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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갤러리 옆에는 엄명주 관장이 지난 10년간 작업실로 써온 '봉기요 도자기 공방'이 붙어있다. 엄 관장은 이 곳을 전시장과 연계한 체험시설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그의 오랜 동료이자 공방장인 구자춘씨가 도기를 만들고 있다.

부부 도예가 전시장·작업장·카페 함께 운영
주인이 직접 설계한 건물은 세련된 기품 갖춰
가족단위 도예 체험 공간으로 꾸며나갈 계획
임랑해수욕장·간절곶 등과 연계한 명소 기대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켜고 봄바람 따라 길 나서기 좋은 계절이다. 전국의 산하가 연둣빛 실록으로 넘실대는 4월, 흐드러진 배꽃으로 물든 울주군 서생면 역시 절정을 맞았다. 그런 이 곳에 지난 13일 자연을 그대로 닮은 도예 갤러리 한 곳이 생겼다. 울산에서 도자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한 엄명주 도예가 부부가 주인장인 이곳은 갤러리 외에 작업장, 카페 등이 함께 들어서 있어 봄나들이 나선 연인, 가족들이 찾기에 제격이다. 갤러리 가는 길목 만날 수 있는 임랑 바다의 너른 품과 푸른 기운이 주는 상쾌함은 덤이다.

#푸른 바다를 품은 열린 갤러리에로의 초대
울산 고속도로를 타고 장안IC를 빠져나와 14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보면 마치 시간을 면제받은 듯한 곳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좁은 도로 위 작고 허름한 옛 시절 그대로의 가게들이 그렇고 제 할일을 하는 마을 사람들의 한적해 보이는 표정이 그렇다.
 
조금 더 달리다보면 오른편으로 임랑 해수욕장이 펼쳐지는데 봄날 오후, 푸르른 바다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그저 장관이다 . 곧이어 고리원자력본부를 지나 영산교로 빠지니 도 갤러리(울주군 서생면 명산리 859-4)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 건물의 설계부터 내부 단장까지 엄 관장이 2년간 공을 들인 도 갤러리.


 
그렇게 18일 찾은 도 갤러리. 도예가 엄명주(54) 관장이 직접 설계했다는 건물 외관은 현대적으로 지어져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들어선 갤러리 내부. 왼편 따로 마련된 카페공간에서 풍겨 나오는 그윽한 커피향이 실내를 채우고 있었다.
 
"여길 찾아오시는 분들을 보면 갤러리라고 해서 왠지 들어가기 꺼려졌다가 카페가 있다는 얘기에 선뜻 들어오게 됐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커피 한잔씩 하신 뒤 전시장을 둘러보시고 나면 그제서야 아 갤러리가 이렇게 편안한 곳이네요하고 말씀하시는데 앞으로도 저희 갤러리가 그런 편안한 문화공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넓은 카페 창 넘어로 보이는 야외정원 일품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부인 이진희(50)씨의 얘기다. 이 카페엔 경력 13년차 바리스타인 최순옥씨가 직접 내려주는 다양한 핸드드립 메뉴부터 라떼 및 스콧 등의 사이드 메뉴를 만날 수 있다. 까페 내에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건 외관 창밖 조성된 야외정원. 차를 한 잔 마시는 동안 내다보이는 이 창밖 풍경에는 관람객들이 그림감상에 지친 눈을 쉬어갔으면 하는 엄 관장의 따뜻한 배려가 묻어난다.
 
도 갤러리 내부에는 어디하나 엄 관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외부에 조성된 야외 도예작 전시장부터 곳곳에 놓인 화분들, 심지어 건물 내 도기 조각이 포인트가 되는 바닥재와 화장실 내부 벽까지. 일일이 그의 손길이 닿아있다. 이 건물이 주는 따뜻함은 어쩌면 그런 소소하고 세심한 손길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1층 전시장 도예 전문 갤러리 면모 제대로 갖춰

   
▲ 주인장 부부의 따스한 미소는 엄 관장이 빚은 도예작품과 닮았다.


