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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어물동 산121번지에는 방바위라하는 큰 바위가 있다. 바위에는 부처가 새겨져있는데 이를 '어물동 마애불'이라 부른다. 이 마애불은 울산시 유형문화재 제6호이며, '어물동마애여래좌상'이 정식 이름이다. 이는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약사여래삼존불상으로 약사여래가 주불이며, 일광월광보살이 협시보살이다. 주불의 높이가 5.2m, 어깨의 폭이 2.9m 정도되어 규모가 크다. 이 마애불의 존재는 울산의 민간 약사신앙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민간 약사신앙은 불교의 영향을 받아 산자의 치병과 치유 및 망자의 천도와 서방정토 극락세계로의 왕생 염원과 기원 등이 내포된 민속신앙이다. 울산에는 불교의 약사여래 사상과 연관된 민간 약사신앙 '울산 일광월광 허개굿'이 있다. 줄여서 '허개굿'으로도 쓰며 주로 바닷가 어촌에서 행하던 굿으로 울산에만 나타나는 굿의 이름이다. 허개굿의 바탕에는 불교 약사여래사상 및 어물동 마애불과 무관하지 않다.

 울산이 불교의 영향이 많았다는 것은 동축사(東鷲寺), 망해사, 태화사, 어물동 마애불, 매귀악의 연행, 허개굿, 일산(日傘), 월봉(月峰) 등 다양한 유무형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동축사는 서축(西鷲) 인도와 대비되며, 망해사는 창사, 태화사는 화평, 마애불은 약사여래, 매귀악은 등광궐아대보살의 찬탄 등으로 볼 수 있다.

 약사신앙의 흔적으로는 어물동 마애불, 헛개굿 그리고 논리의 비약일지모르나 일산진(日傘津), 월봉사(月峰寺)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바다를 접한 일산진과 종교인의 수행처 사찰 등 지명과 사찰 이름에서 공교롭게도 일(日)과 월(月)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불교의 약사여래 사상은 산자의 치병과 치유뿐 아니라 망자의 천도와 서방정토 극락세계로의 왕생 염원과 기원 등이 함께 내포하고 있다. 또한 약사여래 탱화에 도상된 일광월광보살은 단지 해와 달을 쥐고 있는 그림으로 도상된 것이 아니라 일광으로 그려진 일광보살과 월광으로 그려진 월광보살의 상징적 의미는 산자의 치병과 치유를 담당하여 산자의 건강한 수명장수를 보살피는 일광의 역할이며, 망자의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월광의 역할을 그린 것이다.

 허개굿의 장엄에는 불교적 용어와 장엄구가 나타난다. 일광월광 및 허개(華蓋의 訛音으로 봄)이다. 불교에서 일광월광은 보살(菩薩)로, 화개(華蓋)는 약사여래의 왕림때 사용되는 장엄구로 인식하고 있다.
 허개굿이 울산의 내륙보다 어촌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은 삶과 죽음의 공존도가 내륙보다 자주 그리고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약사여래삼존불을 하필 바닷가 어물동 바위에 새기게 한 것도 어업을 주업으로 하는 지역 생활환경을 염두에 둔 조상들의 깊은 사려를 반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업의 중심지 일산진, 삶과 죽음을 공유하는 월봉사 그리고 매암동에서 옮겨졌다가 하늘공원으로 이전한 울산 화장장의 공통점은 삶과 죽음이 함께한 장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산진과 월봉사 그리고 화장장이 연결선상에 있었다는 사실도 우연으로 보기보다 의미를 부여해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허개굿은 불교 약사여래 사상의 영향을 받아 민간 약사신앙으로 정착된 울산지역의 독창적 굿인 만큼 일반적인 천도 굿과도 차별성이 분명하다. 앞으로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타 지역 약사신앙을 찾는 수고로움보다 지역 동대산 어물동 마애불의 영험을 경험하는 인식의 변화를 권하고 쉽다. 태백산맥의 준령 동대산 말머리의 기운은 마두희 연희의 중심 바탕이 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월 충북 단양군 생태체육공원에서 개최되는 제54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울산 대표민속문화로 출전하게 되는 허개굿은 작년의 문제점을 보완하리라 생각된다. 작년부터 울산 동구문화원 부설 대왕암연구소에서 계획된 허개굿에대한 학술발표회 및 토론회가 때를 맞추어 실시된 것도 좋은 조짐으로 생각된다. 이번 참가에는 미흡한 자료지만 발표된 자료를 이론적 배경으로 활용하며 남은 기간 고로들의 고증과 자문을 청하여 전통으로 다듬으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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