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자제 촉구를 위해 울산을 방문한 박찬종 전 국회의원이 26일 본사에서 이지근 편집국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임성백기자

 지난 14일 울산을 방문해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자제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던 박찬종 전 국회의원이 26일 또다시 울산을 찾았다.
 박 전 의원은 이날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가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개최한 '한미FTA 체결저지 동시파업계획철회 범시민촉구대회'에 1만5천여명의 울산시민들과 함께 참석해 노조의 파업철회를 촉구했다.
 이 행사에서 특히 박 전 의원은 "일본 자동차가 앞서가고 중국이 따라오고 있는 현실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할 현대차가 노조의 파업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는 절대 안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행사 참여 전 본사를 방문한 박 전 의원과 이지근 편집국장의 대담을 간추려 싣는다.

 

 ■이 국장 = 몇 일전 울산을 방문했을 때 "울산시민들이 파업을 막아달라"는 호소가 26일 범시민촉구대회의 단초를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현대차 파업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박 전의원 = 지난 1999년 일본 게이요대학에 방문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일본에서 본 한국경제를 살펴보았다. 한국은 GDP의 70%가 수출에서 나오며, 수입도 대부분 수출을 위한 것이다. 수출이 안 되면 곧바로 한국경제의 위기가 온다. 자동차는 우리나라 수출의 간판이며, 한국 자동차는 곧 '현대차'다. 자동차의 위기는 울산경제에 직격탄을 줄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 치명상을 입힌다. 이 때문에 FTA가 자동차 유·불리를 떠나 현대차는 파업하면 안된다. 수출을 해야 현대차도 존립한다. 현대차는 FTA에 신경쓸 때가 아니다.
 
 ■이 국장 = 가뜩이나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 "한미 FTA반대 파업은 '업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차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박 전의원 = 연간 800만대 자동차 생산능력을 갖춘 일본은 내수가 절반을 차지한다. 일본 4천만 가구가 10년에 한번씩 차를 바꾼다고 가정해도 연간 400만대를 내수로 소비한다. 그러나 한국은 전체 1,300만 가구가 소비할 수 있는 자동차가 연간 100만대에 불과하다. 경상도 말로 "쌔빠지게' 팔아봐야 100만대 남짓이다. 결국 수출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시장에서 현대차는 가격경쟁력 상실과 신뢰도 하락으로 일본차에 밀리고 있으며, 중소형차부문에서도 중국의 급속한 추격을 받고 있다. 현대차 경영진들이 두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로 현대차의 '샌드위치 위기'는 심각하다.
 이제 현대차는 노사가 힘을 모아 가진 모든 잠재력을 총동원해 훨씬 앞서 달리고 있는 도요타를 추격해야 하고, 뒷따라오는 중국과 간격을 벌여야 할 때다.
 
 ■이 국장 =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생각한다면 정몽구 회장이 사회환원키로 한 1조원을 현대차에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은.
 ■박 전의원 = 정몽구 회장이 '벌 받는' 뜻에서 내놓기로 한 1조원의 사회공헌기금도 결국 현대차에서 나온 것이다. 현대차가 일본과 중국에 밀려 존폐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 이 기금은 마땅히 현대차에 쓰여져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망하면 국가경제가 망한다. 현대차를 살리는 것만큼 더 큰 사회공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현대차의 기술개발, 생산성 향상, 연구비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국장 = 울산의 가장 큰 문제는 불법파업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현대차 파업사태를 국정 최고문제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박 전의원 = 현대차 파업은 단순한 노사문제가 아니라 국가위기이므로 당연히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28일 범시민촉구대회에 지역출신 국회의원이 한 명도 안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지역 의원들도 찬·반 태도를 명확히 해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울산경제에 불똥이 떨어져 있는데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더불어 대통령 후보 한 명쯤은 울산에 내려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국장 = 마지막으로 현대차 노사에 당부할 말은.
 ■박 전의원 = 미국자동차 산업의 몰락은 '파업' 때문이다. 파업하면 브랜드 가치가 자꾸 떨어져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는다. 현대차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다. 노사가 '바지선'을 붙여 기울어지는 '현대호'를 바로세우는데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물론 경영자 쪽이 더 많은 양보와 노력을 해야 한다. 도요타의 무파업을 현대차도 뒤따라야 한다. 정리=정재환기자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