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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고래축제 개막 하루전인 24일 오후 고래바다여행선에서 목격된 참돌고래 떼의 유영 모습.
울산 앞바다에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를 만나러 가는 길이 편해졌다. 연구선을 개조해 운행했던 고래바다여행선이 '크루즈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래를 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고래바다여행선에서 고래를 맞닥뜨린 비율이 30% 남짓했다고 하니 동해바다에서 솟구쳐 오르는 고래를 보는 것은 그야말로 '조상의 음덕'이라도 있어야 한다.

10월까지 참돌고래·밍크고래 유영하는 울산 앞바다
크루즈선에서 공연 보며 고래 발견하는 즐거움 만끽
방어진으로 눈 돌리면 역동적 산업수도 현장 한눈에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고래바다여행선'을 타기로 한 지난 23일, 장생포에는 배가 출항하기도 전에 보슬보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진 촬영을 위한 시계가 확보되지 않는 탓에 다음으로 미룰까 망설여졌지만 '날씨가 풀리고, 보슬비가 내리는 날 고래 떼가 출몰할 확률이 더 높다'는 속설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날 평일이고, 비가 내리는 날씨인데도 여행선을 타려는 사람이 꽤 많았다. 이번 달부터 크루즈선이 도입돼 '관경여행'이 편해지면서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350명가량이 정원인 고래바다여행선의 다음 달까지 예약자가 벌써 1만4,000만 명을 훌쩍 넘었다고 하니 한마디로 '대박'인 셈이다.

#레스토랑·노래방 등 선상여행 위한 편의시설 갖춰
관광객들에 섞여 여행선에 들어가니 우선 객실의 크기가 예전 어선을 개조해 만든 여행선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길이 42.38m, 너비 10m, 높이 15m 550t 규모인 크루즈선은 울산 남구가 70억 원을 들여 새로 도입한 것이다.
 1·2층에는 300명이 동시에 식사와 여흥을 즐길 수 있는 홀과 공연시설은 물론 뷔페식당, 노래방, 레스토랑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 3층은 200명이 식사를 하거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로 꾸며져 있다. 고래관광뿐 아니라 선상에서 즐거운 시간과 추억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고래를 찾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허문곤 선장과 선원들.

 배가 선착장을 벗어나 울산항 쪽으로 움직이자 장생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래박물관과 그 옆 야외에 전시된 포경선인 진양6호, 고래생태체험관은 물론 최근 입주를 마친 울산항만공사의 '마린타워'빌딩이 보인다.
 그리고 높이 203m인 울산대교 주탑이 남구와 동구쪽 2곳에 우뚝 솟아있다. 주탑 공사를 마친 울산대교는 이달부터 현수교 주 케이블 가설을 시작한다. 내년 12월이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 울산의 또 다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한다.
 

 크루즈선에서 동구 방어진 쪽으로 눈을 돌리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중인 석유시추선 등 최첨단 선박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반대편 남구 용연 쪽에는 정유회사들의 해상 부이들과 오일저장시설들이 빼곡하다. 산업수도 울산이 가진 '역동적인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3층 테라스에서 만난 이진영씨(62·대구)는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산업시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다"며 울산항의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첨단장비·어선 도움으로 고래 발견
내항을 벗어나자 빗줄기가 제법 굵어지기 시작했지만 다행히 파고가 낮아 배의 흔들림은 미미했다. 배는 외항 쪽으로 곧장 내달리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육지는 비와 안개 속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육지에서 약 10㎞ 떨어진 울산 앞바다는 회유성인 고래가 봄부터 가을까지 출몰하는 '고래 포인트'다. 4월부터 10월까지 참돌고래와 밍크고래가 서식한다.
 

