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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봉준

지난밤에도 물새들은 등댓불을 밝혔다
 
미명에 귀항하는 어선들이 새 섬의 관제탑과 마지막 교신을 끝내고
활주로를 따라 들어온다
 
속초 앞바다
저만치 한 뼘 거리에 떨어져 앉아
바다 깊숙이 닻을 내리고
묵언 수행을 하는 저, 섬은 어느 별에서 온 것일까
얼마나 깎이고 파도에 쓸려야
죗값 다 치르고 다시 천계에 오를 수 있는가
 
울산으로 돌아가지 못한 설악산 울산바위처럼 아바이 아마이들은
죽어서 북녘 고향으로 간다고 했다
 
오늘 밤
짙은 해무가 바다를 덮으면
새 섬의 새들은 음이 낮고 긴 고동(鼓動)을 불 것이다

※새 섬: 속초시 청호동 앞바다에 있는 섬


■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지척에 있는 손바닥만 한 섬, 유래는 잘 모르나 이름으로 보아 예전에 새가 많아서 새 섬이라고 불리지 않았겠는가 짐작만 해 본다. 동해안 섬들의 풍경이 대부분 그렇듯이 속초 앞바다에 있는 새 섬도 달랑 홀로 외롭게 떠 있다. 그 새 섬을 볼 때마다 생전에 고향을 가보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내 부모와 장인 장모님, 그리고 아직도 실향의 아픔을 간직하며 사는 이 지역의 아바이 아마이들의 생각에 가슴이 젖는다.
※약력-강원 고성 출생. 강원대학교 졸업. 시와비평 등단. 제1회 두레문학상 수상. 현재 두레문학. 다울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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