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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보다 효율적인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다. 효율적인 가격이란 팔고자 하는 사람과 사고자 하는 사람의 의사와 정보를 충분하고 정확하게 반영한 가격을 의미한다. 이렇게 결정된 가격은 다시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전달돼 합리적인 소비와 적정한 생산의 기준이 된다. 만약 시장가격이 왜곡되거나 투명하지 못하면 생산과 소비에 관한 의사결정이 잘못되고 자원 배분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

 20여년 전 울산 지역 공영도매시장인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을 설립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산지와 소비지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라 도매시장 유통기능의 위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일부 현실에 대한 과장 또는 오해의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유통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시장 외부의 유통환경이 상류 중심에서 물류 중심으로 전환되고, 대형화·체인화된 대량 소비처의 선진화된 상품 구매 수요에 따라 유통체계의 변화와 더불어 물류혁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고비용 저효율의 물류구조, 도·소매 혼재로 인한 도매기능 취약, 저온저장시설 등 현대적 시설의 부족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어 시설현대화 혹은 이전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시급하게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 1990년 문을 연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은 대지면적 4만1,305㎡에 연면적 2만4,757㎡으로 인근 부산 엄궁농산물도매시장(대지면적 15만4,000㎡)이나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대지면적 15만1,654㎡)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설도 낙후됐다.

 농산물 유통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지방도매시장의 유통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및 유통주체의 의식전환이 매우 절실한 상황인 것다.
 특히 울산 백년대계 차원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시장 내 유통종사자를 고려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울산지역 농산물도매시장은 앞으로도 지역내 농산물 유통을 선도하는 대표적 공영도매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울산시는 시설현대화사업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크고 작은 갈등과 문제들에 대해 이해당사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지혜롭게 풀어 나가야 한다.
 시설현대화 혹은 이전사업은 또한 철저하게 시장의 전체 '파이(거래규모)'를 키우고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이용편의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시설현대화 혹은 이전사업을 통해 아무리 물류를 혁신하고 시설을 개선해 명품시장으로 거듭나게 한들 농민과 소비자들에게 출하 및 구매선택의 범위를 확대시켜 주지 못한다면 사업의 당위성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또 도매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유통주체의 영세성 극복을 위해서는 규모화를 통한 적극적인 유통 효율성 추구 노력이 필요하다. 법인은 산지 수집의 적극성을, 중도매인은 분산의 원활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규모화야말로 유통주체의 능력과 역할을 배가시켜 나갈 수 있는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특히 현재 독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법인의 추가 입점 등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규모화하고 경쟁력을 키워나가려는 적극적인 의식 전환의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산지와 소비지의 변화, 특히 규모화·다양화·전문화되고 있는 소비지 유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배려가 중요하다.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라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이 어려운 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시설 현대화 및 이전, 유통 주체 역할 확대 등 도매시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근시안적 시각으로 농산물 유통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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