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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를 감시·견제하는 지방의회가 예산안 심사를 포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울산시의회 제101회 임시회 마지막 날인 27일 본회의를 통과한 3천933억원 규모의 제1회 시 추경예산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경제 분야 예산이 소관 상임위의 '보이콧'으로 제대로 된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확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인은 단일사업에 투입되는 1천400억원짜리 예산의 처리를 놓고 빚어진 상임위와 의회 수뇌부간의 알력다툼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시의회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이번 추경안에 대한 각 상임위별 예비심사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계수조정을 앞두고 의견조율을 위한 김철욱 의장과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박천동) 소속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비롯됐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1천400억원에 달하는 신일반지방산업단지 조성 사업비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사업실패 시 대책 등을 따지지 않고 넘어간 산건위의 처리방식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뒤 특정 의원의 개인 처신문제까지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분위기가 험악한 상황에까지 치달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산건위 위원들은 김 의장이 의장의 품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처신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땐 예산안의 계수조정을 보이콧하겠다며 실력행사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원칙에서 벗어난 문제점을 지적했을 뿐 사과할 일은 없다"고 맞섰고, 예고한 대로 산건위는 계수조정 보이콧을 실행으로 옮겼으며, 결국 시의회 내부의 자중지란으로 의회 본연의 역할과 책임인 예산심의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빚고 말았다.


 이 때문에 이번 제1회 전체 추경예산의 60%에 달하는 2천344억원의 경제 분야 예산이 소관 상임위인 산업건설위원회의 계수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원안 통과되는 이변을 낳았다.
 시의회 사상 상임위의 예산안 심사에서 삭감액 '제로(0)'라는 결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산업건설위의 추경예산안 심사 보이콧으로 울산시 경제통상국과 건설교통국, 도시국, 농업기술센터, 종합건설본부, 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무소, 차량등록사업소 등 경제 분야 예산은 원안 가결돼 예결특위로 넘겨졌으며, 상임위의 심사결과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방침을 세운 예결특위에서는 총 2천344억9천여만원의 예산중 경제정책과의 민간보조금 800만원만 유일하게 삭감하는 선에서 예산을 확정했다.  최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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