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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하고 골치 아픈 일이 생겼을 때 부산 해운대로 향하곤 했다. 탁 트인 울산-해운대 고속도로를 타면 잠시나마 고민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대표 해수욕장도 해운대다. 접근이 쉽도록 잘 닦인 도로에 불편할 것 없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의시설, 높은 빌딩, 수 많은 관광객들. 부산 해운대는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곳이였으며 개인적으로 도시적 이미지가 강한 관광지였다. 하지만 이 곳에도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차를 타고 5분만 가면 닿는 아주 가까운 길.
달맞이길이다. 달맞이길은 해운대를 지나 소가 누워있는 형상을 가진 와우산을 거쳐 송정까지 해안 절경을 따라 15번이나 굽어지는 고갯길로 일명 15곡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곳에서 보는 저녁길은 아름답기 그지없어 대한팔경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달맞이길 해안산책로에서 내다본 해운대 앞바다.



해운대~송정 해안 절경 잇는 15곡도
특허청 상표등록된 부산 대표 관광지
맛집·카페·갤러리 밀집 관광객 북적
풍광 한눈에 즐기는 해안길 산책 일품


#고급스러우면서도 친근한 공간 달맞이고개
이름에서부터 끌렸다. 달맞이길이라하면 가장 먼저 달을 품는 길이 아닌가. 포근함이 느껴지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해운대에서 길 입구로 들어서는 느낌도 딱 들어맞았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사람을 반겼고 도로가에는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 있었다.


 한 여름 낮 시간인데도 많은 인파들이 북적였다. 색을 맞춘 커플티에 선글라스를 나란히 끼고 방문한 커플관광객과 자전거로 라이딩 중인 부산시민, 커다란 개와 함께 산책을 나온 시민도 있었다. 유난히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았고 그 모습은 꽤나 여유로워보였다. 여름마다 북적북적한 해운대 이미지와는 또 다른 형상이었다.


 이날 달맞이광장은 아트프리마켓이 한창 열리고 있었다. 개성을 살린 장신구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고 예쁜 일러스트가 새겨진 그릇을 내놓은 판매대도 있었다. 한국적 미가 풍기는 작은 고가구, 아로마로 만든 비누도 눈에 띄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문화가 형성되듯 달맞이길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예술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듯 도로변 카페 사이사이에는 갤러리도 여럿 보였다. 주변에는 김성종 추리문학관을 비롯해 동백아트센터 등의 화랑이 밀집해 있는데 이 같은 모습을 두고 동양의 몽마르뜨 언덕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달맞이길을 산책하다보면 건물 외형이 대부분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부담스럽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물가가 비싼 해운대라서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트프리마켓을 비롯해 이 곳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하고 친근히 느껴진다.


 달맞이길을 상징하듯 광장에는 초승달에서부터 보름달까지 변화하는 달모양을 나타낸 조형물이 설치 돼 있었다. 스틸재질의 조형물이 햇빛에 반사돼 반짝였다. 은은한 달빛을 받으면 더욱 아름다워 보일 것 같았다.
 

   
 달빛나들목에서 산책을 시작하면 달맞이 언덕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또 다른 묘미 해안산책로
달맞이길의 또 다른 묘미는 해안산책로를 거니는 것이다. 달빛나들목에서 시작해 해월정을 거쳐 달빛만남길까지 약 3km 해안가를 크게 한바퀴 도는 코스다. 소나무의 향긋한 내음과 바다향기가 어우러져 있는 이 산책로는 그야말로 힐링로드다.


 폭신폭신한 흙을 밟고 그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갔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건 달 모양의 조명. 낮시간이라 가동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광장의 조형물 처럼 다양한 모양의 달조명이 일정 거리를 두고 설치돼 있었다. 문탠로드라고 불릴만하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초저녁에 조명을 맞으며 이 길을 걷는다면 달맞이길의 진면목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걸음씩 걷다보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데크가 마련돼 있다. 바다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안쪽으로도 데크를 놓았는데 그 곳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앞바다가 절경이다. 맑은 날에 오른다면 푸른 바다와 등대를 선명하게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산책로 도중 카페거리로 나가는 언덕으로 빠지면 해월정이 나온다. 해월정은 일출과 월출의 장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은은한 달빛아래 걷는 재미
평탄한 산책로였지만 날씨가 워낙 더운 탓에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아쉬운 감정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에 다시 찾아와 채워보기로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날. 달맞이길이 다시 생각났다. 망설임 없이 차를 타고 해운대로 떠났다. 밤 9시쯤 도착한 그 곳엔 여전히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 이들이 있었고 나들이를 온 가족들도 보였다. 지난번 낮에 봤던 카페와 음식점들은 불을 환희 켜고 사람을 맞이했다. 까만 밤이었지만 은은한 달빛과 밝은 조명이 좀 더 걷고 싶게 만든다. 이번엔 골목길 구석구석도 둘러보기로 했다. 한 커피전문점을 지나는데 은은한 커피향과 허브향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두 개의 향이 동시에 후각을 자극하니 몸도 마음도 두둥실 떠오른다. 더운 날씨 탓에 발견하지 못했던 달맞이길의 매력을 다시금 찾은 밤이다.
 

   
달맞이길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달 조명.
#울산 강동산하지구 관광휴양지 개발 박차
이곳을 걷다보니 울산의 특정 지역이 떠올랐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장소. 한창 개발되고 있는 북구 강동산하개발지구다. 관광휴양도시를 지향하며 아파트와 관광단지 등이 조성되고 있다. 멋들어지지는 않았지만 마음 편히 걸을 수 있는 곳이라면 사람이 모이는 법. 강동산하지구도 지역을 상징할만한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해 산책로를 조성, 해운대 문탠로드처럼 하나의 문화를 조성해 나간다면 멋진 관광휴양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운대구는 대한팔경의 하나인 달맞이언덕의 월출을 소재로 상징성을 부각했다. 그리고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 차원에서 2008년 4월 문탠로드를 개발했다. 4년후인 2011년에는 특허청에 상표등록이 되면서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길로 자리잡게 됐다.


 울산시는 강동산하개발사업을 오는 2016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총사업비 3조원이 투입되는 강동개발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된 국제적 경기 침체로 인해 재원조달 곤란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왔으나 최근 울산시가 추진상황 및 향후 추진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강동권 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오는 2016년 강동산하개발지구에도 해운대 달맞이길과 같은 걷고 싶은 공간이 조성돼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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