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재청이 지난 3일 문화재위원 79명과 전문위원 189명을 새로 위촉했다. 지난 1962년에 발족한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청의 자문기구(비상근)로서 9개 분과(건축문화재, 동산문화재, 사적, 무형문화재, 천연기념물, 매장문화재, 근대문화재, 민속문화재, 세계유산)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가지정(등록)문화재 지정(등록)·해제, 문화재 주변 현상변경, 문화재 국외반출, 세계유산 등재 등 문화재 관련 주요 안건을 조사·심의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원을 새롭게 꾸민 것은 신임청장 출범과 함께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문화재위원회의 새로운 출범은 울산지역에도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와 연관돼 있기에 중요한 사안이다. 당장 반구대 인근지역을 명승으로 지정하려는 계획이나 정치권이 들고 나온 임시제방 중재안도 바로 이 위원회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다.

 문화재위원의 수장인 문화재위원장은 이인규 서울대 명예교수다. 이미 한차례 위원장을 맡은 그는 이제 임기를 다했다. 그가 다시 문화재위원장을 맡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문화재위원장 자리는 어쩌면 현 변영섭 청장 체제에 잘 맞을지 모른다. '반구대청장'으로 불리는 변영섭 청장이 반구대보존을 위해서는 주변 형상의 변경은 절대불가하다는 아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의 과거 행적은 '반구대청장'의 입맛에 너무나 잘 맞는 인물이기에 그렇다. 그는 반구대암각화 발견 40주년이 되는 해인 지난 2011년 언론의 기고문을 통해 울산시를 질타했다. 그는 기고문을 통해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수위를 낮추는 것을 선택한 까닭은 세계유산 등재의 빼어난 가치와 더불어 이를 온전하게 보존하는 국가적 의지를 가장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물막이벽을 설치하거나 수로를 변경하는 현상 변경은 이를 훼손하여 세계유산의 가치를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한술 더해 그는 "울산시가 주장하는 물 부족 문제는 장차 울산시 인구가 늘어 물 수요가 증가할 때의 일이다. 댐 수위를 불과 8m만 낮추면 될 일이다. 부족하게 되는 하루 3만t의 물은 울산시가 필요로 하는 시점까지 국가는 얼마든지 해결할 능력이 있지 않은가."라고 외쳤다.

 참 딱한 이야기지만 이인규 위원장은 반구대암각화의 발견과 가치, 그리고 현재까지의 보존 논란에 대한 단편적 지식을 가지고 이 문제를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식물학자인 그가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와함께 울산의 물 문제에 대해서도 주변에서 나도는 이야기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 위원장이 울산시의 임시제방 문제에 본격적인 반론을 제기하려면 우선 울산의 물 문제에 대한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 국토부의 자료에 의존한 이 위원장의 주장은 단편적이다. 사연댐 수위를 8m 낮추면 식수가 하루 3만㎥ 줄어 울산시 전체의 식수 공급량은 52만㎥로 수요량(33만㎥)을 웃돈다는 것이 국토부의 자료다. 하지만 국가통계가 대체로 그렇듯 탁상 행정이 내놓은 자료는 허술하다. 문제는 시설용량과 실제 공급량은 다르다는 점이다. 울산의 경우 지금도 수요량 33만㎥을 울산지역 댐에서 모두 확보하지 못해 낙동강물 6만㎥을 보태고 있다. 3만㎥ 부족하면 수질이 나쁜 낙동강물을 더 끌어와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사연댐의 수위가 얕아지면 남은 물도 조류가 발생해 상수원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사실은 여기서 간과된 부분이다.

 이 위원장은 이같은 점을 고려하고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밞은 뒤 울산의 물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수위를 낮추는 것이 국가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 위원장의 말은 상징적이다. 그의 말대로 수위를 조절하면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단초로 작용해 국가적인 의지가 반영될 것이라는 주장은 가식적이다. 그래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가능하다면 세계문화유산은 다분히 국가간의 문화유산 경진대회장 쯤으로 전락하지 싶다. 이 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거의 반세기 동안 그토록 사랑하는 반구대암각화를 물 속에 잠기도록 해온 주체는 누구인가. 울산시가 아니라 정부이자 문화재 당국이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문화재'로 밥먹고 사는 인사들을 부추겨 울산시와 울산시민, 지역언론을 매도하는 처사는 시정잡배 수준이라는 사실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이 위원장에게 권하고 싶다. 반구대암각화를 세상에 처음 알린 문명대 교수가 지난 2001년 10월31일자 동아일보 시론을 통해 밝힌 반구대암각화 해법이다. 문 교수는 이 기고문에서 "대곡리 암각화는 수위를 낮추거나 차단막을 설치해 물과 동해(冬害)를 막고 언제나 관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위를 낮추든 물막이를 하든 우선 반구대암각화를 물속에서 건지는 것이 먼저다. 이 위원장이 기고문에서 밝힌대로 '응급환자'인 반구대암각화를 두고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로 목젖만 세우기에는 문화재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너무나 무겁다는 이야기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