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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야, 너는 어디로 가니
나는 강가에 살고
너는 강을 넘나들며 사는데
통성명이 없구나
도시를 등지기는 마찬가지인데
제 문지방을 넘지 않는구나
서로 학명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지만 
나도 너의 흰 빛과 날개를 흠모하는데
너는 내 기척에
도도하게 날개를 펴고 날아갈 뿐
그래, 너는 문 너머에 살아라
나는 문 안에 갇혀 지내는 데 익숙하니
강가를 기웃거린 내가 잘못이다

■ 나는 강가에 산다. 물새들을 매일 만난다. 백로나 왜가리 같이 큰 새들은 의젓하게 강물에 발 담근 채 몇 십 분간 꼼짝 않고 물고기를 기다린다. 그야말로 산수화 한 폭이다. 그러나 다가가면 날 거부한다. 강가에 살기는 마찬가지인데, 많이 섭섭하다. 결국 강의 문지방을 사이에 두고 더 이상은 다가오지 말라는 말씀! 그와 나 사이에 도사린 갭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벽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있는 것인데, 맑디맑은 백로야 더 말해 무엇 할까. 마음을 주다보면 관심이 지나쳐 기다림이 생기고, 쓸데없는 확인까지 하고픈 덧없는 욕망! 문지방 너머, 강 건너에 사는 백로를 상대로 나는 어느새 그리움을 키웠던 것일까.
 약력 - 동국대. 중국 북경 중앙민족대학원 졸업. 1997년 『현대시학』등단. 2008년 《나의 시에게》펜번역문학상 수상. 시집 <광화문 쟈콥><넘치는 그늘>, 번역시집 <문혁이 낳은 중국현대시> 등 펴냄. 한국시인협회 회원, 월간『우리시』편집위원. poetrykim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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