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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두가구 집수리봉사
지난 10일 찾은 북구 효문동 공단도로가에 위치한 한 비좁고 낡은 주택집 앞마당. 10여명의 효문동 지역자율방재단원들이 도배와 장판교체, 가구수리 등을 하느라 한바탕 부산했다. 단원들은 지난 6월부터 공단지역으로 낙후된 효문동에 독거노인들의 집이 많다는 것에 착안, 매달 두 집씩 집수리를 해오고 있다. 방재단이 꼭 할일은 아니었지만 보다 보람찬 일을 하고자 했던 단장과 단원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다.
 

 

 

   
▲ 지난 10일 집수리에 나선 북구 효문동 지역자율방재단 단원들이 신종숙 할머니의 집 앞에서 손호준 효문동장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재난재해 안전 파수꾼
자율방재단은 말 그대로 재난피해가 발생하거나 우려되는 지역에 대한 복구, 예찰활동을 하는 민관 합동단체다. 처음 조직된 2007년만 해도 통장이 단장을 맡았지만 소관하는 일이 많다보니 지난해부턴 주민이 직접 나서 조직을 구성한다.
 요즘같은 장마철을 앞둔 여름이면 집중호우 및 태풍발생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겨울철에는 폭설시 눈길을 치우는 등 각 계절에 맞게 활동한다. 이외에도 심폐소생술 교육 등 각종 재난재해 교육 및 예방 캠페인에 참여해 시민들에게 재난재해 관련 상식을 알리는 역할도 이들의 몫이다. 말그대로 지역의 안전파수꾼이다.
 효문동 방재단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궂은 일이 생기면 두 팔 걷어부치고 참여해 왔다. 구정엔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설맞이 대청소를 했고 폭설이라도 내린 날이면 제설작업에 임했다.
 
#주민센터와 협력 도움대상자 찾아
그런데 효문동 지역자율방재단은 좀 특별하다. 최근 집수리 봉사활동 등 각종 봉사활동을 활발히 하며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는 것.
 주민센터 측이 집수리가 필요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을 찾아 리스트를 방재단 측에 주면, 단원들은 이 집들 중 우선순위를 정해 방문, 찾아가 집수리를 해주고 있다.
 살림꾼인 총무 류형심씨는 "도배, 장판 교체부터 대문 도색, 보일러 수리, 집안 대청소 등 집수리와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도배만 부탁해서 찾아갔는데 가보니 대문도 좀 도색해달라, 방문 좀 고쳐달라 등 요구 사항이 늘어나 생각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수리일을 끝내고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그 동안의 수고는 싹 가신다는 류 씨는 "처음 집수리 봉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에 이렇게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많은지 몰랐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 여전히 고달프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아 앞으로도 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 다양한 직업군으로 실질적 도움
효문동 자율방재단이 이처럼 각종 집수리를 할 수 있었던 데는 장판도배나 목공일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단원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축업에 오래 종사해온 김태술 단장을 비롯해 도배, 수리 모두 막힘없이 해내는 윤주원, 김종철 단원의 재능기부가 빛난다.
 이 날도 여기저기서 "도배를 대충 하긴 했는데 마무리는 윤주원씨가 해야겠다" "씽크대도 문제가 많은데 종철씨가 봐야 알겠는데" "주원씨, 복난 할머니가 화장실 문 좀 손봐달래"하며 아우성이었다.
 물론 단원들도 실력이 늘었다. 김은선씨는 "자꾸 하다보니 이젠 도배 뿐 아니라 못 박기 정도는 거뜬히 한다"며 "시간이 흐르니 서로 팀웍도 잘 맞고 결과물도 좋다"고 말했다.

 

 

#금전적 지원 없어 활동 애로
하지만 이런 봉사활동이 모두 회원들의 사비로 이뤄지다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류씨는 "몸으로 떼우는 재능기부는 그렇다치고 매번 재료비, 교통비, 간식비 등 적지않은 돈이 들다보니 자영업을 하는 회원들의 통큰 기부가 아니면 지속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날 방재단 덕에 장판교체, 도배, 창틀 교체까지 새롭게 집을 싹 바꾼 신종숙 할머니(79)는 "혼자 집안을 도저히 정리할 수 없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었는데 봉사자들이 찾아와 집수리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해서 너무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볼일을 볼 때면 화장실 문이 자꾸 열려 신경쓰였다던 김복난(93)할머니 역시 "대문도 도색해주고 화장실 문까지 싹 고쳐주니 우리 아들보다 낫다"고 연신 고마워했다.

#남구·울주군방재단도 묵묵히 활동
실제 효문동 방재단을 비롯해 울산 지역 내 여러 방재단들은 여건에 맞게 방재단 활동 뿐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며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구 자율방재단 소속 열관리협회는 여름철이면 침수지역 주택이 많은 대현동의 특성상 침수시기가 되면 보일러 무상점검, 수리, 각종 가사활동을 실시한다.
 또 가금류 사육 농가가 많은 울주군 내 방제단들은 조류독감이 발생하는 철이 되면 공동방제단을 운영해 농가 소독을 통한 예방활동에 만전을 기한다.
 이처럼 그 활동의 모양새는 조금씩 다 다르지만 방제단들은 이처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자신들의 할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 비록 누군가 알아주지도, 조명받지 못하는 일이더라도 이들의 수고는 분명 우리 지역을 보다 살맛나는 곳, 살아볼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김태술 단장] "내가 가진 것을 나누다 보면 더 큰 것을 얻어"

효문동 지역자율방재단이 이처럼 방재단 본연의 임무 뿐 아니라 집수리 봉사활동 등에 나선 데에는 김태술 단장의 이끌기가 큰 힘이 됐다.
 김 단장은 "방재단이 평소 방재업무가 없을 때에도 뭔가 보람찬 일을 하는 단체였으면 했는데, 단원들과 의논한 결과 효문동 특성상 집수리 봉사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봉사활동에도 솔선수범하게 된 것은 오랫동안 주민자치위 내의 자원봉사 분과위원장을 맡으며 다양한 봉사활동 경험을 쌓은 것이 바탕이 됐다.
 김 단장은 "사람들은 봉사를 생각하면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라 여기지만 실제 봉사활동은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다보면 오히려 스스로 더 큰 것을 얻게 되는게 봉사인데, 이 보람을 한번 맛보면 계속 해나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앞으로의 효문동 자율방재단의 포부는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단원들이 지금처럼 서로 끈끈하게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각종 재난 시 저희 방재단이 동민들에게 도움이되고 무엇보다 집수리 봉사활동이 이어져 동 어르신들이 보다 밝은 곳에서 편안하게 살게 되셨으면 좋겠어요. 여건이 된다면 몸과 마음이 닿는한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자는 게 단원들과 제 생각입니다"

 

   
 

#손호준 동장이 본 방재단 "집수리 등 금전적 지원 못해줘 안타깝다"

손호준 동장은 효문동 방재단이 신생단체임에도 불구하고 방재단의 본연의 임무 뿐 아니라 각종 봉사활동에 늘 열심인 단체라고 소개했다.
 올해 갓 부임했다는 손 동장은 "몇 번 현장에서 만난 방재단의 도움을 받은 어르신들이 '세상 참 좋다, 빨리 죽으려 했더니 더 살아야겠다'란 말씀을 하시는 거 보면 방재단 활동이 새삼 고마운 일임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동이나 지자체에서 따로 지원금이나 혜택을 주지 못하다보니 아쉽다는 그는 동차원에서 어려운 동민들을 소개해주거나 이들의 활동을 기록, 지역지에 홍보하는 등 단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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