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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바람부는언덕(lond**)님의 글
어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3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33년 전 그날 광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시 그때의 악몽과 상처가 되살아나는 가슴아픈 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찌 이 날만 그럴까! 치유되지 않는 가슴 속 상처는 앙금처럼 언제 어디서든 되살아나는 법이다.
 

 길을 지나가다가 무심코 바라본 길가의 꽃들에게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파란하늘 어디론가 흘러가는 흰구름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하얀 쌀밥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 아들과 딸, 아버지와 어머니의 빈자리를 평생 느끼고 살아야만 한다.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가슴 속에 커다란 돌덩이를 안고 그렇게 살아가야만 한다. 과연 누가 이 사람들의 아픔과 회환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남겨진 사람들에게 기억이란 때때로 너무나도 가혹한 형벌과도 같다.
 

 33년의 시간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을 시간이다. 33년의 시간은 망각의 동물인 인간에게서 과거의 흔적들을 하나둘씩 빼앗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인간의 기억은 유한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실체적 진실들을 기억하기 위해 자료를 남기고 보존하는 작업을 병행해나간다. 그 자료들이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바로 역사가 된다.
 따라서 역사는 진실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 거짓을 기록하거나, 왜곡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역사를 자의대로 다시 쓰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날의 광주를, 5·18의 광주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송곳으로 후벼파는 짓을 서슴치않는 사람들이 있다.
 수구보수세력의 계산된 의도적인 도발이었다. 5·18을 한국 현대사에서 지워버리겠다는 저의가 깔려있는 불온하고 불순한 방송이었다. 'TV조선'과 '채널A'가 방송한 5·18의 북한특수부대 개입설은 왜 수구보수세력이 종편의 탄생에 그토록 목을 매었었는지 그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수난받고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 선배들이 그토록 갈망했고 꽃피우려 했던 이 땅의 민주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헌법에는 분명히 그렇게 적혀있는 것 같은데 현실은 자꾸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주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워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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