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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등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자료다. IMF는 '개발도상국의 수출 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을 수출 경쟁력을 기반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대표 국가로 소개하며, 미국 일본 독일과 함께 '세계 4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분류했다. 잘나가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국 자동차 산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관심의 대상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열린 '2013 상하이 모터쇼'에서 중국 전략형 차종인 중형 세단 '미스트라'(중국명 밍투)를 공개했다. 현대차의 중국형 차종 중 처음으로 남양연구소와 베이징현대 기술연구소의 합작으로 만들었다. 중국내 중형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신병기다. 북경현대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현대차의 중국 시장 진출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주목 대상이다. 지난 2002년 베이징에 연산 30만 대 규모로 설립된 북경현대차는 지금 중국 자동차 시장의 빅4에 들 정도로 급성장했다. 2008년 30만 대 규모의 2공장에 이어 지난해 40만 대 규모의 3공장도 건설했다. 북경현대차의 성장세는 그 동안의 판매증가세가 입증하고 있다. 2003년 5만2천여 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450만대 가량을 중국대륙에 판매했다. 현지 판매 10년만에 이룬 업적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폭스바겐, 도요타, 르노-닛산, 제너럴모터스(GM) 등 대중차 메이커의 현지 전략형 모델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쉐보레 셀타, 도요타 에티오스, 피아트 팔리오, 폭스바겐 골프, 닛산 닷선 등이 대표적이다. 고급차 메이커 BMW 역시 브릭스 전용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최근 GM은 향후 3년 내 중국에 4개 신공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16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5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을 세우는 등 중국 물량 공세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도 해외 시장의 규모가 내수보다 커지면서 최대 시장인 중국 등에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설영흥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자동차의 날 기념식에서 "중국에 4공장 설립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 부회장은 이어 "4공장은 연산 30만대 생산규모의 공장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2015년이 되면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을 파고드는 현대차의 전략이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국의 경우 자동차를 생산하기를 원하는 모든 외국 기업들은 반드시 중국 기업 혹은 특정 도시와 협력해 중국내 설립한 법인 회사 지분을 50%씩 공동 소유해야하는 까다로운 규정이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베이징시와 합작을 맺었고 그로 인해 이름이 북경현대가 됐다. 폭스바겐 역시 '상해 대중'으로 불린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엄청난 이익을 본다. 바로 자동차 생산 기술을 아주 쉽게 배울 수 있고 더불어 많은 이익도 남긴다. 외국업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세계 음료업계 1위인 코카콜라는 중국 탄산 음료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독점적 지위를 갖진 못했다. 코카콜라가 중국 음료시장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해 중국의 대표적인 음료업계인 '후이위엔'이라는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중국 정부에 요청하자 중국은 이를 거절했다. 코카콜라가 후이위엔을 인수했을 경우 중국 음료시장 독점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구글이 지난 2010년 중국에서 철수한 예도 중국시장의 탄탄한 규제 때문이다. 중국은 시장 경제나 법이 국익을 침해했을 경우 언제든지 그것을 무시하고 국익을 위한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 하지만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합작이든 결합이든 어떤 식으로든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중국의 참모습이다.

 이같은 장벽 속에서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해마다 생산량을 늘이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중국만이 아니다. 미국 시장은 2011년 100만대 돌파한 이후 지난해 126만대를 팔았다. 현대차의 해외시장 전략은 국내시장의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현대차를 보여주는 청사진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앞으로 중국, 인도 등 일부 신흥시장에 현지 전용 모델을 추가하고 생산 설비도 늘릴 계획이다.

 문제는 현지화 전략을 통한 해외시장 확대보다 국내 공장의 안정성에 있다. 아무리 해외시장이 잘나간다해도 현대차의 국내공장을 모두 해외로 옮길 수는 없다.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안정적 생산기지화가 가능해야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는 무엇보다 국내공장의 노사문화가 상생적 관계로 발전해야 가능한 일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노조간부들이 해외공장을 견학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도 바로 이 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견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순간, 이 사실을 기억에서 지운다. 입을 열고 보고 듣고 느낀 것 이상의 또다른 무엇을 찾아야 해외공장을 주도하는 현대차의 미래가 보인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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