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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자연휴양림 안에 자리한 파래소 폭포. 물이 차갑고 수심이 매우 깊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올 여름 날씨는 종잡을 수 없다. 좁은 국토의 윗쪽은 길고 모진 장마가 극성이다. 반면 울산을 비롯한 아래쪽은 연일 폭염이다. 시민들 대부분 하루빨리 더위에 지친 일상을 벗어 던지고 피서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어디로 떠날까 망설인다면 깊은 산 속 꼭꼭 숨어있는 근교 폭포여행지를 권한다.
얼음처럼 차가운 폭포수에 온 몸을 적시는 것 만으로도 세상의 온갖 시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울산 근교 가볼만 한 폭포 피서지를 소개한다.

# 울산 12경의 으뜸 '파래소 폭포'
울주군의 영남알프스 신불산과 간월산의 북서쪽 배내골은 해마다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넘쳐난다. 파래소 폭포는 상단지구와 하단지구로 나눠진 신불산자연휴양림 안에 있다.

 상·하단지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표지판을 따라 15~20분 가량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상단지구보다는 하단지구가 여름철 이용이 편하다. 휴양림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로변이나 공터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신불산과 간월산에서 발원한 계곡은 물이 풍부해 소리부터 시원하다. 완만하다가 급해지기를 반복하는 이 계곡은 굽이굽이 폭포와 소(沼)를 만들며 절경을 이룬다.

 계곡 양옆으로 널린 바위들은 마당처럼 넓어서 자리 깔기에 그만이다. 간단한 산행 후 계곡물로 땀을 씻고 산림욕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지천이다.

 휴양림 관리소를 기준으로 15분쯤 잘 정비된 숲길을 걸으면 벌써 폭포 소리가 들린다. 물이 떨어지는 높이가 15m 정도. 물이 떨어져 만든 소의 빛깔은 푸르다 못해 짙푸르다.

 물이 차갑고 수심이 매우 깊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파래소폭포는 '바래소'가 바뀐 말이라고 한다. '바래소'는 가뭄이 심할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내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에는 수량이 많아지면서 폭포 주위로 자욱한 물보라가 일어난다. 그때 물보라 속으로 무지개를 볼 수 있다.

 파래소폭포를 나오면 배내골이다. 배내골은 영남알프스 준령들에서 시작된 크고작은 계곡들이 즐비해 여름철 피서지로 그만이다. 특히 철구소가 있는 상북 이천리 주암계곡은 표고가 완만하고, 산을 타지 않아도 되는 최상의 계곡 피서지다.
 
# 무지개를 만나는 곳 '홍류폭포'
수석을 술잔처럼 주렁주렁 걸어놓은 듯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울주군 언양 작천정을 지나 작괘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등억리다. 등억단지 가장자리 쯤에 간월사라는 절이 나온다.

 이곳에서 다시 서쪽, 그러니까 간월산 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시원한 계곡이다. 마른 장마탓에 물이 많이 줄긴 했지만 이 계곡엔 사시사철 맑은 물이 넘쳐 시민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다. 계곡을 옆에 두고 생겨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간월산과 신불산 공룡능선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에서 남쪽 길을 택하면 공룡능선을 타고 1,000m가 넘는 영봉 신불산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을 접어들면 갑자기 어디선가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다름 아닌 단조봉에서 떨어지는 33m나 되는 폭포가 내는 소리다. 이 폭포가 말 그대로 무지개가 흐른다는 홍류(虹流)폭포다.

 홍류폭포는 '폭포수가 햇빛을 받아 무지개가 서린다'해 붙여진 이름이다. 구름에 덮인 신불산에서 한 줄기 청정수가 흘러 폭포를 이루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홍류폭포는 소가 깊지 않아 아이들까지 폭포수에 접근이 가능하다. 머리위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는 한여름 무더위를 날리기에 그만이다. 

 올해는 느닷없는 여름가뭄에 수량이 적어 아쉬울수도 있지만, 폭포 아래의 계곡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폭포에서 내려와 작천정과 자수정 동굴에서 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올망졸망 작은 폭포 '내원암 애기소'
깊고 청량한 계곡 속의 수려한 연못과 폭포, 영남 제일의 탁족처로 예로부터 명성이 자자한 울산 울주군 대운산 내원암계곡은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을 뿐 아니라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그 비경도 빼어나다.

 내원암계곡은 온양읍 온화리에 있는 대운산 중심부에 있다. 도통골 골짜기 계곡과 내원암 주위를 흐르는 계곡으로 나뉘어 흐르는 물이 수정처럼 맑다. 음식점과 펜션이 군데군데 조성돼 있는 상대마을에 들어서면 청아한 물소리와 함께 계곡이 펼쳐진다.

 하지만 대운산계곡의 진면목을 보려면 1·2주차장이 있는 상대마을을 지나 3주차장까지 올라가야 한다. 3주차장을 지나면 대운산 정상과 내원암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계곡은 정상 가는 길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내원암계곡은 물이 맑고 수심이 얕다. 정상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크고 작은 바위를 돌아 흐르면서 만들어 낸 애기소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그만이다.
 

   
밀양 호박소.

# 숲 깊은 밀양 '호박소''구만폭포'
최근 케이블카가 생긴 밀양 얼음골. '호박소'는 얼음골의 끝 지점에 위치해 있다. 백연사 옆으로 대나무 숲길과 조화를 이룬 그늘진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내 시원한 물소리가 세상을 가득 채운다. 호박소는 화강암으로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돌들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계곡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물에 씻겨 지름이 30m나 되고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암반형 소(沼)를 이루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절구의 호박같이 생겼다고 하여 호박소라는 이름이 붙었다.

 호박소 위에서 흐르는 맑은 물줄기는 보는 것만으로 눈이 시원하다. 속도가 붙은 물줄기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하얀 거품을 내며 거침없이 아래로 쏟아진다.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갈 만큼 깊었다고 전해진다는데, 실제 수심이 6m가 넘고 수온이 극히 낮아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어 수영금지구역이다. 달궈진 반석 위를 맨발로 디딘 후 발만 담궈도 더위는 한방에 날아간다. 아쉬우면 호박소를 중심으로 아래위 수심 얕은 소가 지천으로 깔렸으니, 그저 계곡 속에 몸을 맡기고 물놀이 삼매경에 빠지면 된다.

 잘 닦여진 울산~밀양간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사과 과수원들 사이로 구만산 이정표가 나온다. 구만산은 임진왜란 때 이 일대로 9만 명이 피신했을 정도로 골의 품이 깊다. 아직 덜 알려진 탓에 여름철에도 일반 관광객의 발길이 적다.

 초입의 통수골에서 1시간쯤 평평한 산길을 걸으면 구만폭포와 대면한다. 폭포를 삼킬 듯한 거벽과 기암이 파노라마처럼 사방을 에워쌌다. 멀리서 보면 90여m의 3단 폭포이지만 가까이 와 보면 맨 아래 단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운데 소는 그다지 깊지 않아 폭포수를 맞을 수 있다. 아이들을 동반하지 않고 산행을 겸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폭포다.  글·사진=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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