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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와사키병을 처음 보고한 일본 소아과 의사 가와사키(오른쪽)씨와 만난 울산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흥재 병원장(왼쪽).

한낮 날씨는 벌써 한여름인데 아침 저녁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요즈음도 병원 대합실은 아픈 아기들로 북적거린다. 걱정스런 얼굴을 한 엄마 품에 안겨 진찰실로 들어 선 아기. 벌겋게 열에 들뜬 아기의 얼굴. 눈과 입술이 붉게 충혈된 모습이었다. 아기는 가와사키병을 앓고 있었다. 겨울에서 초봄 사이에 흔하던 '가와사키 병'이 최근 몇 년 새 급증해 이젠 계절 차이를 보이지 않고 발생해 매년 3,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입원 치료받고 있다. 가와사키병의 근원과 증상, 치료 등에 대해 울산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흥재 병원장에게 들어봤다.


#해열제도 소용없는 고열 지속
1967년 일본인 소아과의사 가와사키 도미사쿠가 처음 보고한 '가와사키 병'은 해열제를 써도 잘 떨어지지 않는 고열과 발진을 일으킨다.


 또 눈꼽은 끼지 않고 흰자위가 붉게 충혈되는 결막염이 발생하고 입술은 붉고 갈라지게 되며 입속 점막 발적, 딸기 같은 혀, 손발의 발진과 부종, 목의 임파선 비대, 그리고 비씨지 (BCG) 접종자리의 붉은 염증성 변화 증세를 보인다. 가끔 설사와 복통으로 병이 시작되기도 하고, 잘 걷던 아이가 일어나거나 걷기를 싫어하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된다.
 

39℃ 이상 고열·발진 5일이상 지속
결막염·부종·딸기혀 등 증상 동반
원인불명 치료 놓치면 심장병 유발
조기발견 열성질환과 구별 치료해야


 그 외에도 간염과 담낭수종, 두통과 구토를 일으키는 뇌막염, 손가락 발가락 관절이 부어 만지지 못하게 하는 관절염, 요로염증을 함께 보이기도 하는데, 목이 붓고 열과 발진이 돋는 병 초기에는 성홍열이나 홍역 혹은 단순한 목감기나 구내염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다른 병으로 열이 날 때 보다 유난히 보채고 아파하며 약을 써도 5일 이상 열이 잘 내리지 않고 곧 다시 오르는 경우,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경우, BCG 자국이 붉게 부어 오르는 경우, 발병 일주일 경 열이 떨어질 때 쯤 손톱 발톱 주변부터 피부가 벗겨지는 경우에는 우선 '가와사키 병'을 의심해야 한다.

#어린이 후천성 심장병의 가장 흔한 원인
'가와사키 병'의 원인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여러 가지 감염원이 유발시키는 우리 몸의 과민반응이나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으로 특정 소인을 갖고 있는 아이들의 혈관 손상을 일으켜 증상을 일으키리라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 병은 급성 전신성 혈관염을 일으키는 전신 질환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서네 명 중 한 명 (약 25%~30%)이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즉 관상동맥이 늘어나거나 부풀어 오르는 관상동맥류 합병증을 일으켜 심각한 심장병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와사키 병'이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예전 많은 아이들이 갑자기 사망했고, 지금도 평생 심장병 관리를 받아야 하는 어린이 후천성심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이 이 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시기를 놓치지 않고 조기에 정맥 주사용 면역글로블린과 아스피린을 투여하면 대부분의 아기들의 증세가 급속히 회복되고, 관상동맥 동맥류 합병을 3~5%로 줄일 수 있다.


 이 병의 예방법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니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에 이 병을 알아내고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다른 열성 질환들과 구별해 내는 일이다. 전형적인 증상이 모두 보이는 환자의 진단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문제는 병 초기에 전형적인 증세를 보이지 않는 '불완전형' 혹은 '비전형적인 가와사키 병' 환자를 빨리 알아내는 일이다.


 진단이 애매한 경우 몇 가지 혈액 검사와 함께 '심장초음파 검사'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 검사는 '가와사키 병'의 경과 및 심장 합병증 확인에도 꼭 필요한 필수적인 검사로 쓰이고 있다.

#병을 처음 발견·치료법 개발해 온 가와사키씨
'가와사키 도미사쿠'. 이흥재 병원장이 가와사키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89년 야마가다에서 열린 27회 일본소아순환기학회였다.


 학회 특강 연자로 초청받은 이 병원장과 Anton Becker, Dr. Sui를 맞아 후배인 학회장 대신 학회 기간 내내 일행을 안내하던 가와사키 선생 부부의 따뜻하고 인자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한다.


 이 병원장은 40여 년 전 이 병을 처음 발표하고 평생 그 치료와 원인을 찾아온 가와사키 선생 같은 분들이 있어 우리는 많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의학계는 이 병의 원인을 완전히 알아내지 못했고, 쉽게 치료되지 않는 15% 전후의 '치료 불응형' 환자들의 관리와 완벽한 심장병 예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김은혜기자 ryusori3@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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