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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삶이 사라진 자리에도 봄은 왔다.
 한때 어구를 손질하고 물고기를 잡던 시간들은 잊혀졌다.
 그 터전에 공장을 짓고 시간은 종잡을 수 없이 바쁘다.
 유채꽃 한무리 곱게 핀 바닷가에 선다.
 햇살 찰랑이는 처용암 위로 봄햇살이 따사롭다.
 천년전 홀연히 뭍으로 건너 온 처용의 이야기가 아지랑이로 피어난다.
 
 곱지못한 도로를 건너 개운포성에 선다.
 세죽마을이란 지명조차 낯설게 한  공장들이 빼곡하다.
  '본래 내 것이것만 빼앗긴 걸 어찌하리'라는 그의 노래처럼
 아득한 시간 처용이 간 길로 사람들은 고향을 떠났다.
 세죽사람들은 처용의 아량처럼 상실을 받아들였다. 
 오늘, 그 관용의 길에 봄빛이 완연하다.
   글·사진=김은혜기자 ryusori3@

   
▲ 공단에 둘러싸인 처용암 전경. 상실을 받아들이고 스산함이 익숙해진 이 마을은 아내를 잃고도 노여워하지 않은 처용의 마음가짐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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