   
노 부부 관람객이 2층과 3층으로 이어진 통로에서 방어진 쪽 조선소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외항으로 나오자 공연을 관람하던 관광객들의 눈길이 자주 창 쪽으로 향했지만 고래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크루즈 관리 직원은 고래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탓인지 관람객들에게 큰 기대를 갖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루즈 선이 도입된 후 지금까지 10차례 운항에서 한 차례도 고래를 발견하지 못했다.
 예년의 경우 늦어도 4월 중순 쯤 첫 고래가 발견되었지만 올해는 3,4월 기온이 낮아 멸치 등 먹이군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이날 고래바다여행선 운항 내내 고기잡이 어선은 물론 고래출몰의 주요한 징표가 되는 갈매기 떼조차도 구경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이날도 고래를 찾기 위해 온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선원들이 고래를 찾는 일은 첨단장비와  목시(目視)를 통해 이뤄진다.
 울산항 관제센터와 연결된 장비는 울산항 인근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선들이 모인 곳은 고래들의 먹이가 되는 어군들이 형성된 곳이어서 고래출몰 가능성이 높다.
 외항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의 도움도 받고 있다.
 어선들이 신고해 주는 고래 떼의 이동 방향을 예측해 고래바다여행선을 운항할 경우 고래를 발견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남구청은 고래를 발견해 신고할 경우 포상금도 지급하고 있다.
 

   
크루즈선에서 동구 방어진 쪽으로 눈을 돌리면 산업수도 울산의 역동적인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원들의 눈이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래바다여행선에는 30년 경력의 포경선 선원인 김용필 씨가 함께한다.
 김씨는 "예전엔 하루에만 10여 차례 고래를 찾은 적도 있다"면서 "수평선의 미세한 변화, 특히 물보라의 모양을 보면 고래의 유무는 물론 어떤 고래인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래바다 여행선의 허문곤 선장은 "날씨가 나빠지기 직전이나 직후, 갈매기가 출몰할 때가 고래를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하지만 최근 해수온도가 낮고, 고래의 먹이가 되는 멸치 떼가 오지 않아 확률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걱정했다.
 허 선장은 "지난해 8월 참돌고래 떼 6,000마리와 함께 움직일 때도 있었다"면서 "관람객들이 고래를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 선장의 바람과는 달리 이날 3시간 가량의 출항에서는 끝내 고래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취재 다음날 오후 출항에서 고래바다여행선은 참돌고래 500여마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크루즈 고래바다여행선이 처음 운항(4월 6일)한 지 18일 만이자 운항 12번째 만이다. 본격적인 고래탐사여행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고래생태체험관·박물관까지 신나는 고래관광
정호승 시인은 '고래라는 말 속에는 어머니가 있다'며 온 우주를 노래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모성의 바다, 별들의 찬란한 바다, 간절한 기도, 우주의 미소, 영원한 빛까지.
 비록 취재 중 고래를 직접 맞닥뜨리진 못했지만  끝없이 펼쳐진 대양을 바라보며 '희망'하나 품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고래관광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울산 남구청은 크루즈에서 고래를 보지 못한 관광객들을 위해 고래생태체험관과 고래박물관을 찾을 경우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고래바다여행선에 마련된 무대에서 함께 즐기는 관광객들.

 고래생태체험관에는 남구청장이 발급한 '주민등록증'을 가진 4마리의 돌고래가 펼치는 재롱을  볼 수 있다. 또 살아있는 바닷물고기 수족관과 생태전시관, 4D영화관에서 입체영화 속에서 고래를 만날 수 있고 파충류와 조류 등의 애완용 동물들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인근의 고래박물관에는 1986년 포경이 금지된 이후 사라져가는 포경유물을 수집해 보존, 전시하고 있다. 어린이체험관과 포경역사관, 귀신고래관, 고래해체장 복원관도 있다.
 야외에는 울산의 마지막 포경선인 '제6진양호'도 전시돼 있다. 고래 조각품과 공예품, 옛 포경 기구 등이 전시된 장생포 고래문화관도 있다. 강정원기자 m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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