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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작가

#작가소개
1963년 전남 곡성에서 출생했다. 1991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중편소설 '씨앗불'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한 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에 따뜻한 관심을 표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1980년 광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무렵 '5월 광주'를 목격했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목격한 '죽음'들로 인한 충격은 훗날 그가 작가의 삶을 살게 되는 계기가 됐다.
 

 1994년 첫 소설집 <피어라 수선화>를 비롯해 <내 생의 알리바이> <멋진 한세상> <명랑한 밤길> 등 소설집과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 '시절들' '영란' 등 장편 소설,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등을 내며 여성의 운명적인 삶과 모성애를 뛰어난 구성력으로 생생히 그려내었다는 평을 받는다. 1995년 제13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04년 제12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학 부문)을 받았다.
 

#에피소드
공선옥 작가의 신작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는 작가가 지난 1980년 이후 30여년 후에 '광주'에 대해 쓴 소설이다. 작가는 한 통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책의 출간이 갖는 개인적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내 나이가 오십이 됐고 애가 셋이라 엄마 마음, 세상을 품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이 어렸다면 내 분노를 못 이기고 쓰다가 말았겠죠. 나는 그 때가 여전히 생생해요. (약한 이들의) 노래를 잊으려는 마음이 승할수록 세상의 폭력이 더 강화돼요. 폭력에 무감각한 사회, 이것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것이죠. 과거를 철저히 부정하고 지워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읽으면 불편하겠죠. 작가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밖에 없지요. 작년 초까지 독일에 1년 있었는데 독일은 자기 상처와 치욕, 과오에 철저합디다. 독일 문학과 예술이 계속 변주해요. 우리는 그에 비해서 가까운 과거, 예를 들어 광주를 말만 해도 뜨악해하고 자꾸 조선시대 얘기나 해요."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의 주인공 정애는 1970~80년대 급격한 격동기를 맞았던 광주에서 삶의 큰 상처를 입는 인물이다. 결국 정신이 나가버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정애. 공 작가는 그럼에도 정애의 말과 노래 속에 진실을 담았다고 말한다.
 

 "정애가 아닌, 세상이야 말로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광주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고. 난 정말 이상했고 지금도 이상해요. 내가 미친 건가, 세상이 미친 건가 그럴 때가 있잖아요. 야만과 폭력이 아무렇지 않은 사회는 너무 반문명적이에요. 짐승도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으면 옆에서 낑낑대며 가만히 있잖아요. 누군가의 눈물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폭력이 줄어들 수 있죠."
 

 작가는 현 상황도 긍정적으로 보진 않았다. "지금은 고약한 양상이 돼가고 있어요. 아무도 눈물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각자 혼자 울어요. 다른 사람의 눈물과 울음을 보지 않는 세상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물에, 노래에 귀기울이는 것, 결국 나를 위한 길이에요. 내 눈이 깊어지고 마음이 확장되는 것이죠."
 

#최근인기작 -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여성들이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5·18 수난사

신작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는 1980년 5월 광주를 중심에 놓고 여성들이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수난사를 그린다. 소설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시골마을에서 시작된다. 투전판에서 돈을 몽땅 잃고 일자리마저 잃은 아버지는 정애에게 언어장애를 가진 엄마와 동생들을 맡기고 외지로 떠난다. 정애는 객지로 나간 아빠를 대신해 식구들을 어떡해든 먹여 살리려 애쓰지만 마을 사람들은 돼지와 닭, 개를 약탈해가고 어린 순애와 정애에게 몹쓸 짓을 하며 서로 눈감아 준다.
 

 시름시름 앓던 순애가 죽고 쌍둥이를 출산하던 엄마도 뱃속 아이들과 저세상으로 가버리자 이웃들은 정애에게 푼돈을 쥐여주고 광주로 올라가 장사를 하라고 등을 떠민다. 그렇게 도시로 떠난 정애는 가장 친했던 친구 묘자에 의해 시장에서 정신 나간 여자로 발견된다. 시장 사람들은 '그날' 이후 정애가 그렇게 됐다고 했다.
 

 이 작품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의 만행을 직접 묘사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을 하지도 않는다. 대신 작가는 민주화 운동이나 저항의 한복판에서 비껴난 평범하고 주변적인 인물들이 어떻게 항쟁의 상처 속으로 서서히 함몰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녀가 단번에 반해 결혼까지 했던 박용재는 5·18시위 구경 중 체포돼 8개월간 상무대와 교도소, 삼청교육대를 거친 끝에 정신이 망가졌다. 겉보기에 멀쩡했던 그는 5월이 다가오자 점점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묘자의 배 속에 있는 태아가 군인들의 겁탈로 생긴 씨앗이라며 아내를 핍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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