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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마루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쇠락한 마을이 문화마을로 탈바꿈
평일에 찾아갔음에도 관광객이 여럿 있었다. 동행한 사하구청 공무원에게 "관광객이 꽤 많은 편이네요"하고 묻자, 관광객이 아니고 방문객이란다. 감천문화마을은 주민들의 거주지일뿐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마을입구에는 대형버스나 승용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역시 이에 수긍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걸어서 마을로 들어갔다.
 굳이 방문자를 위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이곳에는 매년 수천명의 사람이 다녀간다. 올해는 4월까지만 해도 11만명이 다녀갔다. 


마을 입구 아트숍에서 마을탐방지도 판매
어둠의집·평화의집 등서 방문스탬프 찍고
하늘마루에 도착하면 사진 한장 즉석 출력
가족·친구·연인과 추억 나누기 '안성맞춤' 

 부산 천마산과 아미산 사이에 위치한 이 마을은 1958년 4,000여명의 태극도 신도들이 주변에 모여 집단촌을 만들면서 형성됐다. 한때는 마을에 3만명이 거주할 정도로 부흥했지만 산업화가 되면서 고지대 달동네로 전락했다.
 감천동은 한국전쟁 당시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돼 현재에 이르까지 민족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산의 중턱을 지나는 도로, 산복도로는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계기와 함께 지역의 지형적 특성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문화적 보존 가치가 높다. 
 

   
감천문화마을에서 쉬고 있는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산자락을 따라서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는 감천동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모든 집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지어졌다는 것이다. 산자락에 위치하다보니 앞집이 뒷집의 햇빛을 가리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것이 주택을 짓는 기본 미덕이 아닐까. 게다가 형형색색의 건물색은 누군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집단 이주민들이 스스로 칠했다.
 집과 골목이 워낙 좁다보니 화장실과 우물도 공동으로 사용했다. 지금도 약 40여개의 공동화장실이 있다. 오밀조밀 모인 마을의 모습은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섬과 닮았다 해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민과 함께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마을이 각광을 받게 된 계기는 지난 2009년 사진가 등 예술인들의 모임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가 마을의 경관에 반해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부터다.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9년 6월에 시작해 9월까지 4개월에 걸쳐 이뤄진 이 프로젝트는 학생과 주민들이 참여해 마을길을 꾸몄다. 이들은 보존과 재생을 중심가치로 두고 10점의 조형예술 작품을 초등학교 담벼락, 버스정류장 등 마을 곳곳에 설치했다.
 2010년에는 사하구청도 합세해 주민과 예술가, 행정이 도시재생에 나섰다. 200여채의 빈 집을 중심으로 '미로미로(美路迷路) 골목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주민들이 참여해 만든 작품.

 지난해에는 골목길과 빈집을 활용한 예술의 내실화를 다지기 위해 2009년 프로젝트를 다시금 재현했다. '마추픽추 골목길 프로젝트'로 어린왕자와 사막여우를 비롯한 각종 포토존을 조성했다.
 좁은 골목골목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사진갤러리, 어둠의 집, 하늘마루 등 소규모 미술관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조성된 곳이다. 사진갤러리는 감천동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즉석에서 출력해주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선택된 사진 작품들을 전시하기도 한다.
 

 감천문화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는 하늘마루다. 이곳은 감천동 문화마을 프로젝트를 안내하는 곳이기도한데, 옥상에 올라서면 마을전경뿐만 아니라 용두산, 부산항, 감천항 방면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또, 주민이 살던 집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재생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안내관의 왼쪽으로는 세 개의 작가 방이 있는데 손님을 맞이하는 민박시설로도 사용된다.
 방문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흰색 평화의 집 내부에는 관람객들이 마을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 또 하얀 컵모양의 건물도 있는데 이 곳은 차 한잔의 여유와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북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빈집갤러리는 7개 정도인데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다만 날이 추운 동절기에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미술작품에 덧대어 본 마을의 모습.
#도자기 만들기·천연염색 등 체험도 가능
마을의 문화공간 '감내어울터'는 기존 목욕탕 건물을 그대로 활용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턱을 괴고 졸고 있는 목욕탕 주인 아주머니가 반겨준다. 물론 조형물이지만 실제 사람과 비슷해서 방문객들의 포토존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도자기와 서예체험 공간도 이색적이다. 욕조를 기반으로 테이블을 설치하고 샤워기도 그대로 보존해 목욕탕 그대로의 모습을 살렸다. 큰 대중탕에 온천을 즐기는 할아버지 조형물도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체험을 안내해주는 이들은 모두 마을에 상주하는 작가들 또는 주민들이다. 도자기체험과 천연염색의 경우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어르신 20명이 작업 중이다.
 

 이밖에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기자단이 지난해 8월부터 발족해 마을소식을 알리고 있다.
 마을의 문화부흥은 경제발전도 함께 가져왔다. 문화마을이 사랑을 받으면서 주변의 상점도 서서히 문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는 10개소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마을기업으로 운영되는 감내카페를 비롯해 마을주민들이 운영하는 음식점 맛집도 있다. 맛집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마을활성화기금으로 활용된다.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이 방명록을 남겨 놓은 평화의 집 내부.

#오색빛깔 마을에 어둠이 내리면
   
마을의 골목길.  좁은 골목골목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사진갤러리, 하늘마루 등 소규모 미술관을 발견할 수 있다.

부산토박이가 아니라면 감천문화마을을 한 번에 투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워낙 골목골목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사하구청은 마을탐방지도를 제작했다. 지도는 아트숍, 감내어울터, 하늘마루 등에서 2,000원에 살 수 있다.
 

 오색빛깔 마을에 어둠이 내리면 감천동은 황금마을로 변한다. 각 가정의 불빛과 가로등이 빛을 내기 때문이다. 작은 불빛이 모여 만들어 낸 이 마을의 경관은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감탄도 자아내게 했다고 전해진다.
 최근에는 산복도로 가로등을 LED등으로 교체해 마을의 모습을 좀 더 부각시켰다. 은빛 가락지가 마을을 감싼 모습이 장관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조성된 마을, 감천문화마을은 주민들 스스로 마을을 보존하고 또 재생시켜 나가고 있다.
 마을을 지켜나가려는 주민들의 마음가짐과 방문객의 최소한의 미덕이 공존한다면 언제까지나 감천문화마을은 황금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글·사진=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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