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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도에는 약 1,000종에 달하는 다양한 식물군이 사시사철 그 아름다움을 뽐낸다. 한 여름철 윤기가 반짝이는 청정 나무 숲과 잘 가꿔진 정원, 여기에 더해진 조각품들은 자연미와 이국적 세련미가 어우러져 눈을 즐겁게 한다.
#통영의 붉은 보석 '장사도'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 사이를 산책하던 유람선이 입구선착장에 닿자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상록활엽수들로 빽빽한 원시림이 모습을 드러낸다. '장사도 해상공원 까멜리아'란 간판을 보기도 잠시, 여기부턴 오르막길의 시작이다. 무더운 여름햇살을 이겨내고 한참을 오르막길을 오른 후에야 만난 나무그늘 아래 벤치. 그곳에 앉아 한숨 돌리자 그제서야 지천에 핀 수국, 이름모를 풀꽃,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다니는 나비가 눈에 들어온다.


 예로부터 긴 섬의 형상이 누에를 닮아 '잠사도'라 불리기도 하고 뱀의 형상을 닮아 '진뱀이섬'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섬, 장사도. 지난해 봄, 장사도는 마지막 주민들이 섬을 떠난 지 20여년 만에 수수하면서도 곱게 단장한 섬처녀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통영 사람들 몇이 합심해 섬을 관광화 하면서 한 때의 작은 외딴 섬이 통영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부상한 것이다. 폐교가 된 학교와 섬 집을 예전모습으로 복원하고, 20여개의 코스별 주제 정원과 체험 학습, 영상교육 및 작품전시관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게 됐다.
 

누에·뱀 닮아 잠사도·진뱀이섬으로 불려
1천여종 다양한 식물 사시사철 향미 뽐내
10만여 그루 동백 만개 1~2월 풍경 절정
16개 전망대 비치…발길 닫는 곳이 그림


 오래전 흔적은 지금도 만날 수 있는데 장사도를 걷다보면 나오는 작은 교회와 지금은 기억이 가물하지만 80년대 중반에 염소를 사육해 자립의 꿈을 키우던 섬 아이들과 선생님의 실화를 영화로 그린 '낙도의 메아리' 현장이 바로 장사도다.
 
#동백이 아름다워 까멜리아 해상공원으로 불려
장사도는 여름에도 아름답지만 동백꽃이 절정을 이루는 1~2월이면 제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까멜리아 해상공원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도 동백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절경이 너무 아름다워서다. 불붙듯 흐드러지게 붉게 피어 떨어진 동백터널길에 눈이라도 살짝 흩날리다 붙으면 두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한겨울의 감동이 된다. 개화시 찾아드는 작고 예쁜 동박새의 진귀한 모습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기가 아니라고 너무 아쉬워하진 말자. 1,000여종의 다양한 식물들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때맞춰 제 색과 향을 뿜어낸다. 여름이면 수국이 활짝피고 9, 10월이면 회백색의 수피, 흑자색의 열매가 까맣게 익어 사계절 아름답다.

   
▲ 장사도 야외공원에서 내려다보이는 한려수도의 푸른 바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멀리 일본 대마도도 볼 수 있다.
#일본 대마도까지 한눈에
장사도는 볼거리가 많다. 특히 10만여 그루의 수백년생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천연기념물 팔색조와 풍란, 석란은 섬의 자랑거리다. 크고 작은 전망대 역시 마찬가지. 해발 100m 남짓한 장사도는 길쭉한 섬 등줄기 전체가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조망하는 전망대다.


 승리, 다도, 미인도, 부엉이전망대 등 섬 곳곳 16개 전망대에 서면 비진도, 욕지도, 한산도, 소매물도, 대덕도 등 한려수도의 섬은 물론 일본 대마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장사도는 인공적으로 잘 조성된 거제 '외도'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하는데, 아마도 이국적인 정원조성에 초점을 맞춘 외도와 달리 장사도는 이같은 한국의 자연미와 이국적인 세련미를 적절히 잘 어우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붉은색 무지개다리는 장사도 해상공원 까멜리아를 대표하는 아이콘. 다리 밑에는 장사도의 옛 모습과 해상공원 조성 과정을 사진으로 전시한 필름프로미네이드가 위치하고 있다. 무지개다리 끝의 달팽이전망대에서 보는 장사도와 인근 섬들은 한 폭의 그림이다.


 선인장을 비롯해 다육식물과 풍란 등이 전시된 반달 모양의 온실은 장사도를 대표하는 건축물. 전망대를 겸한 옥상에는 하얀색의 거대한 하트 두 개와 펭귄 조각상이 설치돼 연인이나 어린이들이 사진 찍기에 좋은 곳. 주민들이 살던 집을 복원한 섬아기집과 학습관, 미로공원을 거닐다 보면 60m 길이의 동백터널을 만난다.

#유치환·이영도의 시비 감상도

   
▲ '바다, 섬, 여인'이란 조각작품.
예술의 고장 통영답게 장사도에는 청마 유치환의 '행복'과 여류 시조시인 이영도의 '황혼에 서서'가 앞뒤로 새겨진 시비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유치환은 통영여중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중 홀로 된 교사 이영도에게 20여년 동안 연서 5,000장을 보낼 정도로 플라토닉한 사랑을 했던 인물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로 시작하는 '행복'도 닿지 않는 인연이 안타까워 보낸 연서. 관람객이 편지를 써서 시비 옆에 세워진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한려수도의 푸른바다를 건너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달된다.


 어느 곳에서봐도 잔잔한 바다와 에메랄드빛 하늘이 만나 끊없이 펼쳐진 수평선이 눈에 들어오는 장사도.


 그저 하염없이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넓게 펼쳐진 하늘빛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개운해지고 마음 속이 시원해진다.


 박하사탕을 한 입에 문 듯 상쾌한 이 풍경과 마주하다보면 열대야가 들이닥친 도심에서 얻은 피로가 한순간 싹 풀린다. 끝나지 않은 여름, 섬과 바다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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