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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아닌 이성에게 눈을 돌리는 불륜은 인간의 전유물일까. 한 때 새는 대표적인 일부일처제 동물로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바람둥이가 많다.


 붉은날개지빠귀 암컷은 남편의 둥지가 아무리 안락해도 은밀히 혼외교미를 시도하는 새로 분류된다. 바람피울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먹이를 찾거나 둥지를 청소하는 게 나을 텐데 굳이 외도에 에너지를 쏟는 이유는 뭘까.


 존 올콕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책 '다윈 에드워드 윌슨과 사회생물학의 승리'에서 사회생물학에 대한 비판을 조목조목 재반박한다.


 혼외교미는 인간뿐만 아니라 여러 동물이 보이는 진화적 행동의 하나라는 것. 붉은날개지빠귀 암컷은 혼외교미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는데도 번식 성공도를 높이려 옆 동네 수컷에게 눈을 돌린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일부일처제를 하지 않는 붉은날개지빠귀 암컷의 혼외교미 파트너가 암컷의 새끼에게 여분의 음식을 주거나 포식자로부터 보호해줬다면, 파트너를 여러 명 거느리는 성향을 가진 암컷은 그렇지 않은 암컷보다 더 많은 자손과 유전자 사본을 남겼을 것이라는 설명을 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과거 암컷들의 성적 정절의 차이가 종의 진화를 결정했을 것이다.


 저자는 강간 같은 민감한 주제도 사회생물학이라는 도마 위에 올린다.


 페미니즘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위협하려는 '힘의 행사'로 강간을 시도한다고 보지만 저자는 강간에서 '성적인 동기'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강간이 범문화적으로 나타나며, 사막풍뎅이 같은 곤충도 강간을 시도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진화적 접근을 모색한다.


 책은 이처럼 사회생물학이 인종주의나 성차별, 우생학 등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에 하나하나 재반론을 펼치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특히 실제 연구 사례와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사회생물학에 관한 핵심 오해사항들을 다룬다.


 저자는 최신 동향을 반영해 사회생물학은 윌슨 개인의 새로운 이론이다, 사회생물학은 인간의 행동을 주 관심대상으로 삼는다, 사회생물학은 인간과 다른 동물의 행동을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비교한다 등의 주장이 오류라는 것을 보여준다. 성적 질투심, 여성의 아름다움, 남녀 성의 차이, 부모 자식 간의 관계, 강간, 간통, 집단학살 등 인간을 주제로 한 여러 사례들을 설득력 있게 분석하고 과학과 이데올로기적인 반론에 정변으로 맞서고 있다.


 집단 학살, 외모 지상주의, 아동학대 등을 '자연스러운 본능'의 일부로 봐야할지 '반(反)문화'라는 잣대를 들이대야 할지 고민거리를 던지는 책이다. 2001년 나온 책을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와 김산하 에코과학부 연구원이 함께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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