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 시민들은 영천을 새로운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을 듯 하다. 한때 경주나 포항으로 몰렸던 여유자금이 영천 쪽으로 이동했다.
 경마공원 등의 말 관련 인프라와 곳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울산과 1시간 남짓한 생활권의 영천은 울산 사람들의 마음을 무던히도 홀렸다.
 투자처를 찾기 위해 혹은 한약재를 찾기 위해 영천을 자주 찾은 사람들이라면 사시사철 색다른 매력을 가진 이웃 소도시의 매력을 조금은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포은 정몽주가 낚시를 즐겼다는 연못 위 조옹대에서 바라본 임고서원 전경. 수령이 500년된 은행나무(왼쪽)를 기준으로 오른쪽 두 채가 구 서원이고,  그 옆이 최근 새로 조성한 영광루(전면 문루)등이 갖춰진 신 서원이다.

#정몽주의 고향 임고

영천시 임고면은 '동방성리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포은 정몽주가 태어난 곳이다. 
 포은의 고향 임고는 고속도로를 통해 영천으로 진입한 후 시가지를 남동쪽으로 우회하는 도로를 거쳐 영천~포항 국도를 통해 갈 수 있다.
 시가지에서 3사관학교 가는 길 가운데쯤, 영천댐과 보현산 천문대를 알리는 이정표를 보고 북쪽으로 5분 남짓 더 들어가면 임고면이다.


#포은 충절 기린 임고서원

임고면의 너른 들에는 이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와 사과 꽃이 막 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거친 철사줄을 칭칭 감고 있는 포도나무 줄기에도 새 순이 막 돋았다.
 임고면 앙향리 면사무소 가까이 가면 '동방리학지조'라는 표지석이 발길을 잡는다. 고려의 충신 포은 정몽주 선생(1337~1392)의 충절을 기리는 임고서원(기념물 제62호)이다. 
 

   
유물전시관에 전시된 포은 정몽주의 영정과 한시.

 포은은 이방원이 '하여가'통해 조선 건국에 함께 할 것을 권했지만, '단심가'를 통해 쓰러져가는 왕조에 대한 충절을 택했다. 그는 결국 선죽교에서 이방원에 의해 최후를 맞는다.
 하지만 그의 충절은 후대의 모범이 되기 충분했고, 조선 성종 때 사성공 정종소가 사당을 지어 포은을 봉양하다가, 그 후 명종 8년(1553)에 퇴계의 제자 노촌공 정윤량과 생원공 정거, 김응생, 노수가 임고서원을 건립했다. 이때 퇴계 이황이 직접 왔다고 한다.
 그러나 서원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서원은 왜란 이후 선조 35년(1602)에 다시 세워졌고 국가가 인정하는 두 번째 공인 사액서원이 됐다. 포은 선생은 어머니의 고향인 이곳 우항리의 부래산 자락에서 태어났다.


#포은만큼 유명한 500년된 은행나무

서원 앞에는 거대한 은행나무(경상북도 기념물 제63호)가 서있다. 수령이 500년 가량 된 노거수로 높이가 20m, 둘레가 5.95m에 이른다.
 정성껏 차린 상이나 정화수를 이 나무 아래에 갖다 놓고 마음을 다해 빌면 득남하거나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가 이곳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온다.
 영천시는 이 곳을 역사와 충절, 효를 바탕으로 성역화사업을 진행했다. 단출했던 서원(구 서원) 옆에  서원 부속 건물과 박물관, 교육관 등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
 특히 경내에는 사우인 문충사, 내삼문인 유정문, 강당인 홍문당, 문루인 영광루, 동재인 수성재와 서재인 함육재 등 서원의 규모를 완벽하게 갖추었다.
 포은유물관은 ㅁ자 모양으로 포은관, 임고관, 영상실로 나눠져 포은 선생의 충효와 그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로비에서는 포은 정몽주의 상징이미지원과 정보검색을 할 수 있다. 
 

   
유물전시관에 전시된 포은 선생에 대한 기록물.

