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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경전
이강하
2013년 07월 07일 (일) 21:21:40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그녀의 몸에 아프리카가 흐른다
풀잎을 스치는 비늘이 오늘은 영락없이
꽃 피는 형색이다 애초에
그녀의 몸은 단청이었다 빛깔로 소리를 잠재우고
새 잡으러 나무를 휘감아 오르다 기둥이 된 이후
시끄럽게 우는 개똥지빠귀를 꿀꺽,
풍경이 삼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녀가 단청으로 건너오기까지
개구리들의 몸 보시는 그칠 줄 몰랐다
 
아프리카 주술이 일주문을 통과해
연못을 휘젓고 대웅전을 휘감아
단청으로 법어를 수놓는 길, 그녀는
처음부터 길게 눈뜨고 꼬리에 힘을 가했을 것이다
흔들리는 세상을 고요히 잠들게 한 것이다
 
혀끝으로 스르륵 미끄러지는 아프리카차
풀잎의 소스라침을 듣는다 몸 깊숙이
절집 한 채 있다고 내 목을 감고 꿈틀거린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선명해지는 단청
하늘 한 바퀴 휘감아 오르고 있다


■ 오래 전, 지인과 함께 포항에 위치한 '오어사'에 간 적이 있다. 초봄이라 바람이 칼날처럼 날카로웠으나 절을 낀 사방의 비경은 매우 경이로웠다. 꽁꽁 언 손바닥 위로 지인이 건넨 따뜻한 커피 한 잔이 詩心을 불러냈다. 단청을 한참 바라보았다. 절이 만들어지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과 먼 나라 아프리카와 큰 뱀을 생각했다. 시 한 편이 완성되는 과정처럼. 종교는 다르지만 나는 가끔 사찰을 방문한다. 깨끗한 영혼이 넘쳐나는 곳, 숲의 숨소리가 바로 내 神이기 때문이다. ※약력-계간《시와세계》등단. 시집 <화몽花夢>이 있음. daso77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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