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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시철이 되면 가끔 당혹스러운 일들을 경험하기도 한다.
 2008학년도 우리대학 사회학과 수시 모집에 합격한 학생이 바라지 않은 합격이라 합격을 취소해 달라고 나를 찾아 왔다. 학생의 꿈은 연예계 진출인데 부모님의 반대로 수시 모집에 원하지 않은 사회학과를 지원했지만, 정시 모집에는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가고 싶어 합격을 취소해 달라는 것이었다. 제도적으로 수시 모집 합격자는 정시 모집에 응시 할 수가 없고 합격 취소는 교수의 재량이 아니라는 말에 실망해 돌아가는 학생을 보면서 비인기 학과로서 사회학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학을 제대로 배우고 알게 된다면 얼마나 매력적인 학문인지를 그 학생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다.


 사회학과를 졸업하면 도대체 무얼 할 수 있는지를 흔히 질문 받는다. 사회란 인간들이 있는 곳에는 항상 존재한다. 한자로 사회(社會)도 사람들이 모이고 또 그들을 모으는 곳이 아닌가. 이를테면 인간들은 타인들과의 사회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생활할 수가 없다. 그들 간의 관계에서 협동과 갈등, 교환과 경쟁, 기타의 사회관계들이 형성되고, 그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공존할 수 있기 위해 만들어낸 집단과 제도 및 문화 속에서 인간들은 생활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를 대상으로 미시적 인간관계와 그들이 만들어낸 거시적 사회구조와의 상호 작용과 연관성을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사회학이다. 즉, 사회관계로 형성된 사회집단과 조직, 그리고 가족· 정치· 경제· 종교 등의 다양한 사회제도가 사회학의 분석 대상이 되는가 하면, 사회적 힘의 차이에 따라 나타나는 불평등과 차별이 그 관심의 초점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는 유감스럽게도 천사가 아닌 인간들이 모인 장소여서 각 종의 사회문제들 또한 발생한다. 그러므로 사회학은 빈곤과 범죄, 가족해체, 도시슬럼화, 부정부패 등의 사회문제 발생의 원인과 해결에 관심을 지니는 한편으로, 사회적 쟁점이 되는 시대적 관심사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즉, 세계화(globalization)가 우리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과 운동을 전개해야만 하는지, 비정부단체(NGO)나 비영리단체(NPO)들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등을 탐구할 수도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본질 또는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 및 가치를 사회구조와 연관하여 연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사회학의 장점은 학문적 성격이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데에 있다. 버거(P. L. Berger)는 기존 사회 현상 배후에 감추어진 진실을 탐구하려는 사회학의 부단한 지적 노력에 대해 상징적 의미로 '회의(懷疑)의 예술'이라고 칭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회학의 아버지 꽁트(A. Comte)는 이상과 의도는 좋았으나 프랑스 혁명 이후의 무질서한 사회 모습에 깊이 성찰하고 대안적인 미래를 제시하고자 시도하였다. 따라서 사회질서와 통합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미래사회를 희망하여 '사회에 대한 과학'(사회학)을 '학문 중의 학문'으로 만들고자 의욕 하였다. 이러한 학문적 성격이 사회학 전공자로 하여금 부단한 자기비판과 반성 및 계발로 앎을 실천으로 연결시키도록 만들었다. 다시 말해서 사회학은 건전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구상하고 건설해서 스스로의 능력에 적합한 역할을 발견하고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가의 지혜를 길러준다.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에 관심을 지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 봉사자 파견에 자원한 대학원 졸업생, 경찰행정학과 출신보다 더 능력 있는 범죄분석 경찰, 신문방송학과 출신보다 더 예리한 사건 취재기자, 그리고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 하는 우리 졸업생들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진정으로 건전하고 행복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학부모 및 학생들의 전공 선택의 잣대가 조금 바뀌어져야만 하지 않을 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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