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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속 갈망보다 더 높은 산이 없고, 더 깊은 바다도 없다.'

 해발 3천미터가 넘는 산자락의 한 켠에 자리잡은 부탄의 사원을 보고 소설가 박범신은 이렇게 말했다.
 행복지수 97%에 이른다는 부탄이라는 나라를 경험하면서 박범신 작가는 욕망의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하면 행복의 문을 열 수 없다고 일갈했다.

 박범신이 극찬한 부탄은 히말라야산맥 동부에 위치한 소국이다. 부탄은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면적에 울산보다 작은 규모의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왕이 존재하는 입헌군주국으로 GDP와 GNP는 세계 최하위권 수준이다. 경제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이다.

 그러나, 자칭 이 나라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자부심을 국민들이 갖고 있다. 신비와 은둔의 나라가 히말라야의 이상향으로 불리우게 된 것은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풍요를 행복의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정의 최고 지표도 GDP로 대표되는 성장이 아니라 GNH(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행복이다.
 부탄의 행복정책은 4대 국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가 처음 시도했으며, 5대 국왕인 지그메 남기엘 왕추크가 스스로 왕권을 포기하고 입헌군주제를 채택하면서 헌법에 국가는 국민총행복정책을 추진하고, 모든 개발행위의 궁극적 목표를 국민총행복증진에 둔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부탄은 국민총행복위원회를 만들고 9개 영역에 33개 지표로 국민총행복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9개 영역에는 삶의 수준은 물론 건강과 교육에서부터 공동체 활력과 심리적 웰빙도 측정하고 있다.

 성장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복의 균형을 가늠하고 평가하는 잣대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부탄의 이 같은 노력은 지난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한 국가행복지수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국민소득 1,200달러의 부탄이 1위를 차지할 때, 국민소득 2만달러인 우리나라는 조사대상국 143개 국가 가운데 68위에 그쳤었다.
 국민 100명 가운데 97명이 행복하다고 한 부탄을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물질적인 풍요가 전적으로 행복을 좌우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내 주변의 사람도 함께 행복해야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고 여기는 부탄 국민들의 가치와 철학을 이제 가장 부유한 도시, 소위 일등도시라고 자부하는 울산 시민들이 가져야 할 마음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근대화와 산업화에 매진해오면서 뒤를 돌아볼 겨를도, 옆을 쳐다볼 여유도 없었던 것이 울산 시민의 일반적인 삶이었다.

 그런 시민들의 열정과 노력이 오늘의 울산을 만들었고,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렸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삶은 나아졌지만, 울산에도 일부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현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과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부탄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균형이고 불평등하다고 할 것이다.

 불균형과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기부와 나눔, 배려의 삶을 실천하여 함께 행복을 꿈꾸는 것이다.

 해마다 사랑의 온도가 높아지고, 기부와 나눔이라는 선행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볼때 울산도 진정한 행복도시의 조건을 조금씩 갖추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자원봉사 일등도시의 기틀도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울산이 앞으로 더 행복한 도시가 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의 궁극적인 의미가 구슬땀으로 거둔 수확의 고마움을 조상들에게 알리고, 풍요로운 결실을 이웃과 함께하는데 있는 만큼, 조금씩 나누고 베푼다면 더 풍성한 추석이 될 것이다.

 부탄과는 또다른 울산의 행복지수가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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