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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 조성된 선암사에는 자연의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조성물들이 많다.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승선교도 마찬가지.
자연미를 살린 정원, 선암사

화창한 날씨가 그만이던 5월 둘째주 떠난 순천. 지금은 순천시에 속하며 예부터 미인이 많았다는 승주IC를 지나, 죽학리 산에 위치한 선암사에 들어섰다. 그리고 펼쳐지는 풍경. 가히 선계다. 드높게 펼쳐진 푸른 하늘과 아래로 떨어지는 계곡을 감상하던 중, 한 일행이 내뱉은 "어디가 계곡이고 하늘인지 구분 할 수 없다"는 감탄이 전혀 과장스럽지 않다. 신록의 여린 속살을 헤집고 다다른 꽃대궐도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할만큼 빼어나다.
 

 천년고찰 선암사는 인근 송광사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로 유명하지만 구수하고 향이 깊은 야생차로도 으뜸인 곳이다. 길 끝 절집에 들면 봄꽃잔치를 끝낸 경내에 은은한 다향이 가득하다.
 이윽고 산문에 들어서면 수백 년 된 전나무와 참나무, 고로쇠나무 숲이 녹향을 짙게 뿜어낸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과 달리 선암사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불교 내부에서 겪는 얘기들을 듣다보니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지지만 이런 고찰을 두고 탐내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그리고 일주문을 통해 들어선 경내는 크지도 작지도 않다. 꽃들로 가득한 시골 기와집에 와있는 듯한 아늑함마저 느껴진다. 
 

   
토부다원에서 차와 문화의 향을 음미하는 울산의 문화예술인들.

 선암사는 본래 백제시대 고찰이지만 고려, 조선의 건축 양식을 완벽히 보존하고 있는 절이다. 특히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20여동의 건물이 맞배지붕 건축법을 따르고 있어 소박하면서도 유려한 자태를 뽐낸다. 현재 공사중인 대웅전은 여느 절의 법당처럼 권위적이거나 장엄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또 대부분 단청이 벗겨지거나 칠이 바래져 예스러운 멋과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그리고 이곳에서 꼭 한번 해봐야 할 체험이 있다면 바로 야생차 마시기다. 이곳 선각당에 앉아 번민 따위는 걷어버리고 선암차에서 직접 재배한 야생차를 마시다보면 선계와 속세를 다 누리는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야생차는 시배지인 화개의 차를 최상품으로 치지만 순 자연산 야생차는 선암사 차를 최고로 친다. 선암사 뒤편 산비탈을 따라 야생 차나무가 물결치듯 이어져 있다.
 이곳 야생차밭은 800년이 넘은 자생차 군락지다. 삼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음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찻잎이 연하고 운무와 습한 기후가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특히 일주문 아래 작은 다원 '선각당'과 도선국사가 만들었다는 작은 연못을 지나면 야생차밭이 비탈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에서 흔히 본 보성차밭을 생각했다면 지나치기 쉽지만 '전통차 법제 인간문화재' 지허 스님을 탄생시켰을 정도로 선암사의 차 맛은 유명하다. 선암사 차는 찻잎을 따는 데서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사람 손으로 만들어지는 이른바 덖음차다. 선암사를 찾았다면 이 선각당에서 차를 마시자. 참나무와 삼나무가 뿜어내는 연둣빛 신록에 흠뻑 취하고 강선루를 지나면 길 끝에 다원 선각당이 있다.
 이곳에선 다도도 배울 수 있다. 특히 최근엔 '순천야생차체험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 절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들려 야생차를 직접 맛볼 수 있다.

   
멋과 차향이 가득한 토부다원의 입구 전경. 수려한 산세 속 인공미를 자랑하는 정원이 더욱 돋보인다.
 

사람의 손길로 만든 정원, 토부다원

선암사가 자연미를 살린 정원이라면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토부(土父)다원'(순천시 상사면 도월리)은 20년간 이곳 주인들이 손수 가꿔온 인공 정원이다.
 토부다원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우선 주변 자연경관과 잘 가꿔진 정원에 반하게 된다.
 

 토부란 '땅이 곧 나의 아버지'란 뜻으로, 기름지고 살아있는 땅에서 난 차를 직접 가꿔 많은 이들과 즐기길 바랬던 한 부부의 바람에서 나왔다. 입구에는 2004년 이곳에서 2박 3일 머물었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이 손수 남긴 편지가 새겨진 장식물이 자랑스레 세워져 있다. 그리고 들어선 정원. 수백그루의 잘 정돈된 나무와 작은 연못, 다양한 석탑이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조성된 정원은 마치 동화 속 이국적인 풍경을 연상케 한다.
 그 위로 비탈진 언덕을 너머 차밭이랑이 보인다. 고운 햇살 가득 쏟아지는 밭이랑 사이를 거니는 일은 차밭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매력이다. 
 

   
멋스러운 철갑상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인공연못.

 철갑상어 수십마리가 노니는 호수 역시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진풍경이다. 그렇게 호젓하게 정원 산책을 마친 뒤 남은 것은 이곳만의 유기농녹차 맛보기.
 일행과 함께 다실에 들어서니 덖음차의 깊은 맛 만큼 인자해보이는 주인장이 객을 반긴다. 남편과 함께 20년간 이곳을 가꿔왔다는 주인장은 녹차, 발효차 등 이곳에서 직접 만든 차들을 손수 대접한다.
 

   이 곳 차는 단체가 아닌 개인일 경우 한 잔에 보통 5,000원이면 맛볼 수 있는 차들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더욱 좋다는 것이 주인장의 귀뜸. 외형이야 여느 찻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 입 머금어 보니 차 맛이 깊고 뒷맛은 단맛이 난다. 자연의 품에서 청정한 녹을 먹고 뿜어낸 맛이니 어찌 그렇지 않을까.
 통 큰 유리창 바깥으로 펼쳐진 풍경이 더해지니 그 맛이 새삼 다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맛도 향도 풍경소리처럼 은은한 아늑함이 찻잔에 머무는 여유를 누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글·사진=김주영기자 uskjy@

순천 가볼만한 곳


순천에는 가볼 곳이 너무도 많다.
 우선 '지구의 정원, 순천만(Garden of the Earth)'을 주제로 한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10월까지 문을 연다.
 생태계의 보고인 순천만과 순천을 하나의 거대한 생태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축제이자 국내에선 처음 열리는 행사다.
 나무와 꽃, 식물을 주제로 생동감 있는 자연의 모습을 그려낸 박람회는 세계 각국의 문화와 전통을 담은 작은 지구촌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세계적 정원디자이너들과 설치예술가, 23개 국가가 펼치는 83개 정원의 향연(세계정원 11, 테마정원 11, 참여정원 60), 자연이 주는 휴식과 힐링의 공간 수목원 등을 만날 수 있다.
 순천을 대표하는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조선시대 석성과 동헌, 객사, 초가집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마을로, 짚물공예와 천연염색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또 송광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 송광사 성보박물관에는 보조국사 지눌이 품고 다녔던 목조삼존불감 등 국보 3점이 보존돼 있다.
 1960년대의 순천읍내와 서울의 달동네를 재현한 드라마 '사랑과 야망' 오픈세트장도 볼거리. 시티버스를 타면 드라마세트장과 선암사, 송광사, 낙안읍성, 순천만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평일 1회, 주말 2회 운영(061-749-3107) 순천시 홈페이지 www.sun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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