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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신화마을 회관 앞에서는 조촐한 잔치(?)가 열렸다.
 갑자기 닥친 불길에 몸만 빠져나와 모든 것을 잃고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하던 주민들에게 몸이라도 편히 쉴 수 있는 임시주택 마련을 기념해 입주식이 열린 것이다.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산불피해 복구에 도움을 준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처럼 신화마을의 봄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지난 3월 9일과 10일 울주군 상북과 언양 일대를 집어삼킨 화마(火魔)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바로 신화마을이었기 때문이다.
 불타버린 집과 가재도구를 보며 오열하던 주민들의 모습 지금도 눈에 선하다.
 시름에 빠진 주민들의 마음을 모두 녹이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그곳에도 봄은 찾아오고 있었다. 재기를 위한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한 봄이 말이다.
 

 입주식에서 "마을을 송두리째 태워 먹은 이장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라며 도움을 주신 분들께 큰절을 올리는 이장님.
 하루빨리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보답해 나가겠다는 그의 다짐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다.
 사회 각계의 정성 어린 지원과 따뜻한 격려가 큰 버팀목이 되어 산불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고 있다.
 

 마을을 찾은 손님들 하나하나 반갑게 맞이해주는 주민들의 얼굴빛도 며칠 전 임시주택 청소봉사를 위해 찾아뵈었을 때보다 많이 밝아진 모습이었다.
 원망스럽던 하늘도 이날 입주를 축하하듯 올 들어 가장 좋은 날씨를 선물해주었다.
 마을을 비추는 봄볕의 따사로움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필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 달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주민들이 절망하지 않고 하루빨리 일어설 수 있도록 참으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적극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 군, 경찰, 공무원 등 4,500명의 인력을 뿐만 아니라 피해복구에도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1,500여 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많은 성금도 모였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적극적인 모금 운동으로 11억 1,150만원이라는 큰 성금이 접수됐다. 성금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등 현물지원도 18건 8,800만원에 달한다.
 산불 이재민에게 한끼가 될 라면이라도 사주라며 쑥과 나물을 캐서 판 돈을 기부한 할머니의 가슴 뭉클한 사연에서부터 울산지역 대기업들의 통 큰 기부에 이르기까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참으로 많은 분들이 피해주민들에게 나눔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또 주택을 무료로 설계해 주겠다는 건축사협회, 새 주택을 짓는데 이윤을 남기지 않고 보유 중인 자재와 장비를 지원하겠다는 대한전문건설협회 울산시회까지 모두가 피해주민들을 도우려 나서고 있다.
 짧은 기간 산불처럼 번진 사랑,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아름다운 마음에 정말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기쁨은 나눌수록 두 배가 되고 슬픔은 절반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기적의 셈법, 또는 나눔의 셈법이라고 한다.
 1보다는 2분의 1이, 2분의 1보다는 4분의 1이, 나누면 나눌수록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셈법.
 나누면 작아진다는 수학의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비밀의 법칙이 피해 주민들과 폐허가 된 마을을 하루가 다르게 옛 모습으로 돌려놓고 있다.
 또 어려울수록 더 단합하는 지역의 정서와 어려움 극복에 함께하는 울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산불보다 더 뜨거운 사랑에 동참해주신 모든 분께 21만 울주 군민을 대신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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