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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리랑카에서 온 서른여섯 살 반다르입니다.
 여기 울산에 살고 있는 다른 외국인근로자들처럼 스리랑카에 있는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돈을 벌고자 한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근로자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제가 현재 두 번째로 한국에 왔다는 겁니다.
 

 처음 한국에는 2006년에 왔습니다.
 그때는 한국에 와서 4년 10개월 동안 정말 아침에 일어나면 일하고 밥 먹고 일하고 자고 그렇게만 살았습니다.
 주말에 한국어 수업을 하는 것 빼고는 기숙사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바라는게 있었다면 한국 사람들한테 나쁜 말을 덜 듣고 잔업을 좀 더 해서 돈을 많이 벌수 있으면 제일 좋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한글 수업 말고는 우리를 오라고 하는데도 없었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은 우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2012년에 한국어 특별시험에 합격하고 두 번째로 한국에 와서는 제가 생각하지도 못하던 일이 생겼습니다.
 다름 아닌 우리 스리랑카 근로자들인 우리들도 울산시민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에는 정말 큰 계기가 있습니다. 저희들이 외국인 자율방범대 대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작년 12월에 우리 스리랑카 근로자들에게 자원봉사로 한글을 가르치는 신미현 선생님이 수업에 오셔서 울산남부경찰서에서 외국인 자율방범대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첫 번째로 손을 들었습니다.
 

 저는 스리랑카에 있을 때 직업이 군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순찰 도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고, 또 재미도 있을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년 연말 울산남부경찰서장님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발대식을 한 후 저는 주간근무가 끝나면 야음지구대에 모여 매달 2번 정도 남부경찰서 외사계 경찰관과 남부서 방범순찰대원과 같이 제가 사는 야음동 시장, 사람이 안사는 재개발 동네를 순찰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빈집에도 들어가서 손전등으로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제가 일하는 회사로 전화가 왔습니다. 울산 지방경찰청에서 말입니다.
 왜 전화를 저에게 했는지 모르면서 가슴이 뛰었어요. 잘못한 것도 없었지만 혹시나 제가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한 사유는 제가 외국인 방범순찰대 대장으로서 방범순찰을 열심히 한다면서 경찰청장님께서 같이 점심 식사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그만큼 큰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경찰청장님하고 식사를 하고 우리 부모님한테 전화했어요. 당연히 스리랑카 우리 동네에서는 제가 아주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었지요.
 

 청장님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저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에 순찰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어려운 외국인이 있으면 꼭 도와줘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울산경찰청장님, 남부경찰서장님, 외사계 오 팀장님, 신미현 선생님 다른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검둥이, 냄새난다, 동남아" 라고 놀릴 때 제가 만난 경찰관들은 우리들을 가족이라고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그 말을 진심으로 믿어요. 그래서 마음 편하게 한국에서 일도 하고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꿈을 하나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리랑카에 2살짜리 딸이 한명 있는데, 그 아이를 잘 키워서 반드시 경찰관을 시키고 싶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과의 인연을 죽을 때까지 생각할겁니다. 대한민국 그리고 울산을 영원히 사랑할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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