이어 오른편에 위치한 1층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도예전문 갤러리의 면모가 드러난다. 전시장에는 엄 관장이 울산문화관광상품공모전 등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을 비롯해 지난 30년간 작업해온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는데 원하면 구매도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최근 생활방식에 맞게 변화한 다양한 도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특히 가벼운 도기 찻잔, 도기 스탠드 등 실용적인 작품들이 인기가 많다.
 
엄 관장은 "오시는 분들이 작품을 보시고 난 뒤 제가 그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더 재밌어하실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그 장점을 살려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하고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도자 체험도 할 수 있는 재미있고 유쾌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어요. 바로 옆에는 제가 10여년간 사용했던 도자 공방도 있거든요"라며 앞으로의 바람도 전했다.

#서양화가 초대전 마련해 작품 감상 기회도 제공
또 2층 전시장은 그가 지역의 젊은 신진 작가나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는 서양화가 장용규씨의 개관 초대전이 열리고 있어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서 장 작가는 '삶은 형태이며, 형태는 삶의 방식이다'는 앙리 포시용의 한 철학처럼 일련의 시간이나 공간을 선과 도형 등 딱딱한 형태로 표현해 대조를 이루는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부산출신인 엄 관장은 도기산업이 한창 활발하던 80년대부터 90년대 후반까지 부산에서 도예회사를 운영하다 산업이 쇠퇴의 길을 걷던 지난 10년전 이곳에 내려와 '봉기요 도자기 공방'을 차렸다. 그러면서 언젠가 도예전문 갤러리를 하나 열겠다고 오랫동안 계획하다 지난 2년전부터 본격적으로 건물 설계 및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그렇게 2년간 외관 벽재부터 내부 마감자재 하나까지 일일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구상한 공간.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 곳을 전시공간, 유휴 편의시설, 체험시설, 숙박공간 등 관람객의 하루 일정을 모두 책임질 수 있는 문화체험 테마공간으로 엮어나가고 싶어요. 그 계획에서 이번 갤러리 개관은 첫번째로 꿴 단추일 뿐이죠. 그러려면 앞으로 자금을 많이 모아야겠지만(웃음). 이곳은 일대에 임랑해수욕장이나 간절곶, 옹기마을 등 연계할 명소가 있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울산이나 인근 부산, 경북권의 많은 시민들이 즐겁게 자연속에서 예술을 느낄 수 있는 일탈의 공간이 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공방에는 도기작업 10년 세월 고스란히 자리
실제 들어선 봉기요 도자기공방에는 공방장 구자춘씨가 한창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지난 10년의 세월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수만 점에 이르는 도기들이 세상에 태어날 순간을 기다리는 듯 그곳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것 있으면 하나 골라보라"는 얘기가 정겹게 다가왔다.
 
때로 이곳을 찾는 이들은 그에게 접근성이 좋았으면 더 많은 이들이 자주 찾았을 것이라는 푸념을 전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럴때면 이곳만의 매력을 이렇게 얘기한다.
 
"시내에 있는 문화공간들은 인테리어도 접근성도 이곳보다 훨씬 좋을 순 있겠지만 딱 하나 '자연'이 빠져있습니다. 그런점에서 봄이면 배꽃이 만개한 들판을 만날 수 있고 가을이면 고즈넉한 산새가 그대로 느껴지는 저희 갤러리는 자연속에 있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자연 속에 들어앉은, 그리하여 자연을 품은 도 갤러리가 앞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선사할 휴식과 위안이 기대되는 이유다. 문의 239-8700

□도 갤러리 찾아가는 길

1. 해운대·울산 고속도로 이용시
해운대, 울산고속도로 끋 장안IC 끋 14번국도 끋 장안산업단지 끋 한빛사택 끋 영산교 앞 좌회전 끋 200M 앞 도갤러리 끋스타스콥CC
 
2. 울산에서 국도 이용시
진하해수욕장, 간절곶 끋 31번 국도 끋 서생 끋 명산삼거리 우회전 끋 300M 끋 영산교 앞 우회전 끋 200M 앞 도갤러리 끋스타스콥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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