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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 오주르디(gn***)님의 글
노무현 정권 때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뉴라이트'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날개를 단다. 정치참여는 물론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 진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과업 중 하나가 역사교과서 개정이었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역사의 중심에 세워 한국의 현대사를 자신들의 왜곡된 가치로 포장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보수는 뿌리가 없다. 기존 가치를 지키고 보존하는 게 보수라면 한국의 보수는 '지킬 것 없는 상태'에서 보수를 자칭해왔다. 보수가 내세우는 가장 큰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이승만 당시 보수적 가치가 아닌 미래적 가치였다. 우리의 과거에 자유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적 가치를 보수(保守)하겠다고 외쳤으니 모순이 아니고 무엇이랴.
 

 보수(保守)할 것 없는 보수다 보니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보수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이른바 뉴라이트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보하려다 보니 황당한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5·16과 유신독재를 미화하고, 일제 식민지배를 의미있는 근대화 과정이라며 억지를 부린다. 스스로 인류의 최우선 가치인 민주와 인권을 왜곡시켜왔다.
 

 정체성의 모순과 가치관의 모순 등 '이중의 모순'에 빠진 뉴라이트가 MB정권이 깔아준 멍석에 힘입어 역사 공습에 돌입했다. 시작은 2008년이었다. 뉴라이트 인사들로 구성된 '교과서포럼'이 대안역사교과서를 출간한다. 박효종, 이영훈 교수 등이 대표적 인물이었다. 이들은 4·19혁명을 '4·19운동'이라 부르며 '혁명'을 떼다가 5·16 뒤에 붙여 '5·16혁명'이라고 부른다. 그들의 발언이다.
 

 '교과서포럼'의 핵심 인물 16명이 옮겨와 만든 학회가 있다. 한국현대사학회(현대사학회)가 그것이다. '교과서포럼'이 몸집을 키운 거라고 보면 맞다. 이들이 2008년 대안교과서 출간 경험을 십분 발휘해 고등학교 검정 교과서를 만들어 아예 국사편찬위원회의 심의까지 마쳤다. 최종적인 수정 보완 작업이 마무리되면 9월 중으로 각 학교에 비치돼 내년 3월부터 정식 교과서로 활용되게 된다. 뉴라이트의 숙원 한 가지가 풀린 셈이다.
 

   대단한(?) 일을 해낸 이 학회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건 2011년이었다. 2011년 7월 역사교육과정개발정책위원회가 '역사교육과정 개정고시'의 최종안을 마련하고 심의를 할 때다. 현대사학회가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라고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 수정요구가 받아들여진다. 정권과의 교감이 매우 깊고 두텁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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