번에 0.3그램 정도의 배설물에서도 확인된다. 떼까마귀가 케이지에서 하루이상을 살수있는것도 기적이다. 이러한 연구관찰은 새로운 가치 있는 경험으로 값진 자료의 축적이 아닐 수 없다.

 탈진한 떼까마귀의 관찰을 통해 '노환별세'를 비교케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 떼까마귀는 자연으로 날아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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