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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읍성의 정문 격인 영화루의 복원이 최근 마무리됐다. 언양초등학교 정문 앞에 복원된 영화루는 옹성과 체성으로 이뤄진 성곽과 잘 어울린다. 누각 앞 옹성은 효과적인 방어를 위한 곳으로 누각을 둥글게 감싸는 반원 형태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郡, 9개월간 73억8천만원 들여 남문복원 완료
2022년까지 단계적 재건 역사문화관광지 활용

#언양읍성, 신라시대 이래 왜적 방어 목적의 기지로 축조
언양의 지명은 '항상 양지 바른 곳'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태화강 상류인 남천을 끼고 있고, 고헌산을 진산으로  화장산, 취서산, 석남산으로 둘려 쌓인 평야로 이루어져 있다. 언양은 예로부터 경주·밀양·양산 등지와 연결되는 도로가 발달했다.

   
옹성 안에서 본 영화루 하부(이 곳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조선시대에는 부로산(夫老山) 봉수가 양산군의 원적산, 경주의 소산(所山) 봉수에 연결됐다. 이 같은 입지 때문에 왜구가 여러 번 침입해 주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었다고 한다. 이때문에 삼국시대 때부터 토성과 석성이 축조됐다.

 삼국시대 토성은 둘레 1,498척(약 450m), 높이는 8척이었다. 이후 조선시대에 들어 1,500년(연산군 6) 현감 이담룡(李聃龍)이 돌로 개축해 확장했는데, 이때의 둘레는 3,064척(약 900m), 높이가 13척으로서 성 위에 나지막하게 쌓은 첩이 834개소이고 성 안에는 우물이 네 곳 있었다고 전한다.

 울산 시가지에서 국도를 이용해 언양읍사무소에 도착하면 길다란 석성과 조우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언양 특산물인 미나리를 키우던 '미나리꽝'이었던 성축 주변은 잔디로 깨끗이 정비됐다. 읍사무소 앞에는 아직 미나리꽝이 남아있다. 무너져있던 성벽도 깔끔하게 복원돼 있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석성은 둥글게 자리잡은 터 위에 곡선으로 축조돼 있다. 하지만 언양읍성은 직 사각형의 형태를 이룬다. 대부분의 성벽은 직선이다.

 또 보통의 성벽은 반듯한 돌 또는 산돌을 차곡차곡 쌓는 방식으로 축조됐지만, 언양읍성은 거대한 바위를 굴려서 면만 거칠게 다듬어 바르게 잡은 다음 그 위에 역시 큰 돌을 얹고,  큰 돌과의 사이에 무수한 잔돌을 끼워박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축조된 성은 매우 견고해 웬만한 충격도 견뎌낼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상당 부분이 잘 남아 있다고 한다.

   
 영화루의 처마와 단청.
# 1900년 전후 완전 소실된 '영화루' 완벽 복원
언양읍성은 신라시대 이래 왜적 방어를 목적으로 한 기지로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성문터나 치성의 배치를 볼 때 적으로부터의 방어에 상당한 경험과 군사 지식이 있는 사람의 설계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기법은 경주 남산의 신성이나 문무왕 때 축조된 부산성 등의 석축기법과 유사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신라 이래의 축성방법을 계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헌은 성의 동쪽, 객사는  서쪽 (현 언양초등학교 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언양읍성에는 최근 남문 격인 '영화루'가 복원돼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영화루는 언양읍성의 정문에 해당된다. 1800년대 초반 진남루에서 영화루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1900년 전 후에 최종 소실된 것으로 전해진다.

 울주군은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에 걸쳐 73억8,000만여원을 들여 언양읍성 남문 성곽(옹성·체성)과 문루 등의 복원을 완료고 광장도 조성했다. 성문은 통로 상부가 트인 개거식으로 설치됐고, 문루는 전면 3칸, 측면 2칸, 2층 규모로 복원됐다. 누각건물은 이익공의 팔작지붕을 얹은 형식이며 규모는 78.93㎡다. 체성은 52.52m 길이로 외면은 석축으로, 성 내부는 경사지게 흙으로 내탁한 편축식 구조로 복원됐다.

   
남문지를 발굴하면서 출토된 유구.
 영화루 앞면에는 효과적인 방어를 위해 성문을 둥글게 감싸 안은 반원형 옹성을 두었다. 옹성(42.1m) 복원은 내·외면 모두 협축을 쌓고 상부에 여장(몸을 숨겨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성 위에 낮게 덧쌓은 담)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옹성 안쪽의 너비는 약 15m이고, 동쪽으로 난 개구부(출입로)의 폭은 8.3m 로 다른 읍성보다 넓은 편이다.

 지난해 발굴조사 결과 옹성 앞쪽에 해자터가 발견됐다고 한다. 해자는 성벽 바깥면으로 부터 9~9.6m 정도떨어진 곳에 조성돼 있으며, 그 규모는 폭 3.5~5m, 깊이 90 ㎝정도로 확인됐다. 해자의 내부에는 끝을 뽀족하게 깎은 창 모양의 말뚝을 세워두는데, 언양읍성 남문지 일원의 해자에는 확인되지는 않았다. 울주군은 발굴조사뒤 해자는 흙으로 덮고,  그 위에 해자의 너비만큼 돌을 깔아 위치와 규모를 표시해 놓았다.

# 울주군, 언양읍성 종합정비계획 2차 사업 돌입 예정
울주군은 남문 복원이 완료됨에 따라 언양읍성 종합정비계획의 2차 사업으로 남문 인근 성곽복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복원 예정지에 있는 가옥 16채를 철거하고 문화재 발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울주군은 2022년까지 성곽 복원과 성내 시설 재현, 안내·편의시설 설치, 역사문화 체험장 조성 등을 단계별로 실시할 예정이다. 지역주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역사관광에도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화루 앞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해자터가 발굴되었다. 가운데 돌은 폭 5m 가량의 해자터를 따라 심은 표지석이다
 현재 언양읍성의 성내에는 전해지는 옛건물은 없고 논과 밭으로 경작되고 있으며, 초등학교와 도로, 민가가 들어서 있다. 근현대에 들어와 성벽의 상당수 돌은 인근 남천 제방공사를 위해 반출됐다고 한다. 일부 성벽의 돌은 도로나 집을 지을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영화루 복원공사를 위해 발굴할 당시에도 적지 않은 성돌이 발견되기도 했다. 고증을 거쳐 완벽한 복원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작은 성벽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고창읍성, 해미읍성, 낙안읍성, 진주성, 가산산성등 지방에 있는 작은 성벽이 관광자원으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심 속 사각형의 석성인 언양읍성도 이들 성들의 가치에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작천정, 석남사, 반구대암각화, 영남알프스 등의 관광자원과 연계한 울산권 역사문화생태 관광의 중심이 될 수도 있겠다. 최근 언양읍성 북측 성벽을 바라볼 수 있는 도로변에 커피전문점 등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도심 속 사각의 성벽을 바라보면서 옛 사람과 소통하는 하는 것도 힐링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긋한 여름 가뭄을 씻어 줄 비라도 내린다면 옛 성터를 보는 운치를 더할 것이다.  글=강정원기자 m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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