#유물관서 정몽주 발자취 한눈에
포은관에서는 포은 선생의 발자취, '인'을 다한 포은선생의 효심, '의'를 밝힌 포은 선생의 관직생활, '예'의 정신을 가르친 포은 선생의 학문, '지'의 깨달음이 있는 포은 선생의 문학 등 충의지사로 빛난 포은 정몽주를 살펴 볼 수 있다.
 임고관에서는 포은 선생의 충효정신을 담은 임고서원을 모형으로 만날 수 있다. 포은의 상징 이미지월과 정보검색, 동판으로 제작된 '석죽판'과 '포은 선생화상판'의 스크래치체험을 할 수 있다.
 임고서원에는 약 200여책이 소장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전적 문화재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10종 25책은 보물 제1109호로 선별 지정되어 있다. 임고서원이 창건된 명종9년(1554)에서 조선후기까지의 사정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서원의 운영과 구성 등 서원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 할 수 있다.
 영상실은 10분 정도의 분량으로 포은 선생의 생애와 탄생, 임고서원의 각종 현황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소개하고 있다.

   
임고서원 입구에 있는 '동방리학지조'라는 표지석과 조옹대 모습.

#포은이 낚시를 즐긴 곳, 조옹대
서원 앞 포은 선생이 낚시를 즐겼다는 연못위에는 '조옹대'라는 누각이 있다. 누각에 오르면 새로 단장한 임고서원과 수성과 자양쪽으로 펼쳐진 과수원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영천을 감싸고 있는 북쪽 보현산(해발 1,124m), 서쪽 팔공산(해발 1,192m), 동쪽 운주산(해발 806m), 남쪽 사룡산(해발 685m)이 펼쳐진다.
 

 임고서원을 둘러본 후 5분여를 걸어가면 임고면의 또 다른 보물 임고초등학교가 나온다. 운동장에는 수령 100년 가량의 플라타너스 7그루, 90년을 넘긴 느티나무 5그루 등 크고 작은 나무들이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다. 이제 막 새순을 터뜨리고 있는 고목은 방문객을 압도한다. 임고초교는 개교한 지 약 90년이나 되는 학교로 '2003년 전국 아름다운 숲 대상'에 선정될 만큼 빼어난 숲과 운치 있는 전경을 자랑한다. 가을이면 교정은 단풍과 플라타너스 잎으로 치장된다.


#운주산 승마자연휴양림
앙향리에서 동쪽 방면의 황강리에는 '운주산 승마자연휴양림'이 있다. 산림 휴양과 승마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장과 다목적 구장·물놀이장·산책로·야영장·주말농장 등이 있는 휴양림지구와 실내외 승마장·산악승마로·외승로 등에서 다양한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는 승마체험지구로 이뤄졌다.


#보현산천문대

임고면에서 영천댐 쪽으로 올라가면 보현산 천문대 가는 길이 나온다. 보현산은 영천과 청송, 포항의 경계를 이루며 솟아있는 둔중한 육산이다. 무성한 억새가 산정의 운치를 더한다. 정상에는 우리나라 3대 천문관측소 가운데 하나인 보현산천문대가 있다.
 보현산천문대는 국내 최대인 1.8m 광학망원경과 태양플레어 망원경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 보다 1백만배 이상의 관측이 가능하다. 능선의 전망도 장쾌하다. 청소년들의 견학 장소로 인기가 높다.
 

 해발 1,000m고지에서 정상까지 데크를 따라 오르는 '보현산 하늘길'에서는 동자꽃·은초롱꽃 등 계절마다 피어나는 아름다운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승마휴양림과 보현산 탐방은 다음으로 미루고 돌아오는 길,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전에 위치한 완산동에서는 한약 달이는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한약마을과 한약재전시관, 한약유통단지가 조성돼 있다.
 영천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약재의 30%를 공급하고 있는 한약재 유통 중심지다. 거래 품목도 480여종으로 다양하다. 완산동과 남부동 일대는 한방진흥특구로 지정돼 있다.
 전통문화와 아름다운 숲, 포도와 사과, 한약재 향기 그윽한 영천이다. 글·사진=강정원기자 mikang@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