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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숲을 바라보거나 게장에 비벼먹는 한 끼 식사는 우리들 삶의 한부분을 만족케한다. 갈대와 참게는 식물과 동물로 구별되지만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물을 중심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함께 살아간다. 게는 갈대숲이 제공하는 은신처를 활용하며, 갈대 또한 게 구멍으로 산소공급의 도움을 받는다. 갈대밭에는 게가 살아가기 적당한 자연환경으로 갈대밭의 게를 갈게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갈대는 강가의 모래땅에 군락으로 자생하며, 키는 3m까지 자란다. 갈로 줄여서 부르기도하며, 노시(蘆矢), 노전(蘆田), 노시(蘆柴), 노원(蘆原), 위렴(葦簾), 위당(葦塘), 위어(葦魚)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한자어는 노(蘆) 혹은 위(葦)로 쓴다.

 게는 곽색(郭索)으로도 불렀다. 조선 후기의 학자 심육(1685~1753)의 <秋深(추심, 가을이 깊어가다)>에서 "참게는 막 살이 오르고 들판의 벼는 누렇네(郭索初肥野稻黃)"라고 하여 다리가 많은 게를 곽색으로 부르고 있다. 게는 '게장'이 친숙하다. 한편 '게 눈 감추듯 한다', '게 새끼는 나면서 집는다' 등은 게의 생태를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다. 태화강에도 갈대가 군데군데 자생하여 숲을 이루고 있다.

 갈대숲은 조류 및 어류의 은신처, 먹이처, 번식처 등 다양한 생태환경을 제공한다.  묵은 갈대와 새갈대가 공존하는 갈대숲은 개개비와 뱁새의 번식처이다.

 참게는 갈대밭이 고요해지면 갈대에 기어오르거나, 굴을 파고, 짝을 찾고, 영역 방어 등 활발하게 움직이나 흔들리면 재빨리 굴속에 숨어버린다.

 갈대는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정화식물로 드러난 실뿌리는 수서생물의 먹이와 은신처가 된다. 갈대밭이 사라지면 참게도 자취를 감춘다. 위(葦)라는 말에서 갈대의 생태적 특성을 알 수 있다.

 <석문의범(釋門儀範)〉시식 편 내용 중에 도마죽위(稻麻竹葦)는 벼(稻), 삼(麻), 대나무(竹), 위(葦) 등과 함께 군락으로 자생하는 갈대의 생태적 특성을 적절하게 나타낸 표현이다.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는 두 마리의 참게가 갈대 꽃(蘆花)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투고 있는 생태를 자세하게 그린 그림이다. 이를 통해 참게는 갈대숲에 서식하며 먹이는 갈대꽃임을 알 수 있다. 

 갈대를 소재로 한 그림을 통해서 갈대가 물에 뜨는 성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김명국(金明國·1600∼1662 이후)의 달마도는 갈대 한 잎을 타고 달마가 강을 건너가는 '일위도강(一葦渡江)'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절노도강귀소림(折蘆渡江歸少林)도 그와 유사하다. 한편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라는 표현은 키가 3m로 자라는 갈대가 꺾이지 않고 살아남기위한 진화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라는 표현은 두견이의 생태서식환경을 무시한 정서적으로 접근한 표현이다.

 한때 태화강의 갈대숲은 매년 봄 지저분하며, 새순을 잘 돋게 한다는 객관적이지못한이유로 묵은 갤대는 소각의 대상이었다. 태화강의 갈대숲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소각하거나 베어낼 대상이 아니다. 묵은 갈대는 새순이 다자라지 못하고 꺾이면 갈대의 구실을 못하기 때문에 새순이 곧게 자라도록 밭쳐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의 문신 이민보(李敏輔, 1720∼1799)의 '내가 즐겨 듣는 가곡 팔장(余愛聽歌曲八章)'에서 갈꽃에 서리가 서걱거리는 현상인 노화상석력(蘆花霜淅瀝)이나 갈꽃에 쌓인 백설인 설복노화도(雪覆蘆花圖) 등은 묵은 갈대를 그냥 내버려둔 모습이다. 또한 썩은 갈대는 미생물의 번식을 증가시켜 참게에게 먹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수년전부터 각 지자체마다 자연생태계 보호와 수산자원 증식 및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이유에서 사라져가는 우리 토속품종인 참게방류사업을 앞 다투어 하고있지만 묵은 갈대를 소각하거나 베어내고 새로운 갈대숲 조성 사업이 선행되지 않고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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