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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일 작가

#작가소개
소설가 송은일(49)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1964년 전남 고흥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꿈꾸는 실낙원'이 당선됐고 200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장편소설 <아스피린 두알>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후 <불꽃섬> <도둑의 누이>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 <반야> <왕인> <소울 메이트> <천개의 바람이 되어> 등 다양한 소재를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활달한 문체로 그려내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송은일 문학의 가장 큰 매력은 인물들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갈등을 촘촘히 그려내며 평범한 소재를 비범한 이야기로 다듬어내는 강력한 서사의 힘이다. 인간 삶의 이면에 가려진 그늘에서 고통 받고 소외된 인간 군상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상처 입은 영혼들의 삶을 위무한다. 작품집으로는 <딸국질> <남녀 실종지사> 등이 있다.
 

 송은일 작가를 두고 문단에선 다양한 평이 많지만 모두들 그가 쉬지 않는 이야기꾼이란데 공감한다.
 정일근 시인은 송 작가를 두고 '쉬지 않는 작가'라 평하며, 그동안 그가 쓴 작품들은 섬진강 강물처럼 흘러간다고 표현한 바 있다.
 정 시인은 또 "그런 그의 열정이 언젠가는 그를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했다.
 

#에피소드
4~5년 전 송은일 작가는 전남 고흥 고향 동네에서 노인정 문을 열었다. 동네 어른들께 인사드리라는 어머니 분부 때문이었다.
 문을 열자 백 명쯤 될 것 같은 아흔 살 안팎의 할머니들이 줄지어 앉아있었다. 정산댁 딸내미가 소설가란 걸 알고 있던 할머니들은 서로 자기 인생을 들어보라며 와글와글 웃었다.
 

 작가는 이때 느낀 저릿함으로 소설 '매구 할매'를 썼다. 매구는 천 년 묵은 여우가 변해서 사람이 된다는 전설의 짐승이다. 백 살까지 세고 그 다음부터는 세지 않는 매구 할매를 중심으로 '계성재'로 이름 붙인 종갓집 사람들의 삶을 그려나간다.
 

 지난 6일 한 통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할머니들을 한꺼번에 봤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시골 동네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나이 듦'이라는 것이 쇠약함과 추함의 문제가 아니고 자기의 삶을 완성해가는 의미로 다가왔어요. 매구 할매의 존재는 그런 의미죠. 매구는 구미호 같은 간사함이나 영악함을 뜻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어머니 같은 인물을 뜻합니다"
 

 고향 마을에서 수십 년을 머물며 팔순을 넘기고 미수(米壽)를 넘긴 노인들을 보면서 작가는 어떤 의무감을 느꼈다고 한다.
 송 작가는 "이 양반들이 가시면 이 마을이 어쩌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었고 한 시대가 가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계시는 동안에 이분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작가는 <매구할매>의 '작가의 말'을 통해 "소설의 배경이며 주인공이면서 도드라지지 않는 매구 할매는 각각으로 빛난 삶을 살아온 고향 할매들"이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나이 들어 현재에 이르렀지만 자신들의 삶에서는 주인공인 사람들"이라고 썼다.


#최근 인기작

   
▲매구할매
 - 매구할매

400년된 '계성재'를 잇는 종갓집 사람들의 삶


장편소설 <매구할매>는 송은일 문학에서 끊임없이 추구해 온 휴머니즘 문학의 연장선에 있고, 흔하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우리네 삶의 이야기다.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 소설은 살아 있는 듯한 인물들의 묘사와 감칠맛 나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 책은 4백 년 된 계성재를 중심으로 그 가족들과 들고 난 수많은 식솔들의 삶과 애환을 그리고 있다. 계성재 20대 손인 소설가 류은현이 금당의 고향 집으로 귀향하면서, 액자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문학을 전공한 류은현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때 사귀던 남자의 부인이 찾아와 강의를 그만두라고 강요한다. 추문이 두려운 은현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향한다. 이미 두 권의 소설집을 출간한 은현은 그동안 준비하던 소설을 쓰기 위해 집안 대대로 내려오며 기록된 '계성재가솔부'를 아버지로부터 넘겨받는다.
 

 은현은 매구할매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아, 집안 윗대 어른들의 행적을 추적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그의 앞에 여러 일들이 휘몰아치듯 벌어지는데….
 이 소설은 작가가 고향인 고흥을 직접적인 배경으로 삼은 첫 작품이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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